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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사람들은 어떤 게임을 할까? - 6

Author: Youngjin Kang

Date: 2019.12

모바일 게임 개발자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과정들 중 하나가 바로 사용자 인터페이스(UI)를 조그만 모바일 화면 속에 잘 쑤셔넣는 작업이다. 주머니 속에 들어가는 작은 크기의 화면 속에 게임 뷰, 버튼, 텍스트, 컨트롤 패널 등의 온갖 요소들을 효과적으로 보여주려고 하다 보면 아무래도 디자인적인 제약이 많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소비자들이 확장 가능한 화면을 가진 모바일 기기들을 사용하기 시작한다면, 더이상 스마트폰 특유의 "작은 화면"의 한계가 사라져 버리게 된다. 이는 모바일 게임 개발자들이 그동안 극복해야 했던 공간적 제약을 없애줌으로써, 모바일 게임시장의 다양성과 번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미래의 사람들은 어떤 게임을 할까? - 6 (Figure 1)

(이미지 출처: Futurism: https://futurism.com/samsung-files-patents-for-rolling-and-folding-smartphones)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모바일 게임시장이 마냥 번성할 것이라 장담해서는 안된다. 모바일의 매우 강력한 적수인 VR/AR 콘솔이 요즘들어 차세대 게임기기로 급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모바일로도 VR/AR 기술의 일부를 구현할 수는 있다. 예컨대 "포켓몬 고"(Pokemon Go)는 모바일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스마트폰의 카메라와 위치데이터를 이용해 증강현실 속 게임플레이를 구현해낼 수 있었다.

그러나 사방을 꽉 채우는 디스플레이와 인체 기반의 컨트롤은 터치스크린 기반의 모바일 인터페이스가 따라할 수 없다. 물론 스마트폰에 VR/AR 장비를 연결해서 사용하는 앱도 개발할 수는 있겠지만, 과연 기술이 충분히 발전한다면 사람들이 굳이 그런 방식으로 VR/AR 게임을 할까? 어차피 스마트폰 속에 들어갈 수 있는 조그만 크기의 CPU는 아예 처음부터 VR/AR 장비 속에 기본으로 탑재함으로써, 별개의 연결없이 VR/AR 장비만으로도 앱을 구동시킬 수 있게 만들 게 뻔한데?

미래의 사람들은 어떤 게임을 할까? - 6 (Figure 2)

(이미지 출처: Robodk: https://robodk.com/blog/virtual-reality-offline-programming/)

물론 그렇다고 해서 스마트폰 게임의 수요가 완전히 바닥으로 추락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스마트폰은 가지고 있지 않은 VR/AR 나름의 약점 또한 무시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예컨대 VR/AR은 사방을 게임 속 광경으로 뒤덮어 버려서 사용자로 하여금 주변을 잘 살피지 못하게 만들기 쉬울 뿐만 아니라, 머리의 회전이나 양 팔의 움직임 등의 다양한 신체적 움직임을 보통 요하기 때문에 공간적 제약이 꽤 있다. 예를 들어서 좁은 버스 좌석에서 VR/AR 게임을 하려고 한다고 가정해 보자. 머리를 이리저리 돌리거나 양 팔을 마구 움직이는 행위를 과연 옆에 앉은 다른 승객이 달가워 하겠는가?

이러한 공간적 제약은 제 아무리 무인 운송수단이나 다른 기타 편의시설이 좀 더 발달해 있을 미래에도 어느 정도는 남아 있을 것이다 (물론 지금보다는 줄어 있겠지만 말이다).

미래의 사람들은 어떤 게임을 할까? - 6 (Figure 3)

(이미지 출처: Jumpin' Junction: http://www.jumpinjunctionak.com/virtual-reality-gaming.html)

더군다나 VR/AR 게임이 취향에 안 맞는 사람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고, 그냥 작은 크기의 화면 상에서 터치스크린 형태로 게임을 하는 걸 선호하는 사람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2010년대에 유년기를 보낸 Z세대에게는 스마트폰 플랫폼이 일종의 추억이기 때문에 더더욱 그럴 것이다). 오늘날에도 보드게임, D&D, 텍스트 머드게임, 브라우저 게임과 같이 옛날 기술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게임을 주로 즐기는 소수의 매니아 층들이 있듯이 말이다.

종합해 보자면, 2020년대에서 2040년대까지의 가까운 미래에는 아마도 휴대용 VR/AR 게임이 게임시장에서 가장 높은 점유율을, 집에서 좌석까지 세팅해 놓고 하는 붙박이 VR/AR 게임이 (특유의 공간적, 가격적 부담 때문에) 두번째로 높은 점유율을, 지금의 스마트폰과 비슷한 휴대용 터치스크린 기반의 게임이 세번째로 높은 점유율을, 그리고 PC 게임은 그동안 데스크탑과 노트북에 워낙 길들여진 늙은 유저들이 계속 사용해 주는 덕택에 네번째로 높은 점유율을 보일 거라 짐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