벡터라는 것이 있다. 벡터는 크기와 방향을 둘 다 가지는 양으로, 여기서 크기란 무엇이고 방향이란 무엇이냐에 따라 그 벡터가 의미하는 바가 결정된다. 일단 방향에 대하여 생각해 보자. 보통 방향이라고 하면 공간에서의 각 차원별의 변위값들 사이의 비율을 의미한다. 예컨대 x축에서의 변위값이 y축에서의 변위값의 2배인 방향은, x축에서의 변위값이 y축에서의 변위값의 3배인 방향과는 다른 종류의 방향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만약에 방향이 나타내는 것이 공간의 차원들 사이의 비율이 아닌, 추상적인 차원들 사이의 비율이라면 어떻게 될까? 예를 들어서 기쁨, 슬픔, 분노와 같은 감정의 양들을 각각의 차원들로 설정해 놓은 뒤, 그러한 차원들로 이루어진 가상의 공간 하나를 만들어 놓는 것이다. 그런 다음, 그 가상의 공간 안에 벡터를 하나 만드는 것이다. 그러면 그 벡터의 방향은 곧 각 종류별 감정의 변위값들 사이의 비율을 뜻하게 된다. 예컨대 "기쁨"을 x축으로 가지고, "슬픔"을 y축으로 가지는 2차원 공간이 하나 있다고 가정해 보자. 만약에 슬픔의 변위값이 4이고 기쁨의 변위값이 2라면, 이러한 변화를 나타내는 벡터의 기울기는 dy/dx = 4/2, 즉 2이다. 만약에 누군가가 이 2차원 공간 안에 기울기가 2인 벡터를 하나 만들어 놓는다면, 당신은 이 벡터가 "기쁨과 슬픔이 동시에 발생하되, 슬픔의 강도가 2배 크다" 라는 의미를 내포함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즉, 이 벡터는 감정의 희비가 교차하는 가운데 암울함이 득세하는 현상을 표현한 것이다.
이런 식으로, 머릿속에 생겨나는 인간의 다양한 정신현상들을 일련의 벡터들로 나타내는 것이 가능하다. 물론 2차원이 아닌 임의의 N차원 공간 속에 속한 벡터들의 형태가 되어야 하겠지만 말이다. 일단 일상생활에 존재하는 구체적인 감정의 기복들을 벡터화 시키기 전에, 우선 그 벡터들이 속할 가상의 공간 (=생각의 공간) 하나를 만들어내는 게 중요하다. 여기에는 몇가지 모델들이 있다. 하나는 "감각, 감성, 사고, 직관" 이라는 4가지 방향들로 이루어진 2차원 공간이며, 또 하나는 "Oral, Phalic" 이라는 2가지의 방향들로 이루어진 1차원 공간이다. 이 두 모델들을 합치면 3차원 공간이 하나 탄생하는데, 이를 기반으로 인간의 생각들을 벡터화 시킬 수 있겠다.
다만, 여기서 벡터들은 순간적으로 뿅 하고 나타났다가 그냥 그 자리에서 사라질 필요가 없다. 때에 따라서 이 벡터들은 크기와 방향을 조금씩 다르게 하며, 끄트머리를 공간의 다른 위치로 유유히 "이동"시킬 수도 있는 것이다. 즉, 생각의 벡터들은 공간 속에서의 임의의 입자들의 이동경로를 표시해 주는 위치벡터의 역할을 할 뿐이다. 각각의 입자는 마치 에너지 입자처럼 "생각의 알갱이"를 나타내며, 이 생각의 알갱이들은 마치 사물들처럼 자신들만의 길을 따라 공간 속에서 헤엄쳐 다니며 이따금씩 서로 충돌한다. 이는 즉, 생각들끼리 상호작용을 하는 것이다.
생각의 알갱이들 중 상당수는 가상공간의 중심을 기준으로 끊임없이 회전하는데, 이는 마치 행성들이 태양을 중심으로 일정한 주기를 따라 도는 것과도 같다. 생각의 알갱이들의 이러한 회전운동은 특정한 시간간격에 수반하는 "주기적인 감정기복"을 유발하며, 이는 보통 바이오리듬의 개념으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