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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이스토리 2와 심슨 히트 앤 런의 레벨 디자인이 말해주는 조화의 미

Author: Youngjin Kang

Date: 2019.09

토이스토리 2와 심슨 히트 앤 런의 레벨 디자인이 말해주는 조화의 미 (Figure 1)

(이미지 출처: Wikipedia: https://en.wikipedia.org/wiki/Toy_Story_2:_Buzz_Lightyear_to_the_Rescue)

토이스토리 2와 심슨 히트 앤 런의 레벨 디자인이 말해주는 조화의 미 (Figure 2)

(이미지 출처: Wikipedia: https://en.wikipedia.org/wiki/The_Simpsons:_Hit_%26_Run)

게임 "토이스토리 2"(Toy Story 2: Buzz Lightyear to the Rescue!)와 "심슨 히트 앤 런"(The Simpsons: Hit & Run)은 한가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그건 바로 순차적으로 진행되는 플레이 구조에도 불구하고 마치 오픈월드 게임과 같은 열린 전개를 허용한다는 점이다.

토이스토리 2는 기본적으로 선형적인 구도로 전개된다. 영화 속 내용을 그대로 게임의 스토리로 옮겨 놓았다고 보면 된다. 주인공 버즈는 첫 레벨인 "앤디의 집"에서부터 시작하여, 알(Al McWhiggin)이 훔쳐간 우디를 찾아 이웃집 정원, 공사장, 알의 가게, 공항 등의 레벨을 순서대로 거쳐가며 게임의 끝을 향해 달려간다. 이 점만 보면 토이스토리 2는 그저 순서대로 레벨을 클리어해가며 플레이하는 평범한 게임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토이스토리 2와 심슨 히트 앤 런의 레벨 디자인이 말해주는 조화의 미 (Figure 3)

(이미지 출처: IGDB: https://www.igdb.com/games/toy-story-2-buzz-lightyear-to-the-rescue)

그러나 토이스토리 2는 이러한 레벨들을 무조건 순서대로 플레이하지 못하도록 디자인되어 있다. 물론 첫번째 레벨을 깨야 두번째 레벨에 진입할 수 있는 점 등의 장벽은 있지만, 각각의 레벨을 무조건 100% 깬 뒤 다음 레벨로 넘어갈 필요는 없다. 예를 들어서 플레이어는 레벨 1의 20% 정도의 미션만을 완료한 후 원한다면 레벨 2로 넘어갈 수 있고, 또 언제든지 다시 레벨 1으로 돌아와서 나머지 미션들을 완수할 수가 있다.

토이스토리 2는 여러 개의 순차적인 레벨들로 이루어져 있고, 각각의 레벨은 5개의 미션들로 이루어져 있다. 하나의 미션을 완수하면 토이 스토리에 등장하는 가상의 피자가게인 "피자행성"(Pizza Planet, 피자 플래닛)의 로고모양을 한 토큰을 하나 얻는데 (줄어서 흔히 "피자토큰"이라고 부른다), 이 토큰을 하나라도 얻으면 해당 레벨을 벗어나 다음 레벨로 진입할 수 있는 열쇠를 얻는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바로 플레이어에게 최대한 많은 선택지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토이스토리 2를 하는 플레이어는 한 레벨 속에 부여되는 5개의 미션을 순서에 상관없이 수행할 수 있으며, 이 중 몇개의 미션을 완수한 뒤 다음 레벨로 넘어갈 것인지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 또한 다른 레벨 속에서 게임을 하다가 언제 다시 떠났던 레벨로 돌아올 것인지도 스스로 결정할 수가 있다. 분명히 게임 자체는 하나의 일차원적인 스토리로 이루어져 있지만, 그 속에서 플레이어는 자유자재로 타임워프를 하며 스토리의 그 어떤 곳으로든 이동할 수 있는 것이다.

토이스토리 2와 심슨 히트 앤 런의 레벨 디자인이 말해주는 조화의 미 (Figure 4)

(이미지 출처: My Abandonware: https://www.myabandonware.com/game/the-simpsons-hit-run-bg6)

"심슨 히트 앤 런"도 비슷한 방식으로 게임을 하는 사람의 자유를 보장한다. 비록 GTA의 패러디물이긴 하지만, 히트 앤 런은 GTA가 가진 디자인 철학을 그대로 계승했다고 할 수 있다. 게임 속에서 플레이어는 하나의 스토리를 따라 순서대로 목표를 수행하지만, 그 사이사이에 짬을 내서 맵 속을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다. 한 미션에서 다른 미션으로 이동하는 루트도 일정하지 않으며, 미션을 수행하는 중에도 본인이 좀 더 빠르다고 생각하는 지름길을 비롯한 색다른 루트를 통해 이동할 수 있다. 아니면 아예 미션 자체를 무시한 채 자유자재로 도심을 누비며 아무거나 부수고 다닐 수 있다. 이는 더할 나위 없이 GTA적인 디자인이다.

이 두 게임들은 공통적으로 스토리와 자유도 사이의 균형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인상깊게 볼만하다. 게임에 있어서 획일화된 이야기 기반의 진행방식은 어찌 보면 열린 플레이 방식에 제약을 두는 고리타분한 장애물로 여겨질 수도 있지만, 어디까지나 게임을 향한 집중력을 유지해 주는 확실한 도구라는 점으로 미루어 볼 때 쉽사리 빼기 힘든 요소이기도 하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이야기에만 치중하다 보면 게임을 하는 이의 선택의 폭에 너무 심한 제약을 줄 수도 있기 때문에 (더 스탠리 패러블(The Stanley Parable)은 이러한 현상을 신랄하게 패러디했다), 이야기와 자유로운 전개 사이의 적당한 균형이 잡혀 있어야 한다.

토이스토리 2와 히트 앤 런은 이러한 균형의 중요성을 잘 실천한 작품들이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