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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텐츠의 유동성

Author: Youngjin Kang

Date: 2019.11

게임 속 컨텐츠의 유동성은 플레이어로 하여금 다양한 실험을 해볼 수 있도록 도와주며, 궁극적으로는 게임의 자유도를 매우 높은 수준으로 이끌어 올린다.

이를 잘 실천한 두 작품들이 있는데, 이들은 맥시스 사에서 개발한 '심콥터'(SimCopter)와 '스트리트 오브 심시티'(Streets of Simcity)이다. 비록 자금난에 허덕이며 주주들의 압박으로 억지로 개발한 작품들이긴 했지만, 이들은 한가지 큰 장점을 가지고 있었다.

컨텐츠의 유동성 (Figure 1)

(이미지 출처: Rock Paper Shotgun: https://www.rockpapershotgun.com/2019/09/09/streets-of-simcity-can-now-run-on-modern-pcs-thanks-to-fan-tinkering/)

그건 바로 심시티 2000의 맵을 파일 형식으로 불러와 이들 게임 속에서 배경으로 사용하는 게 가능하다는 사실이었다.

게임 속 리소스 파일을 다른 게임에 이식해 사용한다는 발상은 당시에는 너무 시대를 앞서갔다고 말할 수 있다 (너무 앞서간 탓에 지금도 꽤 혁신적으로 느껴질 지경이다). 왜냐하면 리소스 파일을 업로드/다운로드 할 수 있는 자유로운 웹 커뮤니티 없이는 이러한 기능이 별 쓸모가 없기 때문이다. 맵을 만들어서 남들과 공유해야 재미가 있지, 본인이 혼자 만든 맵을 본인이 다른 게임 속에서 둘러보는 게 재미가 있어봐야 얼마나 있겠는가?

컨텐츠의 유동성 (Figure 2)

(이미지 출처: Abandonware Dos: https://www.abandonwaredos.com/abandonware-game.php?abandonware=SimCopter&gid=2366)

때문에 인터넷 커뮤니티의 수준이 아직 걸음마 수준의 웹 1.0에 머물러 있던 1995-1997년 당시, 심콥터와 스트리트 오브 심시티의 맵 이식기능은 그다지 호응을 얻지 못했다.

아마 이 두 게임들이 2004년에서 2009년 사이에 나왔다면 좀 더 반응이 좋았으리라 생각한다 (왜냐하면 2004년은 본격적으로 쌍방향 커뮤니티 중심의 인터넷인 웹 2.0이 활성화되기 시작했던 해였고, 2009년은 높은 수준의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한 샌드박스 게임들이 우후죽순 늘어나며 게임시장 속에서 포화를 이루기 시작했던 해였기 때문이다).

컨텐츠의 유동성 (Figure 3)

(이미지 출처: Hytale: https://hytale.com/news/2019/2/customizing-your-character-in-hytale)

이 이외에도 1990년대와 2000년대의 수많은 게임회사들은 게임 속의 최대한 많은 요소들을 파일 단위의 리소스로 분리시킴으로써, 유저들로 하여금 자유로운 컨텐츠의 공유와 이식을 가능하게 해주기 위해 노력했다.

불행히도 이러한 트렌드는 파일의 이동과 수정이 쉽지 않은 스마스폰의 보급화와 함께 2010년대에 이르러 식기 시작했으며, 오늘날에는 마인크래프트나 로블록스를 비롯한 몇몇 아주 유명한 샌드박스 게임들만이 이런 디테일한 커스터마이징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