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의 기억에 의하면, 대한민국 심즈 커뮤니티의 역사는 2000년 초반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비록 한국의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심즈가 본격적으로 유명해지기 시작한 건 네이버카페/다음카페가 활성화 되기 시작한 2004년 부터이지만, 그 이전에도 한국에는 심즈에 관련된 사이트가 몇 군데 있었다.
2000년대 극초반에 개설된 한글 심즈 사이트는 그 수가 미미했을 뿐더러, 간단히 심즈라는 게임을 소개하는 수준에 불과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때까지만 해도 한국에서 심즈는 거의 안 알려진 게임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심즈의 2번째 확장팩인 '신나는 파티'(House Party)가 출시될 즈음에는 조금씩 국내에서 심즈가 인지도를 넓혀가기 시작하더니, 3번째 확장팩인 '두근두근 데이트'(Hot Date)가 출시된 직후 부터는 제대로 된 커뮤니티 형식의 심즈 사이트들이 하나 둘씩 생겨나기 시작했다. 이때 생겨난 웹 포럼들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코릴라 닷컴'의 심즈 커뮤니티였다 (두번째로 유명한 사이트로는 '심즈 코티비'(sims.kor-tv.net)가 있었다).
(심즈 3년(2002) 커뮤니티 지도)
코릴라 닷컴 안에 개설된 심즈 커뮤니티는, 최소한 필자가 기억하기로는 국내 최초의 대규모 심즈 커뮤니티였다고 볼 수 있다. 비록 지금은 기억이 가물가물 하지만, 당시 그곳에는 심즈관련 게시판들 뿐만 아니라 심즈에 관련된 강의 페이지들도 꽤 있었던 걸로 안다. 다만 강의의 스타일이 워낙에 캐주얼했기 때문에, 지금 보면 좀 유치하게 여겨질 농담들이 이곳저곳 섞여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2002년 후반까지만 해도 이 코릴라 닷컴 소속의 심즈 커뮤니티가 대세였다고 생각해도 무방하다.
물론 심즈를 주제로 한 다양한 개인홈페이지들도 2002년 전후로 국내에 많이 개설되었다. 미국이나 유럽처럼 개개인이 손수 아이템을 만들어서 다운로드가 가능하게 올려놓는 수준까지는 아니었지만, 우리나라에도 제법 기억에 남는 주옥같은 소규모 심즈 팬사이트들이 있었다. 그 중 몇가지를 소개하겠다:
(1) 쩡이의 심즈월드 ( http://zaqqwert.cafe24.com/ ). 본인이 꾸민 심즈 마을을 스크린샷과 스토리를 곁들여 아주 아기자기하게 잘 소개한 사이트였다. 그 외에도 다양한 아이템이나 스킨을 다운받을 수 있게 올려놓기도 했다. 이 홈페이지의 주인장은 개인적으로 나한테 맵 확장 치트키와 아이템 다운받는 법을 가르쳐 준 스승(?)이기도 하다 (당시 내가 도저히 아이템을 다운받아 게임 속에 넣는 방법을 몰라서 몇번이고 물어봤는데, 알고 보니까 압축파일을 다운받은 다음에 알집 메뉴에서 그냥 '압축풀기'를 누르는 게 아니라 '현재 폴더에 압축풀기'를 눌러서 게임에 적용시키는 거라고 친절하게 알려주었다).
(2) 영수네 심즈 ( http://simslove.wo.to/ ). 감미로운 발라드 가요가 배경으로 깔려있고, 푸르스름한 배경화면이 잘 어우러져 우수에 젖은 느낌을 물씬 풍기는 홈페이지였다. 나는 개인적으로 이 홈페이지에 올라온 글을 통해 처음으로 심즈의 6번째 확장팩인 '슈퍼스타'에 대해 알게 되었다 (당시는 2003년이라서 슈퍼스타가 막 출시되려고 할 때였다).
(3) 해피심즈 ( 주소 모름 ). 이 사이트는 회원가입 시스템을 지원하는 등, 꽤나 규모가 있었던 일종의 웹 포럼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4) 엽기심즈 ( 주소 모름 ). 심즈에 존재하는 각종 버그와 치트키, 커스텀 아이템 등을 사용해 엽기적인 장면을 연출한 다음 스크린샷을 찍어 올리는 게 전문인 사이트였다. 이는 2000년대 초반 특유의 엽기문화에 영향을 많이 받은 것이라 볼 수 있다.
(5) 보리차리즘 ( 주소 모름 ). 심즈라는 게임에 관한 운영자의 감미로운 분석과 일기가 매력이었던 사이트. 잔잔한 90년대 무명 아이돌의 발라드가 홈페이지의 배경음악으로 깔려있어 더더욱 심즈 특유의 아기자기한 느낌이 살아있는 곳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