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이트를 비롯한 몇몇 정신분석학자들이 주장하는 이론이 하나 있다. 그건 바로 사람들이 잠을 잘 때 꿈을 꾸는 이유가 "억눌린 사고의 표출"에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평소 일상을 살아가면서 수많은 생각들을 억누르곤 한다. 왜냐하면 깨어있는 동안에 우리의 의식은 어떤 종류의 생각을 하는 게 가장 효율적인지를 계속 계산하며, 효율성이 낮다고 판단되는 생각들은 무의식의 한쪽 구석에 처박아 놓기 때문이다.
진화심리학적인 측면에서 바라보자면 평소에 "쓸데없는 생각"을 많이 하는 동물의 생존확률은 그렇지 않은 개체들 보다 현저히 떨어질 수 밖에 없고, 따라서 생존에 직접적인 도움이 되는 사고회로를 가장 우선적으로 돌리는 게 뇌의 입장에서는 가장 최선의 선택이라고 할 수 있다.
(이미지 출처: Wikipedia: https://en.wikipedia.org/wiki/Psychology)
다만, "비효율"이라는 낙인이 찍힌 생각들 이라고 해서 이들이 순순히 뇌리에서 증발해 주는 것은 아니다. 더군다나 이들에게는 의식의 억압에 대항하려 하는 고약한 본성이 있기 때문에, 계속 무시하다 보면 나중에는 괴물이 되어 비정상적인 방식으로 표출되고 만다 (프로이트가 말하는 '컴플렉스', 융이 말하는 '그림자'(셰도우) 등이 이들을 일컫는다고 얼추 볼 수 있다).
몇몇 정신분석학자들이 주장하는 꿈의 존재 목적은 바로 여기에 있다.
우리는 밤에 꿈을 꾸면서, 우리가 평소에 애써 외면했던 희망사항이나 걱정들이 꿈 속에서 다소 자극적인 형태로 발현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이러한 꿈 속 요소들을 프로이트학파의 학자들은 일종의 억눌린 욕망이라고 정의하는데, 그들은 우리가 평소 외면하던 생각들이 꿈 속에서 생생하게 모습을 드러내는 것은 바로 우리의 뇌가 그동안 쌓여있던 숨겨진 욕망을 소변/대변처럼 배출해 내는 과정이라고 설명한다. 때문에 꿈 속에서는 우리가 평소에 잘 의식적으로 떠올리지 않던 관념들이 자주 나타나곤 한다는 것이다.
(이미지 출처: Wikipedia: https://en.wikipedia.org/wiki/Sigmund_Freud)
게임에는 크게 두가지 종류가 있다고 볼 수 있다. 마치 꿈처럼 게이머의 억눌린 감정들을 해소시켜 주는 게임. 그리고 그와는 반대로 오히려 심리적으로 사람을 억눌러 앙금을 쌓이게 만드는 게임.
전자는 이해하기 쉽다. 유저로 하여금 평소에 하지 못했던 것들을 마음껏 하게 해주는 게임이라면 무조건 이 범주에 속하기 때문이다.
반면에 후자에 해당하는 게임은 그닥 찾기가 쉽지는 않지만, 그래도 분명히 우리 주변에 존재한다.
(이미지 출처: Wikipedia: https://en.wikipedia.org/wiki/Getting_Over_It_with_Bennett_Foddy)
예를 들어서 높은 난이도의 사행성 MMORPG 게임들, 항아리게임(Getting over it with Bennett Foddy)과 같이 실패에 대한 처벌이 너무 가혹한 게임들, 또는 플레이어들간의 치열한 대결 속에서 승패가 결정되는 e스포츠 게임들은 오히려 게임을 하는 이에게 분노와 스트레스를 주곤 한다.
이 둘 중에서 어느 부류의 게임이 더 좋다고 단정 짓기는 힘들다. 물론 단편적인 1회성 플레이의 차원에서 보면 그냥 당장에 스트레스를 해소시켜 주는 게임이 더 나을 수도 있다. 그러나 패배에 패배를 거듭하며 쌓아올린 감정이 오히려 유저를 게임에 더 집착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기도 하기 때문에, 무조건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게임만이 게임시장에서 성공한다고 장담하는 것도 힘든 건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