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플레이를 다채롭게 만드는 것은 적당한 수준의 복잡성 이라는 사실에 다들 동의할 것이다. 너무 단순한 방식으로 진행되는 게임은 플레이의 폭이 한정적일 수 밖에 없다.
다만 게임의 복잡성을 이루는 요소들은 다양한데, 그 중 몇가지의 대표적인 예는 다음과 같다.
(이미지 출처: The Conversation: http://theconversation.com/how-to-escape-a-maze-according-to-maths-71582)
(1) 공간적 복잡성
게임 속 공간은 어느 정도 적당한 수준으로 복잡해야 한다. 미로처럼 그 정도가 너무 심해가지고 플레이어를 좌절시켜도 안되고, 그렇다고 해서 완전히 탁 트인 벌판 위를 지루하게 거닐게 해서도 안된다 (매우 안좋은 예: "사막버스"(Desert Bus)). 보통은 복도처럼 일관성 있게 오픈된 공간들과 방처럼 깔끔하게 격리된 공간들을 어느 정도 얼기설기 연결시켜 놓는 게 좋은 효력을 발휘한다 (로그라이크(Roguelike) 부류의 게임들이 주로 이 방법으로 던전을 만든다).
(이미지 출처: Amatopia: https://amatopia.wordpress.com/2016/09/26/chain-reactions-affecting-the-people-youve-never-met/)
(2) 관계적 복잡성
다음과 같은 상황을 상상해 보자:
"내가 이 버튼을 누르면 사다리가 내려와서 그걸 타고 위로 올라갈 수 있지만, 그 이전에 사다리가 밑에 있던 가스통을 건드려 가스누출을 일으키고 말 것이다. 그런데 가스통을 다른 곳으로 옮기려면 아까 왔던 길로 다시 돌아가서 황금열쇠를 주운 뒤, 그걸 이용해 오른쪽의 복도 벽에 숨겨져 있는 창고 문을 열고 들어가 그 속에 있는 스위치를 켜서 가스통의 잠금장치를 해제시켜야 한다. 그런데 스위치를 키면 복도 벽에 장착되어 있는 붙박이 기관총의 방아쇠가 당겨져 사방으로 총알이 발사되기 때문에, 우선 복도 안에 있는 모든 중요 소지품들을 다른 곳을 옮겨 놔야 한다...".
이런 흥미로운 상황의 연출이 가능한 건 각종 사물들 사이의 얽히고 설킨 상호관계 덕택이다. 적당한 관계적 복잡성은 퍼즐게임 장르에서 많이 사용되는 디자인 요소라고 할 수 있다.
(이미지 출처: Freeware Files: https://www.freewarefiles.com/Sailor-Moon-Dating-Simulator-SS-V-screenshot-24553.html)
(3) 심리적 복잡성
연애시뮬레이션(대표적인 예로 "미연시"(미소녀 연애 시뮬레이션))에 필수사항으로 등장하는 요소가 바로 심리적 복잡성이다. 게임 속 인공지능과의 치열한 감정씨름은 그 수준이 너무 심하면 플레이어를 지쳐 나자빠지게 만들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심리적인 밀고 당기기의 원리에 의해 플레이어를 훨씬 더 게임에 몰입하게 만드는 효과를 발휘한다.
(4) 차원적 복잡성
이건 그닥 게임에서 흔하지는 않지만, 몇몇 독특한 인디게임에서 즐겨 사용되는 방법이다. 예를 들자면 시간여행이 가능하다거나, 시간의 속도를 일시적으로 조작하는 게 가능하다거나, 장소별로 시간이 제각기 다른 속도로 흐르는 게 가능하다거나 (예: 영화 '인셉션'에 나오는 꿈의 층들, 드래곤볼에 나오는 "정신과 시간의 방" 등등), 비유클리드적인(Non-Euclidean) 공간 속을 탐험한다거나, 아니면 평행우주로 이동하여 현재의 상황의 조금 다른 버전의 현실을 경험하는 게 가능한 게임이 있다면, 이 게임은 차원적인 복잡성을 잘 구현해 냈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자칫하면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 난해한 게임을 탄생시킬 수도 있으니, 게임 개발자들은 이런 현대물리학적인 테크닉을 최대한 절제해가며 사용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