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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능 소각기

Author: Youngjin Kang

Date: Winter 2012

생활 속에서 나오는 모든 쓰레기와 배설물들을 단숨에 깔끔하게 처리할 수 있는 방도가 하나 있다. 그것은 너무나도 간단하고 편리하기 때문에, 왜 아직까지 모두에게 보급화가 되지 않았는지 의문이 들 정도이다. 그건 바로 개인용 소각기이다. “화세식 변기”라고도 불리는 이 제품은 하나의 단단한 상자같은 형태를 띈 물건인데, 이 속에 쓰레기이던, 배설물이던, 처리하고 싶은 모든 것들을 다 넣은 다음 뚜껑을 덮고 버튼을 누르면 소각기능이 작동한다. 기계 속에서는 강한 화염이 분사되고, 속에 있던 모든 쓰레기나 배설물은 흰 재가 되어버린다. 소각과정이 끝나고 나면 뚜껑의 잠금장치가 해제되며, 뚜껑을 열어서 확인해 보면 악취나는 것들은 온데간데 없고 잿더미만 남아있음을 알 수 있다. 잿더미는 기계에 의해 자동으로 직사각형 모양으로 뭉쳐져서 하나의 블록이 되며, 이 블록은 3D 프린팅을 위한 원료로 사용된다 (참고로 이 개인용 소각기에는 3D 프린터 기능이 탑재되어 있다. 컴퓨터에서 명령을 전달받으면, 소각기는 자기가 모아놓았던 블록들 중 하나를 기계 톱들로 정밀하게 다듬어서 완벽한 삼차원 모델로 만들어준다. 쓰레기 소각도 하고, 그걸 또 입체모형으로 재활용도 해주는 만능기기인 것이다).

소각기는 전기를 이용한 화염발생을 위해서 많은 양의 전력을 소모해야 하고, 그 때문에 전선을 콘센트에 연결시켜 놓아야 한다. 그러나 전력소모를 최소한으로 줄이기 위해, 소각기는 자체적인 배터리도 가지고 있다. 이 배터리는 발생된 화염으로 인해 생산된 전력을 저장해 놓는 역할을 하는데, 이렇게 저장된 전력은 다음 번 소각과정에서 화염을 발생시키는 데에 보태여진다.
이 소각기 하나면 변기도 필요없고, 쓰레기통도 필요없으며, 싱크대도 필요없다 (도자기 식기들은 워낙에 열에 강하기 때문에 소각기 안에 넣어도 전혀 손상되지 않는다. 식기에 묻은 지저분한 음식물 찌꺼기들은 하나같이 재가 되어서 블록으로 뭉쳐지지만, 식기들은 소각기 안에 곱게 남아있다. 따라서 설거지를 하려면 식기들을 그냥 식기세척기 사용하듯이 소각기 안에 넣고 버튼을 누르면 된다). 필요한 것은 오로지 세면대나 샤워부스, 그리고 세탁기 뿐이다. 그러나 사실 이런 것들도 물티슈, 소독제, 그리고 일회용 종이 옷들만 있으면 전혀 필요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