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출처: mobilefreetoplay: https://mobilefreetoplay.com/top-7-idle-game-mechanics/)
요즘 인터넷과 모바일에 널리 퍼진 '방치형 게임들'(Idle Games)은 가히 게임계에 몇년 전부터 들이닥친 커다란 패러다임의 변화라고 할만 하다. 왜냐하면 방치형 게임은 지난 수천년간 이어져 왔던 전통적인 게임정신에 정면적으로 도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통 게임이라는 것은, 실패와 성공이 둘 다 공존하는 희노애락의 연속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실패를 반복하다가 성공했을 때의 그 쾌감을 하드코어 게이머들은 알 것이다. 어떨 때는 당근이 주어지고, 어떨 때는 채찍이 내려쳐지기도 하면서 조금씩 경험 많은 게이머로 성장해 나가는 데에는 참된 게임의 묘미가 있고, 또 이러한 과정 속에서 사람들은 서로에게 공략비법을 전수하거나 길드 등의 단위로 협력을 함으로써 깊은 유대관계, 더 나아가 게이머들 사이의 범지구적 커뮤니티를 이루곤 한다.
(이미지 출처: Wikipedia: https://en.wikipedia.org/wiki/Sport)
이는 어쩌면 기존의 '스포츠정신'과도 비슷한 맥락이라고 볼 수 있겠다. 진정한 게임은 정정당당하게 승패를 가려야 하고, 못하면 실패해야 하며, 잘 했으면 그에 맞는 인정과 보상을 받아야 한다. 게이머들은 서로를 존중해야 하고, 아무리 짜증나는 방식으로 패배했다 할지라도 GG(Good Game) 정도의 말 한마디는 하는 매너를 가져야 한다. 또한 진정한 게이머라면 실패해도 묵묵히 다시 도전해야 한다. 그렇게 쟁취해 낸 성공이 진짜 성공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게임을 하는 목적에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그 중 가장 근본적인 것으로는 "두려움의 극복"이 있다. 이건 선사시대 때부터 이어져 온 게임정신의 핵심이다.
까마득한 옛날, 선조들은 동굴 벽에 사나운 뿔소들을 그려놓은 다음 그 그림들에다가 창을 던지며 사냥연습을 하곤 했다. 이는 어쩌면 인류가 탄생한 이래 최초로 만들어진 FPS 게임이라고도 볼 수 있다. 일단 사냥연습은 실제 사냥이 아니기 때문에 엄밀히 따지면 "시뮬레이션"이고, 또 이러한 연습을 통해 조금씩 게이머처럼 실력을 쌓아가며 성취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지 출처: Wikipedia: https://en.wikipedia.org/wiki/Cave_painting)
선조들이 동굴 속에서 했던 이 사냥연습의 근본적인 의의는 단연 "두려움의 극복"이라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단순한 사냥실력 향상이 목표였다면 그냥 실제로 사냥을 하면서 실력을 키워도 되기 때문이다. 예컨대 토끼를 사냥하는 거라면 동굴 속에서 연습을 할 시간에 그냥 진짜 토끼사냥을 하며 연습과 식량 획득을 동시에 하지, 뭐하러 따로 연습을 했겠는가?
문제는 이 사냥이 "뿔소" 사냥이라는 것이다.
실제 사냥을 할 때는 뿔소의 공격에 내가 죽을 수도 있다는 두려움에 선뜻 창을 들고 나서기가 힘들다. 그렇기 때문에 동굴이라는 안전한 공간에서 미리 예행연습을 하며 실전에 필요한 자신감을 기르는 것이다. 이러한 논리는 오늘날에도 파일럿들을 위한 비행시뮬레이션, 공포증 치료를 위한 가상현실 프로그램, 군대 내에서의 모의 전투 등의 형태로 그 핵심철학을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