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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과 주기 - 2

Author: Youngjin Kang

Date: Autumn 2013

A지평에 속한 사물과 B지평에 속한 사물이 AB장소에서 서로 만나는 사건을 "AB사건"이라고 정의하기로 하자. 그렇다면 AB사건의 주기는 10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10이라는 시간에 한번씩 AB사건이 일어난다는 뜻이다. 만약에 A지평에 속한 사물이 a이고, B지평에 속한 사물이 b라면, AB사건은 [AB = {a,b}]라는 집합으로 정의될 수 있다. 자, 그러면 AB사건이 도대체 무슨 결과를 만들어내는지를 알아낼 수 있는 척도는 무엇인가? 우선 우리는 A지평과 B지평의 주기들을 각각 파악하고, 그것들을 기준으로 AB사건의 발생주기를 알아내었다. 이제는 또다른 변수인 "강도"값들을 헤아림으로써, 사건에 연루된 사물들간의 상관관계를 알아내야 하는 것이다.

아까 말한 것을 다시 명시하자면, A지평의 강도는 3이고, B지평의 강도는 2이다. 따라서 A지평에 속한 사물의 강도는 3이고, B지평에 속한 사물의 강도는 2라고 단언할 수 있을 것이다. AB사건이 발생할 때, 서로 다른 강도들을 지닌 이 2가지의 사물들은 같은 지점에서 서로를 맞딱뜨리게 된다. 그러면 무슨 일이 발생할까? 우선 A지평에 속한 사물은 자신의 강도가 세다는 사실 하에서 승승장구할 것이고, B지평에 속한 사물은 자신의 강도가 A의 것보다 약하다는 사실 하에서 상대적으로 위축되고 말 것이다.

여기서 또다른 비유를 들어보자. 이번에는 물방울에 그 예를 들어보는 것이다. 만약에 큰 물방울과 작은 물방울이 서로를 만난다면, 당연히 작은 물방울이 큰 물방울쪽으로 이끌려서 합쳐질 것이다. 왜냐하면 큰 물방울은 큰 강도를 지녔고, 작은 물방울은 작은 강도를 지녔기 때문이다. 즉, 작은 강도의 사물은 큰 강도의 사물에게 상대적으로 이끌리게 되어 있다. 만약에 큰 물방울과 작은 물방울이 각자 자기 고유의 이동경로를 따라 움직이다가 서로 합쳐진 것이라면, 작은 물방울의 경로는 큰 물방울의 경로로 "합쳐졌다"고 봐야 마땅하다. 즉, 두 물방울들이 서로 만난 지점을 M장소라고 가정하고, 큰 물방울이 속한 지평을 A지평이라고 가정하며, 작은 물방울이 속한 지평을 B지평이라고 가정한다면, A지평에서는 M장소를 기준으로 하여 앞뒤로 두 개의 경로들이 이어져 있음에 반해 B지평에서는 오직 경로 하나만이 나아가다가 M장소에서 끊겨버린 것이다.

즉, 강도가 큰 지평과 작은 지평이 있고, 각각의 지평에서 탄생한 경로들의 끄트머리가 서로를 만난다면, 그 끄트머리에서 새롭게 탄생하는 경로는 오로지 하나이며, 그 하나의 경로는 바로 강도가 큰 지평에 속한 것이어야 한다는 소리이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좀더 다른 경우를 생각해 보자. 만약에 두 개의 경로들이 만나는 대신에, 단 하나의 경로가 지평과 지평 사이의 교차점을 가로지를 때는 무슨 일이 일어날까?

예를 들어보자. 일단, 강도가 큰 지평과 작은 지평이 서로 교차하여 M장소를 이룬다고 치고, 여기서 강도가 큰 지평에 속한 경로 하나의 끄트머리가 M장소를 가리키고 있다고 가정해 보는 것이다. 이 말은, 강도가 큰 지평에 속한 사물 하나가 혼자서 M장소에 도달했다는 뜻이다. 방금 전처럼 비유를 들어 보자면, 큰 물방울 하나가 혼자서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과도 같다. 그렇다면 어떤 일이 벌어지겠는가? 당연히 큰 물방울은 자신이 가던 대로 계속 직진하지 않겠는가? 결국, 강도가 큰 지평에 속한 경로는, 자신과 동일한 지평에 속한 또다른 경로를 M장소에서 새롭게 탄생시킬 뿐이다.

이러한 패턴은 강도가 작은 지평에 속한 경로의 경우에도 유효하다. 작은 물방울 혼자서 움직이는 것은, 큰 물방울 혼자서 움직이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제 아무리 강도가 작은 경로라 하더라도, 다른 경로와 충돌하지만 않는다면 고유의 길을 유지한 채 계속해서 동일한 지평상에 새로운 경로들을 이어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