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디자이너들이 흔히들 어려워하는 것이, 게임 속 내용을 플레이어에게 전달하는 것이다.
게임의 세계관과 줄거리는 어떻게 되는지, 또 이러한 요소들은 어떻게 게임 속 목적들을 달성해야 할 명분을 주는지가 확실해야 한다. 이에 관련한 커뮤니케이션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사용자는 자신에게 주어진 목표를 달성할 의욕을 못 느낀다.
복잡한 세계관을 가진 게임을 기획하는 개발자들은, 게임 속 목적의식을 사람들에게 쉽게 전달하기 위해 튜토리얼을 만들곤 한다. 게임을 처음 시작했을 때 튜토리얼 모드를 통해 전반적인 진행방식이나 목표물을 익히게 함으로써, 게임이 추구하는 기본적인 방향을 제시해 주는 것이다. 또한 인트로 영상이나 컷씬(보통 '시네마틱'이라고도 많이 부른다)을 수시로 게임 속에 넣어 줌으로써, 플레이어로 하여금 스토리의 일부가 되어 능동적으로 주인공 캐릭터의 역할을 수행하게끔 유도하는 방법도 있다.
(이미지 출처: Wikipedia: https://en.wikipedia.org/wiki/Oregon_Trail_II)
그러나 이러한 절차들은 게임을 제대로 즐기기 위한 일종의 '준비운동'을 플레이어에게 요구하는 것이라고 할 수도 있다. 보통 뭔가 어려운 것을 꾸준히 배워서 결과물을 얻어내야만 하는 현실 속 상황을 잠시나마 등진 채, 그냥 빠르고 손쉽게 자신의 행동에 대한 보상을 받아보고 싶어하는 게 게이머들의 기본적인 심리상태이다. 그런데 그런 게이머들에게 뭔가를 배울 것을 암묵적으로 요구한다면, 과연 그들이 애초에 기대하던 즉각적 보상과정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따라서 새로운 지식의 습득을 요구하는 게임은 제 아무리 내용전달을 잘 한다 하더라도 필연적으로 새로운 게이머의 유입을 막는 진입장벽을 가지게 된다.
(이미지 출처: Wikipedia: https://en.wikipedia.org/wiki/SimEarth)
이는 어찌 보면 게임 속에 존재할 수밖에 없는 필요악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이를 처음부터 예방할 수 있는 디자인이 없는 것도 아니다. 그건 바로, 게임을 하는 사람의 배경지식을 이용하는 것이다.
게이머의 배경지식과 본능적 반사신경만을 필요로 하는 게임이 있다면, 이 게임은 굳이 튜토리얼이나 해설, 시네마틱 영상 등을 이용해 게이머를 가르치려 하지 않아도 된다. 어차피 이미 알고 있는 사실들을 굳이 따로 알려줄 필요는 없으니까.
대표적인 예로 '식물 대 좀비'(Plants VS Zombies)라는 게임이 있다. 일종의 타워디펜스 게임인데, 제목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식물들과 좀비들이 서로 싸우는 게 이 게임의 주요 메커니즘이다. 간단히 설명을 하자면, 플레이어는 자신의 정원에 다양한 식물들을 심으며 정원을 처들어오는 좀비들을 막아야 한다. 몇몇 식물들은 자원을 생산하고, 몇몇 식물들은 좀비들을 공격하는데, 여기서 중요한 점이 두가지 있다:
(이미지 출처: Wikipedia: https://en.wikipedia.org/wiki/Plants_vs._Zombies)
(1) 모든 식물들은 공통적으로 움직이지 않고 제자리에 고정되어 있으며, 플레이어를 지켜준다.
(2) 모든 좀비는 느린 속도로 정원을 향해 처들어오며, 플레이어를 공격한다.
이 두가지 설정들은 게임 속에서 직접적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그냥 처음부터 '식물'과 '좀비'라는 단어들에 대한 플레이어의 배경지식에 의존하는 것이다. 상식적으로 식물이라고 하면 보통 우리의 생존에 필요하며, 항상 한 자리에 뿌리를 내린 채 고정되어 있는 생물이라는 걸 사람들은 안다. 또한 좀비라고 하면 대부분 우리의 생명을 위협하며 느린 속도로 전진하는 존재라는 것 또한 사람들은 이미 알고 있다. 즉, 식물 대 좀비의 개발자는 '식물'과 '좀비', 이 두 단어에 대한 사람들의 공통된 선입견을 게임 속 설정으로 그대로 옮겨 놓음으로써, 왜 이 게임의 목표는 식물을 지키고 좀비를 물리치는 것인지를 설명하지 않아도 되게끔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