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부터 2005년까지, 대한민국의 심즈 커뮤니티는 중세 유럽의 봉건사회와 매우 흡사했다고 할 수 있다. 심즈한글공식사이트라는 이름의 거대한 왕국이 있긴 했지만, 이곳을 조금만 벗어나면 대부분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개인 심즈 홈페이지들밖에 보이지 않았다.
(이미지 출처: Wikipedia: https://en.wikipedia.org/wiki/Feudalism)
(자료설명: 개인 심즈 홈페이지의 운영자가 방문객들과 인사를 나누는 모습.)
물론 2003년 말부터 네이버와 다음에 "카페" 서비스가 생기기 시작하면서 이곳에 심즈카페를 만드는 사람들이 생기긴 했지만, 이렇게 생겨난 심즈카페들은 2005년 심즈한글공식사이트가 몰락하기 전까지는 그닥 주목을 받지 못했다.
물론 네이버나 다음 이외에도 심즈 커뮤니티가 대대적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었던 포털 사이트 및 커뮤니티 사이트들이 꽤 있었다. 그러나 이들 중 대부분은 당시의 사정이 허락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한미르와 하이텔은 2004년에 '파란'이라는 포털사이트로 통합되느라 정신이 없었고, 야후코리아는 카테고리 검색 알고리즘의 한계 때문에 망해가고 있었으며, 엠파스와 라이코스는 네이버/다음에 밀려 점점 말라가고 있었다. 심마니와 미스다찾니는 이미 잊혀진지 오래였으며, 디시인사이드는 아직 규모가 그렇게 크지 않았던 때라 심즈 전용 갤러리가 따로 없는 상태였다 (디시인사이드의 심즈 갤러리는 2016년은 되어서야 생긴 걸로 알고 있다).
싸이월드에는 그래도 '클럽'이라는 형태의 심즈 커뮤니티들이 꽤 성장했었던 것으로 안다. 그러나 나는 싸이월드의 심즈 커뮤니티에 대해서는 잘 모르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한 설명은 다른 자료를 참조하길 바란다.
참고로 싸이월드 심즈 커뮤니티에 대한 가장 자세한 역사는 국립심즈사박물관의 제 4관 입구 우측에 잘 설명되어 있으니, 시간이 있다면 직접 가서 열람해 보는 게 좋다.
대한민국 심즈 커뮤니티의 형성을 두고, 혹자는 "어떻게 심즈가 한국에서 유명해지기 시작했는가?" 라는 의문을 가질 수 있다. 그에 대한 해답은 심즈가 당시 한국의 10대 여학생들의 취향을 저격했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
심즈가 처음 나왔을 때부터, 원산지인 미국에서는 보통 30대 이상의 아줌마/아저씨들이 심즈 팬의 주를 이루었다. 이들 중 몇몇은 손수 만든 심즈 아이템들을 자신의 개인 홈페이지에 올리며 명성을 쌓았는데, 그 중에는 아이템을 팔아 금전적인 이익을 챙기기 위해 전문적으로 심즈를 하는 사업자들도 있었다.
한국과 일본에서는 심즈를 대하는 자세가 사뭇 달랐다. 심즈가 출시된지 1,2년이 지난 후, 일본에서는 인기 애니메이션 캐릭터들의 모습을 한 심즈 스킨 및 그에 어울리는 심즈 아이템들을 오타쿠들이 제작해 인터넷에 올리면서 일종의 "덕후질의 도구"로 심즈가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한국의 초창기 심즈 팬들은 이런 일본의 심즈문화에 감명을 받았으며, 곧 이들은 수많은 심즈 자료들을 일본, 유럽, 그리고 미국의 사이트들에 방문해 다운받으며 아기자기하게 심즈 속 캐릭터들과 집들을 꾸미기 시작했다.
(이미지 출처: Wikipedia: https://en.wikipedia.org/wiki/Feudalism)
(자료설명: 아이템을 다운받기 위해 유럽의 심즈 사이트를 방문하는 한국 심즈 팬들의 모습.)
이러한 과정 속에서 심즈는 "아기자기하게 꾸미는 게임"이라는 인상을 한국의 심즈 유저들에게 주기 시작했고, 이는 꾸미는 것을 좋아하는 한국의 10대 여학생들에게 심즈를 널리 알린 계기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