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즈가 전세계적인 인기를 끌 수 있었던 이유로는 분명 일상생활을 그대로 가상으로 옮겨놓은 듯한 특유의 설정과 미묘한 게임 메카닉이 큰 몫을 했겠지만, 이 외에도 다양한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심즈의 흥행에 도움을 주었다고 본다.
예컨대 심즈 1을 플레이 해 본 대부분의 유저들이 공통적으로 동의하는 바가 있다. 그건 바로 심즈 1의 배경음악이 너무나도 아름답다는 것이다.
(이미지 출처: YouTube: https://www.youtube.com/watch?v=_LpVUi9TQ8U)
보통 게임음악은 흥미유발을 중점으로 두고 작곡되기 때문에 "아름답다"는 소리를 듣기는 힘든데, 심즈 1의 음악들(특히 건축모드의 음악들)은 왠만한 클래식 곡들을 능가할 만큼 미적으로 훌륭하다는 평을 듣곤 한다. 그 이유는 기존의 비디오게임들이 즐겨 사용하던 비프음, 전자기타음이 아닌 오로지 순수한 어쿠스틱 악기(예: 피아노)만을 활용하여 배경음악을 만들었기 때문이며, 음악의 장르 또한 락이나 전자음악 계통이 아닌 '뉴에이지 + 재즈피아노' 계열이기 때문이다.
원래 심즈음악의 주요 작곡가인 제리 마틴(Jerry Martin)은 모든 BGM을 쇼핑몰 음악이나 TV 광고음악처럼 적당히 경쾌한 비트가 들어간 형식으로 작곡하려고 했었다. 그러나 "부드러운 재즈/피아노곡으로 작곡해 달라"는 윌라이트의 요청으로 후에 작곡의 방향을 바꾸게 되었다. 아마 윌라이트의 이런 부탁이 없었다면, 오늘날 우리가 아는 심즈 1의 BGM은 마치 심시티 3000과 비슷했을 것으로 유추된다.
이러한 작곡의 방향은 심즈의 초반 디자인 컨셉이었던 "한적한 전원주택에서의 생활"을 위한 것이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비록 후에는 전세계 소비자들을 상대로 문화적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전세계인들에게 잘 알려진 "TV 속 미국문화"를 차용하여 90년대의 미국 시트콤과도 같은 스타일로 게임을 바꾸어 출시했지만 말이다.
(이미지 출처: GenenSims: https://genensims.com/guest/MadameMim/neighbourhoodsS1.htm)
심즈의 또다른 매력은 특유의 아이소메트릭(isometric) 그래픽에 있다.
맥시스의 아트 디렉터였던 찰스 런던(Charles London)은 97년 심즈 프로젝트에 참여한 직후부터 심즈 1의 다채로운 2.5D 형식의 디자인 과정을 완성해 왔다. 완전한 3D 그래픽으로 이루어진 심즈 2, 심즈 3, 심즈 4와는 달리, 심즈 1은 심타운이나 심시티 3000처럼 언뜻 보면 비스듬한 입체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완전히 평면인 이미지들로 이루어져 있다 (움직이는 캐릭터들은 제외하고 말이다). 이러한 평면적 디자인에는 특유의 고전적인 아우라가 있다.
특히 심즈 1의 게임플레이 화면은 항상 관찰자가 위에서 비스듬한 각도로 아래를 내려다 보는 형식이기 때문에, 심즈 1을 하는 플레이어는 마치 바닥에 앉아 작고 아기자기한 인형의 집을 가지고 노는 듯한 착각에 빠지기 쉽다. 심즈 1의 그래픽은 (일부러 그렇게 의도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게이머로 하여금 어린시절 하던 소꿉놀이(전문용어로는 '엄마놀이')를 연상시키게 만드는 추억유발형 그래픽인 것이다.
(이미지 출처: KillScreen: https://killscreen.com/articles/original-sims-design-documents-are-fascinating/)
이러한 디자인적 요소들은 지금 돌이켜 보면 심즈를 심즈답게 만들어 준 중요한 결정들이었지만, 현란한 3D 액션게임들이 유행하던 90년대 후반 당시에는 철저한 외면의 대상이었다. 특히 누구보다도 EA의 반발이 거셌다. 당시 EA의 임직원들은 도대체 심즈라는 게임이 어디가 매력적인지를 이해하지 못했다. 그냥 평범한 일상생활을 게임으로 구현한 게 게임시장에서 소비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킬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당시만 해도 현실을 반영한 시뮬레이션 게임은 제대로 된 의미의 "게임"이라기 보다는 그냥 교육용/훈련용/연구용 소프트웨어 정도인 것으로 취급받았기 때문이다. 물론 마이크로소프트의 비행시뮬레이터(Flight Simulator)와 같이 정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전문적인 프로그램은 나름의 가치를 인정받았지만, 시뮬레이션과 게임을 반반씩 섞어놓은 듯한 혼종인 심즈는 출시 당시까지만 해도 게임계의 이단아였다.
소비자들이 심즈의 숨겨진 가치를 알아봐 주기 시작한 건 심즈가 출시된 지 몇달이 지난 후 부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