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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의 순환

Author: Youngjin Kang

Date: Autumn 2013

모든 사물들은 순환한다 (일정한 주기마다 제자리로 돌아온다). 다만 그 순환주기가 100억년이 될 수도 있고, 9600경년이 될 수도 있기 때문에, 극히 일부의 사물만을 우리는 "순환한다" 라고 일상 속에서 정의내릴 뿐이다. 만약에 시간이라는 것이 무한하다면, 그 무한한 시간 속에는 어떠한 사물이 항상 똑같은 위치로 돌아올 수 있는 시간이 얼마든지 넉넉히 주어져 있다. 이게 무슨 말인지를 좀 더 설명해 보도록 한다.

넓은 평원을 따라 나아가는 기찻길이 하나 있다고 가정해 보자. 이 기찻길은 하늘에서 보면 하나의 고리 형태를 띄고 있으며, 따라서 이 기찻길 위를 달리는 "A"라는 기차는 항상 정주행을 하며 매일 오전 9시마다 "b"라는 역에 도착한다. 한 마디로 A라는 기차는 하루를 주기로 매일 순환하는 사물인 것이다. 만약에 b라는 역을 "A기차가 원래 있던 자리"라고 정의한다면, A기차는 매일 한번씩 자신의 원래 자리로 돌아오는 셈이다 ("고향으로 돌아온다" 라고 표현해도 좋다).

앞서 설명한 사물인 A기차는 항상 일정한 주기마다 제자리로 돌아온다. 이런 식으로 특정한 간격의 시간마다 동일한 위치를 가지는 사물은 "순환사물"이라 부르며, 만약에 이 순환운동이 사물 혼자서도 이루어지는 것이라면 그것은 "자동순환사물", 그렇지 않다면 그것은 "수동순환시물"이라 불릴 수 있다. 문제를 이론적으로 좀 더 간추려 보자. 일단 무한한 공간이 하나 있고, 그 공간은 무한한 시간의 지배를 받는다고 가정해 보는 것이다. 그 공간 속에는 2개의 사물들이 있는데, 하나는 A이고 또 하나는 B이다. 자, 여기서 세가지 조건들을 만들어 보겠다:

(1) A사물의 순환주기는 2초이다. A사물은 2초에 한번씩 O라는 위치에 도달한다.
(2) B사물의 순환주기는 10초이다. B사물은 10초에 한번씩 O라는 위치에 도달한다.
(3) 맨 처음에, A와 B는 O라는 동일한 위치에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실생활에서 흔히 생각할 수 있는 도구에 그 예를 들어보자. 맞물려 돌아가는 2개의 톱니바퀴들이 있는데, 이들의 크기는 둘레를 기준으로 5배 차이가 난다. 작은 톱니바퀴는 2초에 한번씩 한바퀴를 돌며, 큰 톱니바퀴는 10초에 한번씩 한바퀴를 도는데, 이는 쉽게 말해서 작은 톱니바퀴가 5번 도는 동안에 큰 톱니바퀴는 1번 돈다는 이야기이다. 우리는 앞서 말한 조건들을 바탕으로, "A사물은 작은 톱니바퀴의 가장자리에 찍힌 점이다" 라고 정의할 수 있으며, "B사물은 큰 톱니바퀴의 가장자리에 찍힌 점이다" 라고 정의할 수 있다. 이 두 점들은 맨 처음에는 서로 인접해 있었으나, 톱니바퀴들이 돌기 시작하면서 서로 멀어졌다 가까워졌다를 반복하게 되었다.

여기서 알아낼 수 있는 사실이 하나 있다. 그건 바로 A사물과 B사물이 서로 똑같은 위치에 속하게 되는 일이 10초에 한번씩 일어난다는 점이다. 지금 말한 10초라는 시간은 A의 순환주기와 B의 순환주기 사이의 최소공배수로, 이것은 "A사물과 B사물의 공통적인 순환주기"이다. 만약에 A와 B가 똑같은 위치에 도달하는 상황을 G라는 사건으로 정의한다면, 그 사건의 "발생주기"는 앞서 말한 최소공배수인 10초라고 말할 수 있다. 한마디로 어떠한 사건의 발생주기는, 그 사건에 연루된 모든 사물들의 순환주기들 사이의 최소공배수라고 정의할 수 있는 것이다. 단언컨데 G라는 사건이 얼마나 자주 일어나느냐에 관한 문제는, A사물과 B사물 사이의 "인연"이 얼마나 두터운지에 대한 문제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인연이 깊을수록 서로 더 자주 만날 것이기 때문이다. 만약에 두 사물들 사이의 거리를 하나의 파동(삼각함수)로 생각한다면, 그 파동의 주기는 바로 해당 사물들의 순환주기들 사이의 최소공배수라고 말할 수 있으며, 만약에 2 곱하기 PI에서 이 수를 나눈다면 "주파수"를 얻을 수 있다. 이 주파수가 바로 두 사물들 사이의 "인연의 깊이"이다.

좀 더 개념을 광범위하게 포괄하는 정의를 새롭게 내려보자. 만약에 N개의 사물들이 일정한 주기마다 서로 같은 장소에서 만나 특정한 사건을 연출한다면, 그 사건의 발생주기는 사물들이 가진 N개의 순환주기들 사이의 최소공배수이며, 1에서 그 최소공배수를 나눈 값이 바로 그 사건을 기준으로 N개의 사물들 사이에 맺어진 인연이다.

모든 사물들은 톱니바퀴들처럼 오랜 세월에 걸쳐 서로 맞물려 돌아간다. 따라서 사물들 사이에서 발생하는 "사건"이라는 것도 톱니바퀴들의 순환관계에 입각하여 일정한 주기마다 나타날 수밖에 없으며, 이는 마치 천체의 별들이 중력의 바퀴 위에서 시계처럼 돌아가는 이치와도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