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게임을 하는 목적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재미를 느끼기 위해서" 라고 답하는 것이 통상적일 것이다. 다만 이것은 질문의 핵심을 꿰뚫는 정확한 답변이 아니다.
왜냐하면 이 질문은 근본적으로 왜 게임을 하면서 재미를 느끼는지를 묻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잘 만든 게임을 보고는 "재밌다" 라고 표현하고, 못 만든 게임을 보고는 "재미가 없다" 라고 표현한다. 한마디로 재미라는 것은 게임의 품질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잣대인 것이다. 도대체 왜 그럴까?
이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서는 우선 재미의 근본을 이해해야 한다. 사람은 재미라는 것을 느끼려면 스스로가 이득을 얻고 있다는 기분이 들어야 한다. 여기서 말하는 이득이란 재산의 축적, 권력의 향상, 대인관계의 발전 등, 인간이 본능적으로 자기 자신에게 벌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모든 종류의 현상을 일컫는다. 게임을 하면 할수록 본인에게 무언가 이익이 온다는 생각이 들 때, 게이머는 비로소 재미라는 감정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이미지 출처: Calvin Ayre: https://calvinayre.com/2018/08/24/business/the-mouthpiece-traditional-notions-of-gambling-meet-us-gambling-expansion/)
이러한 심리를 아주 잘 활용하는 예로는 실제 금전거래가 가능한 게임을 들 수 있다. 게임 속 아이템을 서로간에 판매해서 돈을 벌 수 있는 '리니지2' 같은 게임도 있지만, 아예 애초에 유저들의 돈놀이로 시스템이 유지되는 게임도 있다.
그 중 가장 단순한 예가 바로 슬롯머신, 포커, 바다이야기를 비롯한 도박용 게임들이다. 이런 게임들은 처음부터 돈으로 시작하여 돈으로 끝나는데, 이것이야말로 이익을 쫓는 게이머의 심리를 가장 노골적으로 이용한 예라고 볼 수 있다.
다만 게이머를 정말로 즐겁게 하는 것은 당장에 손에 주어지는 이익이 아니라 "앞으로 이익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불확실한 기대감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예를 들어서 농작물을 수확하는 일을 "재밌다"고 여기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농작물을 수확해서 얻는 금전적 이득은 단순히 수확량에 비례할 뿐이며, 따라서 너무나도 예측이 쉽기 때문이다. 그러나 금광을 찾아 땅을 파는 일은 적어도 농장물 수확 보다는 재미있다는 데에 다들 동의할 것이다. 왜냐하면 후자의 경우에는 혹시나 진짜 금광을 찾기라도 한다면 예기치 못한 어마어마한 이득을 얻기 때문이다.
(이미지 출처: Rafi Chowdhury: https://www.rafichowdhury.com/tech-innovation-in-gold-mining-sector/)
여기서의 핵심은 "이익의 불확실성"이다. 혹시 모를 이익의 가능성이 도처에 숨어 있다는 사실이 바로 후자를 전자보다 재미있는 일로 만들어 주는 근본적인 요소라고 볼 수 있다. 어쩌면 낚시나 사냥같은 활동이 오늘날까지도 많은 사랑을 받는 것은 이러한 이유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성공적인 게임 다지이너는 뭘 어떻게 하길래 이익의 불확실성을 게임 속에 잘 구현해 낼 수 있을까?
여기에는 다양한 방법이 있겠지만, 내가 생각하는 가장 대표적인 방법은 바로 이익 그 자체, 그리고 그 이익을 얻어내기 위해 필요한 실마리를 둘 다 적당히 애매하게 은닉시키는 것이다. 너무 모든 것을 베일 뒤에 감추어 버리면 플레이어는 지쳐서 게임을 포기해 버리기 쉽다. 그렇다고 너무 모든 것을 처음부터 코앞에 들이대며 보여준다면 그 순간부터 게임이 진부해진다.
이 때문에 많은 게임들은 주인공 캐릭터의 경험치가 올라감에 따라 봉인되어 있던 정보들을 하나하나 공개한다. 이는 플레이어의 흥미를 주기적으로 돋구어 줌으로써 게임이 싫증나는 것을 방지한다.
(이미지 출처: Game Wisdom: http://game-wisdom.com/critical/player-controlled-progress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