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을 하면서 우리는 다양한 감정들을 경험한다. 예컨대 패배 했을 때의 분노와 좌절, 성공했을 때의 성취감, 그리고 무언가를 필연적으로 잃었을 때의 슬픔 등과 같은 것들 말이다.
그러나 이러한 단편적인 감정들 과는 별개로 꾸준히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욕망이 하나 있는데, 그건 바로 소유욕이다.
(이미지 출처: Wikipedia: https://en.wikipedia.org/wiki/Money)
게이머는 게임을 하면서 무언가를 소유하기를 원한다. 그것이 집이나 건물이 되었건, 보석같은 사물이 되었건, 아니면 애완동물 같은 생명체가 되었건간에 말이다. 소유의 개념이 없는 게임은 어디까지나 화끈하게 불타 올랐다가 아무 흔적도 없이 꺼져 버리는 분젠버너 와도 같다. 무언가를 소유할 수 없으니 게임 속에 자신의 흔적을 남길 수도 없을 뿐더러, 그동안 자신이 게임을 하면서 쌓아온 추억거리를 물질적인 형태로 되돌아 보며 회상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게임 속 소유물은 재산의 축적을 향한 인간의 욕심을 직접적으로 자극함으로써, 게이머에게 "계속 게임을 하면 그만큼 너의 재산도 늘어날 것이다" 라는 무언의 메시지를 끊임없이 전달한다.
(이미지 출처: Wikipedia: https://en.wikipedia.org/wiki/Market_(economics))
무언가를 소유한다는 느낌은 너무나도 황홀한 것이다. 자기 자신만의 것을 가진다는 사실 하나는 플레이어로 하여금 게임에 대한 무한한 애착을 가지도록 만들기 때문에, 소유의 개념을 잘 활용하는 게임이 골수 팬들을 양성하기 쉽다. 플레이 방식 자체가 재미있는 게임은 당장에 많은 사람의 이목을 집중 시킬런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게임들도 플레이어의 소유욕을 자극하지 못한다면 꾸준한 팬 층을 유지하기 힘들다.
물론 소유물이라고 해서 무조건 다 같은 수준의 애착심을 유발하는 건 아니다. 가상의 돈과 같은 숫자 형태의 소유물은 거래 용도로의 사용이 가능하지 않는 이상 강한 소유욕을 유발 하기가 어렵다. 왜냐하면 숫자 형태의 소유물은 존재 그 자체의 고유성이 없기 때문이다. 내가 가진 금화 100냥은 남이 가진 금화 100냥과 다를 것이 없고, 따라서 나의 금화를 남들로부터 차별화 시키는 유일한 방법은 어떻게든 더 많은 금화를 얻는 것이다. 다만 남들보다 월등히 많은 갯수의 금화를 보유한 플레이어는 통계적으로 따졌을 때 그 비율이 극소수일 수 밖에 없고, 이는 결국 극소수를 제외한 나머지 유저 들은 자신들이 소유한 금화에 그닥 강한 애착을 느끼지 못한다는 결론으로 이어진다.
(이미지 출처: Wikipedia: https://en.wikipedia.org/wiki/Rose_show)
따라서 모두에게 소유의 즐거움을 주기 위해서는 소유물 하나하나에 고유성을 부여하여, 유저로 하여금 "나의 소유물은 비록 양적인 면에서 남들보다 특출 나지는 않지만, 그래도 나를 특별하게 해주는 무언가를 가지고 있다" 라는 확신을 가지도록 만들어 주어야 한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게 무엇인지를 찾아내는 건 어렵지 않다. 왜냐하면 우리 모두 어떤 게 특별하고, 어떤 게 특별하지 않은지를 분간할 줄 알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