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 주의! - 아래에는 '그래비티 본'이라는 게임의 결말이 언급 됩니다)
(이미지 출처: Rock Paper Shotgun: https://www.rockpapershotgun.com/2009/01/06/we-are-spies-we-will-thrill-you-gravity-bone/)
(이미지 출처: bit tech: https://bit-tech.net/blogs/free-games-i-like-gravity-bone/1/)
'그래비티 본'의 주인공이 겪는 처음이자 마지막의 죽음은 게임 속에서 일어난 가장 비극적인 경험임에 앞서, 어찌 보면 가장 아름다운 경험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죽음이라는 현상 자체가 아름답다는 뜻은 아니다. 죽음과 삶 중 하나를 택하라면 당연히 삶을 택하는 게 우리 모두의 공통된 입장이다. 다만 죽음을 맞이하는 그 짧은 순간을 슬로우 모션 형식으로 약 1분 남짓한 시간 동안 견디며, 그동안의 살아 왔던 본인의 인생을 되돌아 보는 주인공의 겸허한 자세는 보는 이로 하여금 이루 표현 하기가 힘든 묘한 감동을 느끼게 만든다. 여기에는 단순한 슬픔의 감정을 초월하는 무언가가 있다.
왜냐하면 주인공은 언제 끝날지 모르는 짤막한 하나의 인생을 나름의 소신과 함께 열심히 살았으며, 총알에 맞고 죽어가는 그 순간까지도 그 동안 열심히 살아 왔던 자신의 아름다운 모습을 잊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나간 삶의 의미 있었던 순간들을 죽음의 찰나에도 하나 하나 회상하는 주인공의 모습은 플레이어로 하여금 결코 그의 죽음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지 못하게 만든다. 주인공의 머릿속에 스쳐 지나가는 어렴풋한 장면들 속에는 주인공의 활약상, 성취, 그리고 추억의 순간들이 담겨 있는데, 이런 소중한 순간들을 본 플레이어에게 있어서 더 이상 '그래비티 본'의 주인공은 하나의 컨트롤의 대상이 아닌, 나름의 가치를 지닌 존중의 대상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러한 심리적 전환은 유한한 존재를 주인공으로 삼는 게임이 구현 할 수 있는 너무나도 아름다운 경험이라고 할 수 있다.
(이미지 출처: cameronmoviesandtv: https://cameronmoviesandtv.wordpress.com/2014/09/26/starcraft-brood-war-campaign-reviews-episode-5-terran-campaign-the-conquest-of-the-u-e-d-and-the-legacy-of-stukov/)
물론 이런 비주류 인디게임이 아닌 유명 게임들 사이에서도 유한한 존재의 아름다움을 강조한 작품들은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예컨대 스타크래프트가 대표적이다. 저그족의 침공으로 인해 쓰러져 가는 아이어를 지켜 봐야 했던 프로토스의 의회, 또는 온 군대가 전멸 당할 것을 알고 죽음의 순간만을 기다리는 UED의 원정대 등과 같은 스타크래프트의 이야기 속 설정들은, 보는 이로 하여금 한 순간 빛나다 별똥별처럼 사라지고 마는, 그래서 비록 처량하긴 하지만 사라지기 전의 그 순간 만큼은 더더욱 아름다운 그 무언가의 애처로움을 느끼게 하며 미묘한 감성의 파노라마를 펼쳐낸다.
이러한 감정적 영역 이외에도, 게임 속에서의 유한성은 상당히 기능적인 면모를 자랑 한다고 볼 수 있다.
예를 들어서 게임 속에 등장하는 유한한 자원은 제한된 시기 안에 획득 및 소모를 해야 하는 식의 "시간적 특수성"을 띈다고 할 수 있는데, 이는 유저로 하여금 항시 게임 속 상황에 몰입하고 있도록 유도하기 때문에 게임의 흥행에 매우 긍정적인 영향을 낳는다 (낚시가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취미활동인 이유도 비슷한 맥락 때문이다. 물고기가 떡밥을 무는 시점은 매우 한정적이며, 이는 낚시꾼으로 하여금 한 순간도 한눈을 팔지 않고 낚시에 집중 하도록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