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출처: Wikipedia: https://en.wikipedia.org/wiki/The_Sims_(video_game))
2000년 2월 초에 출시된 전설적인 명작, '더 심즈'(The Sims). 요즘은 워낙에 후속작들이 많아서 흔히들 '심즈1'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사실 '심즈1'은 100% 맞는 표현이라고 볼 수 없다. 우리가 알고 있는 '심즈1', 그러니까 정식 출시된 버전의 심즈는 정확한 버전명이 '1.2'이다. 즉, 우리가 아는 심즈시리즈의 첫 작품은 '심즈 1.2'인 것이다. '심즈 1.0'은 심즈게임을 실행했을 때 나오는 동영상 속에서나 살짝 엿볼 수 있는데, 이 버전의 심즈에서는 유니코드 지원이 제대로 안 되어서 영문 텍스트만 입력이 가능하다거나, 심들의 머리 위에 표시되는 초록빛 다이아몬드가 사각형 화살표 모양이라던가 하는 약간의 차이가 있다.
(왜 1.1도 아니고 1.3도 아니고 1.2인지를 확실하게 알 수 있는 증거가 하나 있다. 심즈의 7번째 확장팩인 '수리수리 마수리'(Makin' Magic), 또는 6번재 확장팩인 '수퍼스타'(SuperStar)나 5번째 확장팩인 '멍멍이와 야옹이'(Unleashed)와 같이 설치할 때 2개의 CD를 필요로 하는 확장팩들이 심즈 1 시리즈에는 총 3개가 있는데, 이들 중 하나를 설치할 때 CD를 잘못된 순서로 넣는다든지, 아니면 기존에 이미 같은 확장팩을 깔았었는데 제대로 언인스톨을 안 한 상태로 다시 깔려고 할 때 이런 메시지가 나올 때가 있다: "1.2 버전이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다시 시도해 주세요". 이로써 심즈 오리지날의 정확한 버전이 1.2임을 알 수 있다).
개인적으로 봤을때, 2000년은 3가지 이유로 의미가 많았던 해였다. 하나는 당연히 Y2K(밀레니엄,새천년)가 가지는 상징적인 의미 때문이라고 볼 수 있고, 다른 하나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신문만화 '피너츠'(Peanuts, 찰리브라운과 스누피라는 캐릭터로 잘 알려졌다)의 작가인 찰스 슐츠(Charles Schulz)가 타계한 해였기 때문이며, 나머지 하나는 심즈가 처음으로 세상에 나온 해였기 때문이다.
(이미지 출처: Will Wright Fansite: http://will-wright.com/willshistory7.php)
물론 심즈는 꽤 오래 전부터 개발되고 있었다. 처음에는 디자이너인 윌라이트(Will Wright) 본인 혼자서 구상하는 단계에 머물러 있었지만, 후에 EA가 (맥시스가 EA의 자회사로 팔려나간 후) 심즈의 개발을 중단시키려고 EA 직원 한 명을 맥시스로 보냈는데 의도치 않게 그 직원이 윌라이트와 뜻을 같이 해 버리는 바람에 엉겁결에 더 빨리 제작되어 출시된 걸로 알고 있다.
윌라이트가 심즈의 초안을 구상하기 시작한 건 아마 1993년 즈음이었을 것이다. 때는 심시티 2000이 출시된 해로, 당시 윌라이트는 심시티 2000의 맵 에디터를 이용해서 심즈의 프로토타입을 설계해 보곤 했다 (예를 들자면 벽 모양 건물을 만든 다음, 건물들을 일렬로 배치하여 벽을 표현한다든지 하는 식으로). 처음에 심즈는 단순한 '인형의 집'에 불과한 게임으로 계획되었다. 가상의 집을 모델링하고, 가상의 인물들로 하여금 그렇게 만든 집에 들어가 여기저기 돌아다녀 보고는 그 집에 '점수'를 매기게 하는 게 전반적인 진행방식이었다 (왜냐하면 점수라는 개념이 있어야 게임이라고 부를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점수 매기기' 매커니즘은 정식 출시된 심즈에도 남아있다. 예컨대 새로운 가구를 집 안에 배치하면, 그 집에 사는 심들이 다 같이 그 가구 앞에 몰려가서 감상을 한 후, 그게 개인적으로 좋은지 나쁜지를 손짓과 감탄사로 표현한다.
(이미지 출처: Reddit: https://www.reddit.com/r/thesims/comments/a4ar01/a_screenshot_of_the_very_earliest_prototype_o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