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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에 등장하는 공포의 심리학

Author: Youngjin Kang

Date: 2019.09

게임 속에 등장하는 공포의 심리학 (Figure 1)

(이미지 출처: Wikipedia: https://en.wikipedia.org/wiki/Silent_Hill:_Shattered_Memories)

'공포'라는 감정은 오직 호러 장르의 게임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는 걸 누구나 알 것이다.

대부분의 게임은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게이머에게 두려움을 유발함으로써 강렬한 동기부여를 하곤 한다.

만약에 정해진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점수가 깎일 것이라는 불안감. 만약에 적을 죽이지 못한다면 내가 죽는다는 불안감. 제한시간 내에 목적지에 도달하지 못하면 처음부터 레벨을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불안감 등등의 상황을 게임을 한번이라도 해본 사람들은 다들 알 것이다. 이러한 현상들은 유저의 몰입력에 불을 붙여주는 일종의 장작인데, 이들은 공통적으로 '공포'라는 감정을 근본으로 삼고 있다.

사람은 대부분 다음과 같은 상황에서 공포를 느낀다:

(1) 불이익을 겪을 가능성이 있을 때.
(2) 불이익을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이 확실하지 않을 때.
(3) 불이익이 얼마나 클지, 또는 불이익이 언제 닥칠지 확실하지 않을 때.

게임 속에 등장하는 공포의 심리학 (Figure 2)

(이미지 출처: Wikipedia: https://en.wikipedia.org/wiki/Survival_horror)

여기서 말하는 '불이익'이란, 극단적인 예로는 죽음을 의미할 수도 있고, 가벼운 예로는 약간의 금전적 손실을 의미할 수도 있다. 다만 이는 정도의 차이일 뿐, 공포의 심리는 기본적으로 불이익, 그리고 그 불이익을 둘러싼 불확정성에서 파생되는 것임을 알 수 있다.

게임 속에서 공포라는 심리의 조장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 수 있는 예는 셀 수 없이 많은데, 그 중 비교적 간단한 예로 벽돌깨기가 있다.

게임 속에 등장하는 공포의 심리학 (Figure 3)

(이미지 출처: Wikipedia: https://en.wikipedia.org/wiki/Breakout_(video_game))

벽돌깨기는 아주 단순한 형태의 공포를 이용하여 게이머로 하여금 게임에 몰두하도록 만든다. 일단 벽돌깨기 속에는 항상 잠재적인 실패의 순간들이 도사리고 있음을 누구든 알 것이다. 단 한 순간이라도 실수로 공을 놓쳐서 밑으로 떨어뜨려 버리면 플레이어의 목숨이 하나 줄어든다. 목숨의 감소는 누구든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아주 확실한 형태의 불이익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이러한 불이익이 언제 닥칠지 누구도 장담할 수가 없다. 정확히 어느 순간에 플레이어가 까딱 실수를 해서 공을 놓칠지는 플레이어 스스로도 모르기 때문이다. 언제 실수를 해서 불이익을 입을 지 모른다는 불안감은 게임을 하는 사람의 내면에 잠재된 공포를 나지막히 일깨워 집중력을 높이며, 이는 결론적으로 공포를 이용한 게임 속 동기부여의 한 예라고 말할 수 있다.

좀 더 심오한 예로는 스타크래프트나 워크래프트 같은 수많은 전략시뮬 게임에 등장하는 '전장의 안개'(영어로는 FOW (Fog Of War))를 들 수 있다. 전장의 안개는 한마디로 게임 속에 등장하는 아군 캐릭터들을 둘러싼 주변 공간을 제외한 나머지 공간에 드리워진 깜깜한 베일을 의미하는데, 이로 인해 전장의 안개가 있는 전쟁게임을 할 때에는 상대방 진영에서 무슨 일을 벌이고 있는지를 정찰을 가보지 않으면 알 길이 없다.

게임 속에 등장하는 공포의 심리학 (Figure 4)

(이미지 출처: Wikipedia: https://en.wikipedia.org/wiki/Fog_of_war)

전장의 안개는 게임 속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에 대한 정보를 손쉽게 은닉함으로써, 전쟁의 승패에 대한 불확실함을 크게 증폭시키는 도구로 이용된다. 전장의 안개가 있는 한, 만약에 내가 본진에 거대한 규모의 군대를 양성했다고 해도 이길 수 있을지 확신하기 어렵다. 안개 뒤에서 상대방이 내 군대를 전멸시킬 대량살상 무기라도 가지고 있다면 전세가 역전될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이는 불이익(전쟁에서의 패배)에 대한 불확실성, 그리고 안에 내포된 공포를 이용한 게임플레이의 또다른 예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