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는 온 방향으로 퍼진다. 따라서 소리를 듣기 위해 일부러 소리가 오는 쪽으로 귀를 기울일 필요는 없다. 물론 귀가 가리키는 방향에 따라서 소리의 강도가 달라질 수는 있겠지만, 미미한 차이일 뿐이다. 그러나 이번에 발명된 신개념 스피커는 이러한 소리의 특성을 완전히 무시하고 있다. 이것이 무슨 스피커냐 하면, 소리가 나오는 쪽을 향해 귀를 기울여야만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장치인 것이다. 예컨대 이 스피커가 벽에 붙박이로 장착되어 있다고 치자. 복도를 걷다가 해당 스피커가 장착된 벽을 지나게 되면 순간 잠깐동안 그 스피커에서 나오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왜 잠깐 뿐이냐면, 귀가 스피커 앞을 스쳐 지나가는 시간이 아주 짧기 때문이다). 만약에 멈춰서서 스피커 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더이상 소리를 들을 수 없다. 왜냐하면 고개를 스피커에게로 향한다는 것은 귀를 스피커로부터 다른 방향으로 돌린다는 것과도 같기 때문이다. 스피커에서 나오는 소리를 들으려면 오로지 귓구멍을 스피커가 서로를 마주보게 만들어야 한다. 스피커에서 나오는 음파가 고막을 정면으로 두드릴 때만 소리를 느낄 수 있다.
이러한 신개념 스피커가 실생활에 도입되었을 시의 활용도를 살펴보자. 일단 4면으로 둘러싸인 조그만 방이 있고, 그 방 안에는 사람이 한 명 서 있다. 방 안을 이루는 벽면에는 각기 스피커가 하나씩 붙어있고, 각각의 스피커는 서로 완전히 다른 음악을 재생하고 있다. 예컨대 방 안의 사람이 방의 북쪽을 바라보고 있으면, 그에게는 피아노음악과 재즈음악이 동시에 들린다. 왜냐하면 그의 왼쪽 귀는 피아노곡이 재생되고 있는 서쪽 벽을 바라보고 있고, 그의 오른쪽 귀는 재즈곡이 재생되고 있는 동쪽 벽을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에 그가 고개를 90도 돌려서 동쪽을 바라본다고 치면, 그는 이제 발라드음악과 컨트리음악을 동시에 듣게 된다. 이는 그의 왼쪽 귀가 발라드곡이 재생되고 있는 북쪽 벽을 바라보고 있고, 그의 오른쪽 귀는 컨트리곡이 재생되고 있는 남쪽 벽을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다. 그가 또 한번 90도 회전해서 남쪽을 바라본다면, 그에게는 다시금 피아노음악과 재즈음악이 들리기 시작한다. 그러나 이번에는 그의 왼쪽 귀 대신에 오른쪽 귀가 피아노곡을 듣고, 그의 오른쪽 귀 대신에 왼쪽 귀가 재즈곡을 듣게 되는데, 이는 그의 귀들이 아까와는 180도 다른 방향으로 해당 벽들을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다. 이 신개념 스피커는 한쪽 귀로만 소리를 전달하는 신기한 기능을 가지고 있다.
극히 한정된 공간으로만 소리를 들려주는 이 스피커는 공공장소에서 유용하게 이용될 수 있다. 예를 들어서 길거리의 광고판에 이 특수 스피커를 부착하면, 행인들은 광고판 앞을 지나갈 때마다 스피커가 말하는 광고문구를 들을 수 있다. 광고판 앞을 제외한 나머지 공간에서는 소리가 들리지 않으니, 이는 공공장소를 조용하게 유지시켜 주기도 한다. 집 안에서도 마찬가지다. 만약에 TV나 컴퓨터의 스피커가 아까 말한 특수 스피커라면, 이웃집이나 다른 식구들에게 소음피해를 전혀 안 주면서도 큰 소리를 들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