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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런스

Author: Youngjin Kang

Date: 2019.11

게임에 있어서 밸런스가 중요하다고들 말을 한다. 그러나 수많은 게임 디자이너들은 이 명제에 대해 상당히 회의적인 입장을 고수한다. 왜 그럴까?

물론 게임의 밸런스가 너무 심하게 안 맞으면 안된다는 건 모두가 인정하는 부분이다. 12가지의 무기가 등장하는 게임이 있는데 그 중 가장 가격이 싼 무기 하나가 다른 모든 무기들을 완벽하게 무기력화시켜 버린다면, 이는 너무나도 명백한 밸런스의 붕괴를 뜻한다. 이러한 현상을 원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밸런스 (Figure 1)

(이미지 출처: Newbie DM: https://newbiedm.com/2009/04/12/on-game-balance/)

그러나 이와는 정 반대로 밸런스를 너무 완벽한 수준까지 끌어올린다면, 이 또한 게임의 재미에 있어서 그다지 좋은 사인이 아니다. 왜냐하면 디자이너들이 게임의 밸런스를 맞추는 궁극적인 이유는 어느 정도 게임 플레이의 다양성을 장려하기 위한 것이지, 수학적으로 완벽한 대칭을 이루는 성스러운 건축물을 짓기 위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밸런스 (Figure 2)

(이미지 출처: Gamasutra: https://www.gamasutra.com/view/feature/134768/understanding_balance_in_video_.php?print=1)

너무 완벽한 밸런스는 본의 아니게 게임 속 캐릭터들과 아이템들의 특징을 엇비슷하게 평준화 시켜 버림으로써, 오히려 게임 플레이의 다양성을 저하시켜 버린다. 따라서 다양성의 극대화를 위해서는 너무 낮지도, 너무 높지도 않은 적당한 수준으로 밸런스를 맞춰줘야 한다.

적당한 밸런스의 대표적인 예로는 블리자드 사에서 개발한 스타크래프트와 오버워치가 있다. 많은 이들이 알다시피, 스타크래프트의 스카우트(프로토스 정찰기)와 오버워치의 한조는 둘 다 비정상적으로 약한 캐릭터로 악명이 높다. 그러나 과연 이들의 존재가 게임 자체의 재미를 해칠까?

밸런스 (Figure 3)

(이미지 출처: Liquipedia: https://liquipedia.net/starcraft/Scout)

아니, 오히려 그 반대에 가깝다고 볼 수도 있다. 게임 속에 한 둘쯤 있는 약한 캐릭터들은 오히려 게임을 둘러싼 유머러스한 상황의 소재가 되며 게이머들에게 즐거움을 준다. 어차피 밸런스가 붕괴된 캐릭터가 극소수에 불과하기 때문에, 그냥 해당 캐릭터들을 사용하지만 않는다면 밸런스 잡힌 게임진행이 가능한 것이다.

아마도 블리자드는 지나치게 밸런스에만 치중하다가 캐릭터의 개성을 망가뜨려 버리는 걸 방지하기 위해 스카우트와 한조를 그냥 그 상태로 내버려 두었으리라고 나는 생각한다. 약간의 밸런스 희생이 게임을 더 다채롭게 만들 수 있다면, 그 길을 택하는 것이 수학적 완벽주의를 고집하는 것보다 낫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