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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률공학

Author: Youngjin Kang

Date: Summer 2012

미래에 일어날 일을 통제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고 여겨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들 중 대다수는 앞으로 일어날 일을 미리 정하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인다. 정말로 미래를 스스로의 의지대로 개척해 나가는 것이 가능할까? 만약 가능하다면, 그러한 능력의 한계는 어디까지일까?

미래를 바꾸려는 직접적이며 체계적인 시도는 지금부터 적어도 천년은 지나야 시작될 것이다. 왜냐하며 미래가 결정되는 데에는 수많은 변수들의 개입이 있고, 그 변수들을 일일히 다 따지려면 인간의 두뇌가 지금보다 좀 더 진화할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때까지는 약 2만년 정도의 시간이 있어야 한다 (우리가 지금 현대를 살고 있다고 가정한다면, 2만년동안 전쟁과 평화를 계속 반복하면서 현대와 중세를 왔다갔다 해야 할 것이다. 약 10차례에 걸쳐서 말이다. 물론 그런 발전없는 역사가 반복되고 있을때 우연히 누군가가 커피같은 "두뇌진화촉진제"를 발견한다면, 그때서야 비로소 인류의 지적 능력은 한발짝 진보를 보일 것이다).

어쨌든 지금으로부터 약 2만년이 지났다고 가정해 보자. 그때쯤이면 인류의 평균지능은 물리공식을 사칙연산 하듯이 풀 정도가 될 것이다. 그에 힘입어 새로운 학문들이 탄생하게 되는데, 그 중에는 광자공학, 광물심리학, 생체공학, 그리고 확률공학이 있다. 확률공학이란 말 그대로 확률에 관련된 기술을 연구하는 학문인데, 이는 그냥 확률을 측정하는 것 뿐만 아니라 확률을 만들어내는 것도 포함한다.

예컨대 확률공학자들은 주사위를 던져서 거의 항상 '4'만을 나오도록 할 방법을 알고 있다. 그들은 공기역학에 관련된 방대한 양의 기초지식을 가지고 있는데, 이 덕분에 그들은 진짜로 그러한 기적을 이루어내는 것이 가능하다. 예를 들자면 그들은 바람이 불지 않는 밀폐된 실험실 속에 일련의 작은 공기펌프들과 주사위 투척기를 설치하고, 미리 계산된 타이밍에 따라 이 모든 시스템들을 차례대로 가동하여 주사위로 하여금 정확히 '4'를 위로 보여주며 바닥에 착지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한마디로, 그들은 실험실에서 인위적으로 "주사위의 윗면이 '4'가 나올 확률"을 거의 100%에 수렴하도록 만들 수 있다.

확률공학자들이 도전하고 있는 목표는 실험실이 아닌 바깥공간에서도 주사위가 항상 한가지 숫자만을 보이도록 만드는 것이다. 이는 2만년 후의 진보된 두뇌를 가진 인간에게도 힘든 일인데, 이유는 바로 바깥공간에서는 차마 예측하지 못하는 변수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확률공학자들은 주사위의 주변 공기의 움직임을 정확히 포착하는 카메라 센서의 개발을 진행중이다. 또한 그렇게 포착된 움직임을 토대로 주사위에게 가해야 할 인공적인 바람의 각도와 힘을 계산할 알고리즘도 연구중이다.

그래도 주사위의 경우는 상당히 기초적인 문제로, 비전공자들의 학기말 시험에 단골로 나오는 주제이다. 어느 정도 깊이가 있는 확률공학을 공부한 자들은 운송수단들의 충돌방향이나 건축물의 붕괴방식, 땅값이나 주가를 인위적으로 바꾸는 법을 배운다.

확률공학에서는 고고학에 관련된 확률조작도 연구한다. 예를 들자면 땅 속의 이러이러한 부위에 이러이러한 물건들을 묻으면, 몇천년 뒤의 고고학자들이 그것들을 발굴했을 때 어떠한 방식으로 자신들의 역사를 추론할지 예측하려는 것이다. 만약 이 시도가 성공적이라면, 확률공학자들은 별 성과 없이도 역사조작을 통하여 수천년 뒤의 후손들에게 "확률공학이 가장 위대한 학문이었다"고 알릴 수 있을 것이다. 확률공학자들 답게 그들에 대한 홍보도 미래지향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