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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에게는 적당한 멍청함이 필요하다

Author: Youngjin Kang

Date: 2019.10

스타크래프트 1과 스타크래프트 2 사이의 가장 큰 차이점을 고르라면, 나는 주저 않고 "인공지능"을 택할 것이다. 특히 인공지능 중에서도 길찾기 인공지능이 가장 큰 차이를 보인다고 할 수 있다.

기계에게는 적당한 멍청함이 필요하다 (Figure 1)

(이미지 출처: Foebes: https://www.forbes.com/sites/hnewman/2018/03/31/happy-starcraft-day-free-stuff-interviews-and-goodies/)

스타 1을 해 본 유저는 드라군, 골리앗 같은 몇몇 중/대형 유닛들이 명령을 내렸을 때 길을 잘 찾지 못하고 허둥거려서 답답함을 많이 느껴봤을 것이다. 반면에 스타 2를 해 본 유저들은 유닛들의 움직임이 너무나도 부드러워서 명령을 내릴 때 답답함을 거의 못 느꼈을 것이다.

이 두 게임들의 플레이 영상을 대조해 보면 확실하게 차이를 알 수 있다. 스타 1의 유닛은 일단 맵의 구조를 바탕으로 길을 하나 찾은 다음, 그렇게 찾아낸 길을 따라 움직이다가 바로 앞에 장애물이 생길 때마다 멈칫거리며 왔다리 갔다리 한다. 지나가려고 했던 경로가 막혔을 때 빠르게 대처하지 못하는 것이다.

기계에게는 적당한 멍청함이 필요하다 (Figure 2)

(이미지 출처: Medium: https://medium.com/syncedreview/tencent-tstarbots-defeat-starcraft-iis-powerful-builtin-ai-in-the-full-game-ee3d76519419)

이와는 대조적으로, 스타 2의 유닛들은 거대하게 군집을 빽빽하게 이룬 채 움직일 때에도 마치 물이 흐르는 듯한 매끈한 이동경로를 보여준다. 이는 플레이어에게 마치 자석으로 쇠구슬들을 끌어 당기는 듯한 느낌을 줄 정도이다.

그러나 과연 이런 성능 좋은 인공지능이 스타 1의 인공지능보다 우월하다고 할 수 있을까?

물론 지능 그 자체의 수준을 놓고 봤을 때, 스타 2 유닛의 길찾기 능력은 스타 1 유닛보다 훨씬 탁월하다. 여기엔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실제 전쟁터의 모습이 어떨지를 상상하며 인공지능을 평가할 때, 과연 스타 2의 인공지능이 게임의 특성에 잘 어울리는지에 대한 여부에는 의심이 갈 수밖에 없다.

우선 게임 속 유닛의 입장이 되어보자. 만약에 내가 전쟁터를 헤매고 있는 마린들 중 한 명이라면, 1인칭 시점으로 앞을 보며 움직이는 입장에서 과연 얼마나 빠르고 신속하게 길을 찾아다닐 수 있을까?

기계에게는 적당한 멍청함이 필요하다 (Figure 3)

(이미지 출처: Behind the Voice Actors: https://www.behindthevoiceactors.com/video-games/Starcraft-Brood-War/Terran-Marine/)

설사 헬멧 속에 디스플레이 형태로 실시간 길안내 지도가 표시된다 할지라도, 과연 언제 어느 방향에서 공격 당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얼마나 유유자적하게 정해진 경로대로 움직일 수 있겠는가?

이러한 의문 때문에, 나는 과연 스타 2 유닛들의 부드러운 행동방식이 스타 1 유닛들의 끝없는 허둥거림 보다 더 진보된 것이라고 믿기가 힘들다. 오히려 리얼리티를 고려한다면, 어느 정도 불완전했던 스타 1의 인공지능이 (당시에는 순전히 기술력이 딸려서 그렇게 만들었다 쳐도) 전쟁이라는 게임 속 설정을 스타 2보다 더 잘 묘사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