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개발의 끝은 어디인가? 게임을 만드는 개발자라면 모두들 한번씩 가져봤을 의문이다. 대기업이 만들던, 중소기업이 만들던, 1인이 만들던간에, 하나의 게임을 완성시키는 과정은 정말이지 멀고도 험난한 길이다.
그도 그럴 것이, 게임 제작에는 정말로 많은 필수요소들이 연루되어 있기 때문이다. 게임을 개발하는 팀은 사운드도 잘 만들고 그래픽도 잘 만들고 이야기도 잘 만들고 매카닉도 잘 디자인하고 스케줄도 잘 조율하고 마케팅도 잘 하고 못하는 게 없어야 한다. 못하는 게 없으려면 다양한 인재들을 잘 포섭해서 효율적인 팀을 꾸리던지, 그렇지 않고 1,2인이 개발하는 거라면 본인이 일단 어느 정도 다재다능할 뿐만 아니라 제 3자의 서비스를 잘 이용할 줄도 알아야 한다 (예: 네트워킹 서비스, 광고 서비스 등).
(이미지 출처: Wikipedia: https://en.wikipedia.org/wiki/Office)
그러나 이토록 폭넓은 스팩트럼의 재능을 한데 모아 질 좋은 게임을 하나 갈아낸다 할지라도, 그 앞에는 더 큰 난제가 기다리고 있음을 게임을 출시해 본 사람은 알 것이다. 그것은 바로 유저들의 관심과 참여이다.
제 아무리 완성도 높은 게임을 만든 다음 홍보까지 빵빵하게 한다 할지라도, 유저들이 등을 돌리면 그 게임은 완성되지 못한 게임이다.
왜냐하면 게임이라는 것은 모두가 하나 되어 만들어내는 참여형 행위예술이지, 그냥 벽에 걸려 있는 캔버스가 아니기 때문이다. 관객들이 작품 속을 헤집고 들어가 그것의 일부가 되었을 때, 비로소 작품은 완성된다.
(이미지 출처: Wikipedia: https://en.wikipedia.org/wiki/Performance_art)
게임은 하나의 살아있는 유기체와도 같아서, 유저들이 플레이하며 새로운 경험과 기억을 계속해서 만들어 가야만 살아 숨쉴 수 있다. 게임을 하면서 쌓은 수많은 노하우와 자료, 추억, 그리고 그 모든 것을 공유하는 커뮤니티가 한데 어우러졌을 때, 게임은 모두의 일부가 된다. 그리고 그렇게 많은 이들의 인생의 일부로 자리잡은 게임은 더이상 단순한 1회성 놀이의 굴레에서 벗어나 일종의 "문화적 현상"으로 군림하게 되는 것이다.
이 정도의 영광은 누리는 게임이 진정한 명작으로 기억될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런 명작은 도대체 어떻게 탄생하는 것일까? 이는 굉장히 해답을 찾기 힘든 질문이다. 만약에 해답이 쉽게 나왔다면 오늘날 길거리에서 돌멩이처럼 발에 차이는 흔해빠진 앱들이 죄다 명작 게임이었을 것이다. 물론 단기적인 흥행게임은 언제나 쏟아져 나온다. 구글 플레이나 앱 스토어를 보면 하루가 멀다 하고 이 게임이 히트를 치고, 저 게임이 히트를 친다.
(이미지 출처: Wikipedia: https://en.wikipedia.org/wiki/Video_game)
다만 서점에 있는 베스트셀러 소설이 무조건 훗날 고전문학으로 인정받는 것은 아니듯이, 게임도 한 때에만 유명세를 떨치는 것이 있고 오랫동안 꾸준히 사랑받는 것이 있다. 파퓰러스, 블랙 앤 화이트, 던전 키퍼, 어나더 월드, 레밍스, 드워프 포트리스 같은 고전 명작들 중 많은 수는 출시 당시에는 1,2위를 다투는 유명 게임이 아니었다. 그러나 이들은 꾸준한 팬 층을 간직하며 장수 한 탓에 오늘날에도 게임 역사의 페이지들을 장식하며 거의 문화적 아키타입 급의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게임은 기억 해주는 사람, 플레이 해주는 사람이 있을때 비로소 완성체가 되어 살아 숨쉰다. 이 사실을 알아야 개발자는 게임 자체의 구조적 틀을 향한 집착에서 벗어나 진정한 문화의 엑기스 그 자체를 만들어 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