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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거리와 상상의 거리

Author: Youngjin Kang

Date: Autumn 2013

공간이 하나 있고, 그 공간에는 시작과 끝이 있다고 가정해 보자. 그런데 공간의 중간정도 부위에는 높다란 벽이 하난 세워져 있다. 만약에 "공간의 끝"과 그 벽 사이에 사람이 한 명 위치해 있다면, 그 사람은 벽을 바라보면서, "아, 이 벽이 공간의 시작이구나" 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리곤 그 사람은 벽과 자신 사이의 거리를 측정할텐데, 이렇게 측정된 거리가 바로 "상상의 거리"(Imaginary Distance)이다.

다만 벽의 존재를 무시하고 (왜냐하면 벽은 한낱 사물일 뿐이니까), 아예 "공간의 시작"에서부터 그 사람이 있는 위치까지의 거리를 측정한다면, 그렇게 측정된 값은 바로 "실제 거리"(Real Distance)라고 한다. 여기서 우리는 상상의 거리와 실제 거리 사이를 어떻게 분간하는지 알 수 있다. 실제 거리는 공간의 "진짜 시작부분"에서부터 관찰자까지의 거리이고, 상상의 거리는 공간의 "가짜 시작부분"에서부터 관찰자까지의 거리이다. 여기서 "가짜 시작부분"은 벽을 뜻한다.

따라서 벽을 세운다는 행위는, 어떠한 커다란 공간 속에 좀 더 작은 규모의 "가상공간"을 창조하는 것이나 다를 바 없다. 벽을 하나 세울 때마다, 벽이 바라보는 방향으로 새로운 "거리의 변수"를 탄생시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