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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구로서의 게임

Author: Youngjin Kang

Date: 2019.09

게임의 1차적인 존재목적은 하나의 놀이수단으로 이용되기 위함인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몇몇 게임들은 단순한 놀이의 차원을 넘어서서 일종의 "만능 도구"로 사용되기도 한다.

게임의 존재목적들 중에 놀이가 아닌 것들은 다음과 같다:

도구로서의 게임 (Figure 1)

(이미지 출처: Wikipedia: https://en.wikipedia.org/wiki/Target_practice)

(1) 모의 훈련

게임은 준비 없이 겪으면 위험할 수 있는 실제 상황을 미리 예행연습 함으로써, 플레이어를 안전하게 실전에 대비하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 이는 아주 까마득한 옛날부터 인간을 비롯한 수많은 동물들 사이에서 전해져 내려오는, 일종의 진화심리학적인 요소라고 할 수 있다.

개들이 별 이유 없이 쌈박질을 하면서 논다던가, 돌고래들이 별 이유 없이 해수면 위로 뜀박질을 하면서 논다던가 하는 등의 행동을 보통 학자들은 "실제로 포식자가 자신들을 덮쳤을 때 빠르게 대처하기 위한 연습" 또는 "사냥감을 발견했을 때 효과적으로 추격하기 위한 연습" 등으로 해석한다.

즉, 인간을 비롯한 많은 동물들이 하는 "놀이"(게임)라는 행위는 일종의 훈련으로써 그 가치를 지니고 있고, 따라서 자연선택적 진화과정에서 이러한 훈련을 자주 하는 걸 좋아하는 개체들이 그렇지 않은 개체들보다 더 잘 살아 남는다는 게 학계의 흔한 주장이다.

도구로서의 게임 (Figure 2)

(이미지 출처: Wikipedia: https://en.wikipedia.org/wiki/Film)

(2) 컨텐츠 제작

게임 속에 등장하는 장면을 이용해 만화나 영화를 만들거나, 또는 게임 속 이야기를 바탕으로 소설을 쓰는 사람들이 있다. 또는 게임이 기본적으로 제공하는 창작 도구를 이용해 게임 속 컨텐츠를 직접 만드는 사람들도 있다.

예컨대 심즈를 하면서 심즈만화, 심즈영화, 심즈소설, 심즈아이템, 심즈스킨, 심즈하우스 등의 컨텐츠를 만드는 이들이 이에 속한다. 스타크래프트나 워크래프트 3에서 유즈맵을 만들며 새로운 게임 속 미션을 디자인하거나, 아예 게임 속 구성요소들을 송두리째 바꿔서 완전히 다른 게임을 만들어 버리는 사람들도 있다. 이들은 모두 게임을 일종의 도구로 이용하여 제 2의 컨텐츠를 제작해 배포하는 엔터테이너라고 할 수 있다.

도구로서의 게임 (Figure 3)

(이미지 출처: Wikipedia: https://en.wikipedia.org/wiki/Chemist)

(3) 실험/연구 대상

게임을 실험 목적으로 사용하는 사람은 별로 없긴 해도 분명히 존재한다.

한때 네이버의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 카페에는 "실험실" 이라고 불리우는 게시판이 있었는데, 이곳에서 회원들은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라는 게임을 하며 그 속에서 다양한 실험을 해 본 다음 결과물을 올리곤 했다. 여기서 말하는 실험이란 예를 들어서 "기사 10명과 궁수 15명이 싸우면 어느 쪽이 얼만큼 생존할까?"와 같은 궁금증을 실제로 게임 속에서 구현하여 답을 찾아보는 등의 행위를 일컫는다.

이 뿐만 아니라 게임 속 물리법칙을 알아내기 위해 실험을 행해보는 게이머들도 있다. 예를 들어서 한때 유튜브에서는 마인크래프트 속 세계의 중력상수를 구하기 위해, 주인공 캐릭터의 자유낙하 시간과 낙하높이를 대조하며 가속도를 계산해 발표했던 사람도 있었다.

게임을 하나의 실험대상으로 사용한다는 발상은 그닥 흔한 게 아니지만, 요즘은 엔지니어들이 자신이 디자인한 공학적 모델을 실제로 실험하기 전에 미리 시뮬레이션의 형태로 실험해 보는 것으로 미루어 볼 때 꽤나 학문적인 가치가 있다고도 말할 수 있겠다. 더군다나 게임 자체를 학문적 목적으로 연구하는 학자들도 있는데, 이 분들에게는 연구 대상으로서의 게임이라는 개념이 생소한 것이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