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디자이너들이 흔히들 하는 고민이 하나 있다. 그건 바로 어떻게 게임을 디자인해야 유저들이 오랫동안 질리지 않고 게임을 즐길 수 있을지에 관한 것이다.
이에 대한 해답은 게임 속 전략의 다양성에 있다. 하나의 단순한 전략만을 구사해도 계속 막힘없이 이길 수 있는 게임이 있다면, 이 게임은 실패한 게임이다. 왜냐하면 하나의 전략만을 반복하는 지루한 행위를 좋아할 플레이어는 없기 때문이다. 반면에 다양한 전략을 구사하며 난관을 헤쳐나가야 이길 수 있는 게임이 있다면, 이 게임은 충분히 성공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미지 출처: Wikipedia: https://en.wikipedia.org/wiki/Strategy_game)
전략의 다양성은 곧 게임 플레이의 다양성을 의미한다. 이것 저것 새로운 매커니즘을 시도해 볼 수 있는 상황에서 유저는 딜레마에 처하기도 하고, 그 때문에 수없이 많은 고민을 하기도 한다.
또한 게임이 유명한 경우에는 아예 커뮤니티를 형성하여 서로 머리를 맞대고 공략법을 연구하기도 한다. 이 모든 요소들이 유저들로 하여금 게임을 오래 즐기도록 만든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전략의 다양성을 유도해 내는 게임 속 구성요소에는 무엇이 있을까? 여기에는 두가지의 대표적인 답이 있을 수 있는데, 그 중 하나는 조합의 개념이고 다른 하나는 상성의 개념이다.
흔히 인터넷에서 말하는 "연금술"(alchemy) 장르의 게임들을 살펴보자. 연금술 게임은 쉽게 말해서 여러 가지 원소들을 결합해 혼합물을 만들어 보며 점수를 얻는 게임이라고 보면 된다. 대부분의 아마추어 연금술 게임들은 그다지 재밌지가 않은데, 그 이유는 제 아무리 다양한 아이템의 조합이 가능하다 해도 굳이 그걸 시도하는 게 좋은 이유를 제시하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은 그냥 "우와, 하얀색 곰인형과 딸기를 합쳤더니 핑크색 곰인형이 되었네?" 와 같은 깜짝선물형 눈요깃거리에 그친다).
(이미지 출처: Alchemy Classic HD Cheats: https://www.alchemyclassiccheats.com/the-game/)
그러나 몇몇 연금술 게임들은 개별적인 원소 단위의 아이템들이 서로 조합되었을 때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게 만드는 방식을 사용함으로써, 사용자로 하여금 여러 조합을 시도하도록 장려한다.
마인크래프트에 등장하는 크래프팅(crafting)의 개념이 이의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마인크래프트 게임 속에서 플레이어는 숲속을 돌아다니며 나무와 조약돌을 얻을 수 있는데, 이 두가지 아이템들은 개별적으로 사용했을 때는 땔감/건축자재의 용도를 제외하고는 거의 쓸모가 없다. 그러나 크래프팅 테이블 위에서 이 둘을 조합하면 광산 작업에 필요한 곡괭이가 탄생한다. 즉, 나무와 조약돌을 합치면 이것들을 따로따로 활용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이득을 챙길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패턴은 게이머로 하여금 아이템들을 개별적으로 다루기 보다는 어떻게든 서로를 혼합시켜 사용하도록 유도하며, 이는 자연스럽게 전략적 다양성으로 귀결된다. 왜냐하면 아이템을 어떠한 비율로 모아서 어떤 방식으로 조합할지에 대한 고민은 상당한 지능적 사고를 끊임없이 요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미지 출처: Wikipedia: https://en.wikipedia.org/wiki/Rock%E2%80%93paper%E2%80%93scissors)
상성(intransitive mechanics)은 조합 이상으로 중요한 개념인데, 이 개념은 전자보다 훨씬 더 방대한 장르의 게임 속에서 사용된다고 볼 수 있다.
게임 속 상성의 가장 전통적인 예는 바로 가위바위보이다. "가위", "바위", "보" 라고 불리우는 이 세가지 무기들 중 그 어느 것도 절대적으로 강하거나 절대적으로 약하다고 할 수 없다. 가위는 보 앞에서는 강하지만 바위 앞에서는 약하고, 바위는 가위 앞에서는 강하지만 보 앞에서는 약하며, 보는 바위 앞에서는 강하지만 가위 앞에서는 약하다.
이런 상대적인 힘의 균형을 보통 게임공학에서는 '상성관계'라 정의한다. 상성관계는 전쟁시뮬레이션, 타워디펜스, 격투게임, 카드게임 등의 수많은 장르에 거의 필수요소로 등장하는데, 이게 왜 그러냐면 플레이어가 오로지 한가지 무기만을 가지고 모든 적을 다 쓸어버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게임에 총 100가지의 무기가 등장하는데, 그 중 하나가 나머지를 너무 쉽게 이겨 버린다면 나머지 99가지의 무기들은 있으나 마나 한 게 되어버린다. 사용할만한 무기의 종류를 1가지로 둔갑시켜 버리니까 게임의 스케일이 대폭 줄어들어 버리는 것이다.
이 때문에 보통 게임 디자이너들은 "전기 vs 불" 과 같은 원소 기반의 상성관계, "고양이과 vs 영장류" 와 같은 신체적 상성관계, 또는 "공중유닛 vs 지상유닛" 과 같은 위치적 상성관계를 게임 속에 즐겨 등장시키며 밸런스를 맞추어 나가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