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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의 비행

Author: Youngjin Kang

Date: Summer 2012

새로운 종류의 비행법을 터득했을 때에는 주의해야 한다. 첫째, 그것이 안전한 것인지, 그리고 둘째, 그것이 정말로 날 수 있게 만드는지를 말이다. 평소에 우리는 첫번째만을 유념한다. 어차피 두번째 주의사항은 의식하지 않아도 육안으로 쉽게 확인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때로는 우리가 “난다”고 생각했던 것이 정말로 하늘을 나는 행위였는지에 대해 약간의 의심도 필요하다. 지금 소개할 신기술의 창시자들은 특히 이 두번째 사항을 깊이 준수해야 했다. 불행히도 그들이 사실을 눈치챘을 때는 처음 그 발명품이 세상에 알려지고 나서 꽤 지났을 때였다.

어느 날 제트엔진의 뒤를 이을 새로운 항공기술이 등장했다. 활주로가 딸린 황무지 위의 어느 한 연구소에서 처음으로 선을 보였는데, 그 기술이란 기존의 비행기들과는 전혀 다른 종류의 비행방식이었다. 실험용 경비행기의 양쪽 날개에는 제트엔진도, 프로펠러도 달려있지 않았다. 대신에 날개 자체를 미세하게 진동시키는 엔진이 비행기 몸체의 내부에 탑재되어 있었다. 날개는 양쪽으로 곧게 뻗은 모습 대신에 무당벌레의 날개처럼 안쪽으로 휘어진 기괴한 곡면을 취하고 있었으며, 전체적인 비행기의 윤곽 또한 기존의 것들과는 많이 달랐다. 사람들은 도대체 어떻게 이렇게 생긴 것이 하늘을 날 수 있을까 의심했고, 연구원들은 무선 조종이 가능한 작은 모델을 제작하여 수많은 구경꾼들 앞에서 비행시범을 보였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비행체는 단순히 두 날개를 미세하게 진동시키기만 해도 손쉽게 공중으로 떠올라 커다란 파리처럼 바람을 가르며 이리저리 움직였다. 사람들은 이 광경에 경악했고, 모두들 이 작은 실험을 비행체가 허공을 떠도는 모습을 사진기에 담고 싶어했다. 그러나 연구원들은 아직 연구단계에 있는 기술이 세어나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촬영을 금지했다.

날개를 진동시키는 이 새로운 비행법이 아주 잘 작동한다는 사실이 입소문을 타고 곳곳에 퍼지자, 몇몇 기업들은 신기술의 연구에 금전적인 지원을 하기 시작했다. 충분한 자금을 확보한 연구원들은 자신들이 발명한 비행체를 사람이 탈 수 있을만한 크기로 제작했고, 한 사람씩 탑승하며 시험삼아 저공비행을 해보기로 했다. 예컨대 비행체에 탑승한 연구원이 활주로를 따라 약 몇십미터 상공에서 비행하며 넓은 평원을 한바퀴 돌아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는 것이었다. 몇차례의 실험이 행해졌고, 연구원들은 실험이 성공적이었다고 말했다. 그들 모두 자신들이 성공적으로 비행기를 타고 평원을 한바퀴 돌았으며, 손쉽게 이륙, 그리고 착지에 성공했다고 밝힌 것이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실험결과를 기록하기 위한 카메라들이 비행 때마다 오작동을 일으켰다. 연구원들은 실험이 행해질 때마다 카메라 뿐만 아니라 주변의 모든 전자기기들이 정상적인 작동을 멈춘다는 사실을 깨닫고, 그들은 이 괴현상이 아마도 비행체의 날개가 진동할 때 발생하는 파동이 전자들의 움직임을 교란시키기 때문이라고 판단했다. 이런 예기치 못한 부작용 때문에 그들은 자신들의 건강에 문제가 생기지는 않을까 의심했다.

그러나 비행에 관련된 실험은 워낙에 순조롭게 진행되었기 때문에, 기기작동의 오류는 곧 연구원들의 뇌리 속에서 잊혀졌다. 그들은 비행기를 조종하여 쉽게 성층권까지 상승했다가 지상까지 하강할 수 있었고, 그때마다 그들은 아무런 현기증도 느끼지 못했다고 증언했다. 심지어 그들은 비행중에 급커브를 틀거나 갑자기 속도를 낼 때에도 가속의 영향을 전혀 못 느꼈다고 말했다. 어째서 이런 신기한 현상이 일어나는지에 대한 의혹은 점점 더 커졌고, 몇몇 이들은 자신들이 우연히 외계인의 비행물체, 혹은 UFO를 발명한 것일지도 모른다고 주장했다. 한술 더 떠서, 그들은 이 기이한 비행체를 이용하면 아무런 기압의 변화나 중력의 영향도 받지 않고 대기권을 벗어나 우주까지 왕복비행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한 연구원의 증언에 따르면, 그가 비행체를 위로 향하게 한 후 최대치로 가속을 하자 순식간에 그는 우주공간에 도달해 있었고, 뒤를 돌아보자 지구는 하나의 푸른 구체가 되어 있었다는 것이다. 아주 짧은 시간에 엄청난 거리를 이동할 수 있다는 사실에 그들의 의혹은 이제 정말로 불거지기 시작했다. 아무리 획기적인 기술이라고는 하지만, 어떻게 날개의 진동 하나만으로 상식을 초월하는 속도와 안정적인 비행을 선보일 수 있단 말인가? 도대체 그게 어떻게 가능하단 말인가? 어쩌면 그들은 아직 현 과학으로는 이해가 힘든 미래의 기술을 우연찮게 벌써 발견해 버렸는지도 모른다.

실험이 계속되던 어느 날, 연구소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한 주택가의 거주자는 자신이 몇차례에 걸쳐 주변 일대에서 악마들을 보았다고 주장했다. 그의 증언에 따르면, 매일 낮마다 몇차례에 걸쳐 땅이 갈라지면서 그 속에서 붉은 빛의 유인원 비슷한 무리가 비명을 지르며 나오는 것을 보았다는 것이다. 또다른 인근 주택가의 한 거주자는 자신이 매일 낮마다 하늘색이 연두색으로 변하는 기이한 경험을 한다고 밝혔다. 연구소 주변에서만 이런 식의 비슷비슷한 제보가 이따랐고, 경찰과 언론은 연구소를 조사하기 시작했다. 며칠 뒤 그들은 그동안 연구소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밝혀냈다.

쉽게 말하자면, 연구원들이 발명한 것은 비행기가 아니라 “환각 발생기”였다. 그들이 발명한 비행체가 미세한 날개의 진동을 일으킬 때마다, 그 파동이 주변에 있던 모든 유기체의 두뇌활동을 방해하여 집단적인 환각증상을 유발한다는 것이었다. 또한 이 파동은 주변의 모든 전자기기도 작동불능으로 만들어 버렸는데, 이 때문에 그동안 비행체가 아무런 비행도 하지 못하고 제자리에서 진동음만을 냈음을 알아낼 길이 없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