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글에 이어서...)
플레이어의 자유를 게임이 최대한으로 보장해 준다는 점 하나 만으로도, 그 게임은 플레이어에게 있어서 매우 중요한 심리적 안식처가 될 수 있다. 왜냐하면 이는 자기 자신이 자유의지를 가진 하나의 인격체로 존중 받고 있다는 믿음을 주기 때문이다. 스스로 무언가를 결정할 능력이 있는 존재로 인정받을 때, 사람은 비로소 본인을 인정해 준 자를 향한 이루 말할 수 없는 감동을 표한다. 그리고 기꺼이 그것을 증명하기 위해 자신의 모든 재능과 노력을 쏟아 부어 스스로를 희생한다.
(이미지 출처: Ebay: https://www.ebay.com/itm/Saint-Exupery-The-Little-Prince-In-the-Garden-of-Roses-signed-lithograph-/142644157804)
(2) 소유에 대한 존중
남들과 공유하는 것이 아닌, 오로지 자기 자신만이 소유할 수 있는 무언가가 게이머에게는 필요하다. 왜냐하면 "자신만의 무언가"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은 당사자로 하여금 본인이 게임 속에서 하나의 고유하고 대체 불가능한 존재로 인정 받는다는 확신을 주기 때문이다.
자기 자신만의 애완동물을 키우는 유저는 한 명의 주인으로서 일종의 암묵적 책임의식을 부여받으며, 이는 유저에게 "나는 이 게임에 반드시 필요한 사람이다" 라는 믿음을 심어 준다. 이러한 심리적 흐름은 오로지 한 명의 개인만이 책임을 가지고 관리/감독하는 대상, 즉 개인의 사유재산을 게임이 순순히 인정해 줄 때 가능한 일이다.
(이미지 출처: Britannica: https://www.britannica.com/art/abstract-art)
(3) 이해력에 대한 존중
종종 인디게임들 중에는 매우 난해한 내용으로 유저를 당혹시키는 작품들이 꽤 있다. 예컨대 젠(Zenn)과 같은 게임들이 대표적이다. 도대체 무슨 내용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 것인지 갈피를 잡을 수 없게 만드는 작품들이 다 이 범주에 속한다고 보면 된다. 이들의 공통점은 바로 무한한 미스터리의 파노라마를 펼치며 지속적으로 유저의 상식을 깨뜨리고 짓밟는다는 데에 있다.
이런 초현실주의적인 게임들은 몇몇 매니아들 에게는 각광 받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보통은 대부분의 사람들 에게 외면 받는다. 왜 그럴까?
(이미지 출처: Destinations: https://destinations.com.ua/art/famous-ukrainian-art-modern-artists)
물론 게임을 이해하기가 어려워서 하다가 그만 둔다는 게 대표적인 이유일 수는 있겠지만, 그 보다 더 근본적인 이유로는 "이해력 존중의 부재"를 들 수 있다. 게임이 난해하다는 사실은, 어찌 보면 게임이 유저에게 다음과 같은 말을 무의식적으로 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해 안 되냐? 이해 안 되지? 그래, 이런 심오한 게임을 너같이 우매한 대중이 이해할 리가 없지."
유저의 사유능력을 자신보다 한 단계 낮은 수준으로 전제하는 게임은 알게 모르게 유저를 과소평가 하는 뉘앙스를 게임 속에서 풍기곤 한다. 이는 유저에게 "이 게임은 나를 가르치려 한다"는 인상을 주어 굉장한 모욕감을 유발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