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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사람들은 어떤 게임을 할까? - 1

Author: Youngjin Kang

Date: 2019.09

전자오락을 향한 사람들의 관심은 1970년대에 퐁(Pong), 에스터로이드(Asteroid), 틱택토(Tic-Tac-Toe) 등의 전설적인 오락실 게임들을 만들어 냈고, 1980년대에는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콘솔게임 브랜드들을 양성했으며, 1990년대에는 가정용 PC의 보급화와 고성능 3D 그래픽 기술의 발달에 힘입어 수많은 장르의 PC게임들을 탄생시켰다.

또한 2000년대에는 인터넷의 성장과 더불어 수많은 온라인 게임들을 만들어 냈고, 2010년대에는 스마트폰의 눈부신 발달 덕분에 다양한 AAA 모바일 게임들이 소비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으며, 앞으로 펼쳐질 2020년대는 사물인터넷/가상화폐의 도움을 받아 작동하는 VR/AR 게임의 시대가 될 것으로 대부분 예상하고 있다.

그렇다면 그보다 더 뒤인 2030년대, 2040년대, 그리고 2050년대에는 도대체 무슨 게임들이 나올까?

이러한 물음에 대한 해답을 찾으려면, 우선 지금까지의 게임의 역사가 어땠는지를 다시 잘 되짚어 봐야 한다. 다음은 컴퓨터 게임의 발전 과정에서 찾을 수 있는 몇가지의 대표적인 특징들이다:

미래의 사람들은 어떤 게임을 할까? - 1 (Figure 1)

(이미지 출처: Wikipedia: https://en.wikipedia.org/wiki/Undertale)

(1) 제 아무리 각광받는 게임 기술이 나온다고 해도, 그것이 명작 게임의 필수 조건이 되는 것은 아니다.

현재 온라인 게임을 만들 수 있는 여건은 충분하지만 그래도 오로지 싱글플레이만을 고수하는 명작 게임들이 있고 (예: 언더테일), 자유도 높은 오픈월드 게임이 이상적인 장르로 각광받아도 여전히 딱딱한 스토리 방식을 유지하는 명작 게임들이 나오고 있으며 (예: 툼 레이더), 높은 수준의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한 게임이 아무리 인기 있어도 오히려 그런 게 쉽지 않은 몇몇 게임은 특유의 신비주의적인 느낌 덕분에 명작으로 기억되기도 한다 (예: LSD 드림 애뮬레이터).

미래의 사람들은 어떤 게임을 할까? - 1 (Figure 2)

(이미지 출처: Wikipedia: https://en.wikipedia.org/wiki/Dwarf_Fortress)

(2) 그래픽/사운드를 비롯한 미적 요소들이 무조건 현실감 있게 바뀌는 건 아니다.

예컨대 2010년대에 이르러서 수많은 게임들(특히 캐주얼 게임들)은 전혀 질감이 없는 단색의 무늬만을 이용해 게임 속 그래픽을 구현하기 시작했다. 여기에는 그래픽 카드를 덜 혹사 시키려는 의도도 있겠지만, 오히려 전반적인 컴퓨터의 성능이 훨씬 더 떨어지던 90년대에는 대부분의 게임이 최대한 디테일한 질감을 이용했던 것을 감안하면 무언가 다른 이유가 있다고 볼 수 있다.

내 생각에는 카메라의 발명이 사실주의 미술의 퇴보를 고한 것과 비슷한 맥락으로 이 현상을 해석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현실감을 살리는 기술이 좋아지면 좋아질수록, 그것을 향한 갈망은 시들어 버리는 것이다.

미래의 사람들은 어떤 게임을 할까? - 1 (Figure 3)

(이미지 출처: Wikipedia: https://en.wikipedia.org/wiki/Neverwinter_Nights)

(3) 끊임없이 이야깃거리를 만들어 내는 게임이 한 시대를 풍미한다.

이는 과거에도 그랬지만, 1인 미디어가 발달한 오늘날에는 더더욱이 그렇다. 잘 디자인 된 게임 속 전략/전술 시스템은 e스포츠가 되어 수많은 선수들과 명경기들을 양성해 내기도 하고, 풍부한 게임 속 스토리는 유저들로 하여금 끝없이 해석과 추론을 하도록 만들며, 높은 수준의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한 게임은 유저들이 직접 게임 자체를 개조해 가며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내게끔 한다.

이 모든 행위들이 모이면 게임은 단순한 '놀이'라고 불리우는 틀에서 벗어나 사람들 사이의 대화 주제로 승화되는데, 이렇게 삶의 일부가 된 게임은 어떤 이들에게는 취미가, 또 어떤 이들에게는 직업이 된다. 중요한 것은 게임이 얼마나 이야깃거리의 소스를 잘 제공함으로써, 스스로를 사람들의 구설수에 얼마나 잘 오르내리게 하는지에 달려있다.

미래의 사람들은 어떤 게임을 할까? - 1 (Figure 4)

(이미지 출처: Wikipedia: https://en.wikipedia.org/wiki/Sakura_Wars)

(4) 게임은 대리만족의 도구이다.

지금까지의 게임의 역사를 되돌아 보면, 현실 속에서 경험하기 힘든 것을 손쉽게 경험하게 해주는 것이 수많은 유명 게임들의 키 포인트였음을 알 수 있다. 죽고 죽이는 액션, 완전범죄, 미지의 세계를 향한 탐험, 물질적 풍요, 감정적 풍요(예: 연애시뮬레이션) 등의 모든 것들이 현실에서는 만나기 힘들지만 게임 속에서는 만나기 쉬운 것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