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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사람들은 어떤 게임을 할까? - 2

Author: Youngjin Kang

Date: 2019.09

2030년대에서 2050년대까지의 가깝고도 먼 미래에 게임산업이 어떠한 방향으로 발전해 나아갈지는 그 누구도 장담하지 못한다. 그러나 앞서 언급했던 게임의 발달과정의 몇가지 특징들을 바탕으로 최소한 어느 정도 유추는 할 수 있다.

우선 미래에 관해 이야기할 때 한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사실이 하나 있다. 그건 바로 미래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그 시기를 '미래'라고 느끼지 않는다는 것이다.

'2030년'이라는 숫자는 지금 이 순간에 보면 굉장히 미래틱해 보인다. 당장 상상해 보면 2030년에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머리에 안테나를 꽂은 채 사이버틱한 은빛 수트를 입고 다닐 것 같다.

미래의 사람들은 어떤 게임을 할까? - 2 (Figure 1)

(이미지 출처: Wikipedia: https://en.wikipedia.org/wiki/Blade_Runner)

그러나 2000년과 2010년의 시대적 차이가 지금 와서 보면 2000년 당시의 상상보다 크지 않았듯이, 2030년도 아마 전세계적인 천재지변이 없는 한 지금과 별 차이가 없을 것이라 예상한다.

물론 기술적 진보는 있을 것이다. 현재의 기술 발전 속도가 얼추 유지 된다면 아마 2030년 정도에는 대형 쇼핑몰의 진열대 유리가 투명 터치스크린으로 바뀌어 있고, 여객기의 좌석은 더 좁아져 있으며, 긴꼬리고양이 없이도 코피 루왁을 우려낼 수 있는 캡슐커피 정도는 나와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흔히 '미래'라고 하면 상상되는 화려한 이미지들이 2030년에 과연 얼마나 실현되어 있을까?

보통 IT 관련 업체에서 "우리 기업의 미래" 와 같은 주제로 제작한 마케팅 영상을 보면, 앞으로 수십년 이내에 집안과 길거리가 온통 휘황찬란한 홀로그램 영상으로 뒤덮일 것처럼 미래를 묘사한다. 그러나 이러한 영상은 어디까지나 마케팅을 위해 만들어졌다는 점을 명시해야 한다. 기업은 미래를 온통 본인들의 제품으로 가득 채우고 싶은 소망을 소비자들에게 보여줄 뿐이다.

미래의 사람들은 어떤 게임을 할까? - 2 (Figure 2)

(이미지 출처: Best Fun Quiz: https://www.bestfunquiz.com/q/what-is-your-future-life-personality-quiz-for-fun)

내 생각에는 기술 자체는 계속해서 발전하기 때문에 꽤 진보해 있을지 몰라도, 우리 주변에 흔히 보이는 대중매체는 크게 달라져 있지 않을 것이라 본다. 왜냐하면 기술과 달리 대중매체는 인간의 감성을 베이스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건 오랜 세월이 흘러도 쉽게 변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 덕택에 셰익스피어의 희곡을 비롯한 몇몇 고전문학작품들은 쓰여진 지 수백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오늘날까지도 대중들 사이에서 보편적인 공감대를 형성하며 사랑받고 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이 하나 있다. 그건 바로 게임이 기술이 아닌 대중매체라는 사실이다. 게임을 만들 때 기술이 심장 역할을 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게임이 기술 그 자체라고 할 수는 없다.

이전 글에서 말했듯이, 미래의 기술이 미래의 명작게임의 필수 조건은 아니다. 2055년의 여름에는 어느 한 텍스트 어드벤쳐 게임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전설적인 명작으로 기억될 수도 있는 것이고, 2090년의 가을에는 누군가가 취미로 만든 공책게임이 전세계 중/고등학생들의 필수 게임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설사 그 정도 미래에는 인간의 뇌 자체를 원격으로 해킹해서 아무 장비 없이 가상현실을 구현할 수 있다 할지라도 말이다.

미래의 사람들은 어떤 게임을 할까? - 2 (Figure 3)

(이미지 출처: Wikipedia: https://en.wikipedia.org/wiki/Tabletop_game)

제 아무리 현실과 똑같은 가상현실 공간이 생겨난다 해도, 그 속에서 어떤 식으로 게임의 규칙, 매커니즘, 인터페이스를 디자인 해야 유저로 하여금 재미를 느끼게 할 수 있을지는 별개의 문제이다.

오히려 회화의 역사가 그러했듯이, 미래의 게임은 사실주의를 일부러 배제한 채 오로지 추상적인 모습만을 보여줘야 호응을 얻을지도 모른다. 이미 몇몇 인디게임 개발자들은 캐주얼 게임 장르를 중심으로 일종의 미니멀리즘을 시도하며 그러한 트렌드를 조금씩 유행시키고 있다.

그렇다면 플레이어들에게 어떻게 다가가는 게임이 미래에는 명작으로 인정 받을까?

이전 글에서 언급했듯이, '이야깃거리'와 '대리만족'이라는 두가지의 범시대적인 요소들을 가진 게임이라면 미래에도 충분히 인정받을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미래의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게임, 그리고 미래의 사람들이 평소 일상에서 가지지 못했던 경험을 가질 수 있게 해주는 게임이 바로 미래를 제패하는 게임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