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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와 미래의 구분

Author: Youngjin Kang

Date: Autumn 2013

과거와 미래를 분간하는 방법에는 무엇이 있을까? 일단 실생활에서 그 예를 찾아보자. 우리는 흔히 어떠한 "사건"을 놓고, 그것이 과거에 있었던 일인지, 아니면 미래에 벌어질 일인지를 따지곤 한다. 모든 사람은 인생을 살면서 다양한 사건들을 마주하게 되는데, 이 중에서 그 사람이 경험한 사건들은 그를 기준으로 하여 "과거"로 정의되고, 그 사람이 아직 경험하지 않은 사건들은 그를 기준으로 하여 "미래"로 정의된다. 한마디로 과거는 "발생한 사건들의 집합"이고, 미래는 "발생하지는 않았지만 발생할 수는 있는 사건들의 집합"이라고 가정할 수 있다.

여기에서 주의할 점이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과거나 미래와 같은 개념들이 순전히 관찰자의 시점에서만 그 의미를 가진다는 것이다. 예컨대 누군가가 길을 가다가 차에 치이는 경험을 했다고 치자. 그에게 있어서 "차에 치이는 사건"은 하나의 과거로 기억 속에 남아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가 아닌 또다른 누군가는 교통사고를 한번도 당한 적이 없으며, 따라서 그 또다른 사람에게는 "차에 치이는 사건"이 과거의 일부가 아니다. 그에게는 오로지 "차에 치일지도 모른다"와 같은 어렴풋한 예상만이 있을 뿐이므로, "차에 치이는 사건"은 그 사람의 미래의 일부라고 해야 마땅하다.

기호를 이용해 문제를 단순화시켜 보자. 어떠한 두가지의 사건들이 있고 그것들을 각각 A사건과 B사건으로 부르도록 하자. 이제 빈 공간에 사람이 한 명 있다고 가정해 보는데, 여기서 그 사람은 그를 둘러싼 모든 사건들의 "관찰자"이다. 이제부터 그가 경험하는 모든 사건들은 그의 시점에서 값어치가 매겨질 것이고, 그에 따라 그것들이 과거의 일부인지 아니면 미래의 일부인지가 결정될 것이다.

우리가 말하는 그 사람은 현재 빈 공간에 소리없이 서 있다. 그는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고 있으며, 따라서 그에게는 아무런 사건도 발생하지 않고 있다. 물론 굳이 따지자면 그 사람이 현재 어떠한 위치에 서 있다는 것도 하나의 사건이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그러한 사건은 그가 부동자세로 계속 가만히 있는 이상 시간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그는 과거에도 계속 서 있었고, 미래에도 계속 서 있을 것이기 때문에, "그 사람이 이곳에 서 있다"라고 칭해지는 사건은 딱히 어느 시점에 발생했다고 정의될 수가 없는 것이다.

어쨌든 그 사람은 계속 가만히 서 있다. 우선 그 사람은 A라는 사건을 경험했고, 그 다음에는 B라는 사건을 경험했으며, 마지막으로는 A라는 사건을 또 한번 경험했다. 만약에 그가 현재 B라는 사건을 경험하고 있는 시점에 있다면, A사건과 B사건은 어떠한 용어로 정의될 수가 있겠는가?

우선 가장 기본적인 사실부터 접근해 보자. 그는 현재 B사건을 경험하고 있고, 따라서 B는 그 사람의 "현재"이다. 여기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이 시점을 현재로 가정했을 때의 A사건에 대한 정의는 상당히 까다롭다. 왜냐하면 B사건을 겪고 있는 바로 그 순간, 그 사람에게 있어서 A라는 사건은 "발생했던 일"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또다시 발생하게 될 일"이기도 한 것이다. 이게 무슨 말이냐 하면, A는 B를 기준으로 봤을 때 과거임과 동시에 미래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이를 쉽게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A -> B -> A
과거 현재 미래

시간을 하나의 길이라고 가정한다면, 그 사람은 하나의 교차로를 가지는 고리모양의 길을 한바퀴 빙 도는 셈이다. 여기서 교차로는 A사건이 일어나는 시점으로, 이것은 고리의 시작임과 동시에 끝이기도 하다. B는 고리를 따라 펼쳐진 커브길의 중간정도 지점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즉, 어떠한 일이 두 번 일어난다면, 그것은 시간의 선이 한번 스스로를 교차하며 고리를 만든다는 뜻이기도 하다. 물론 어떠한 일이 N번 일어난다면, 그것은 시간의 선이 스스로를 N번 교차하며 N개의 고리를 만든다는 뜻이다. 이러한 고리들은 마치 교차지점을 중심으로 삼는 화려한 꽃잎들과도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