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품을 화초 재배하듯이 기르는 건 아주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물론 그 미술품이란 것의 “종류”에는 꽤나 많은 제약이 있겠지만 말이다. 캔버스를 따라서만 평면적인 형태로 자라나는 꽃식물이 있다고 가정해 보자. 캔버스에 해당 식물의 씨앗을 몇 개 심어놓고 보살피기만 하면, 몇 주 후에는 캔버스의 표면에 납작한 꽃들이 만발함을 볼 수 있다. 꽃들이 납작하기 때문에 이것은 입체적인 조형물이 아니라 ‘회화’라고 칭할 수 있다. 진짜 꽃은 진짜 꽃이지만, 미술품의 일부로 만들기 위해 그것의 유전자를 2차원적인 공간에 적합하도록 개조시킨 것이다. 캔버스에는 꽃이 자라기에 적합한 수준의 영양분과 수분이 적셔져 있다.
이 외에도 2차원적인 평면공간에서만 자라나게끔 유전정보가 조작된 식물들은 많다. 그 중에는 쑥이나 아카시아, 난초같은 풀들도 있고, 장미덩굴도 있으며, 심지어는 오크나무도 있다 (유전자가 조작된 이 나무는, 겉모습은 옆에서 본 것과 비슷하지만 크기가 분재보다도 작다. 또한 두께가 거의 없다시피 하기 때문에 거의 종이짝처럼 얇다). 이 모든 식물종들은 평평한 캔버스의 면을 따라 자라도록 디자인되어 있으며, 이들은 미술작품의 일부가 되기 위해 캔버스 위에 심어져 배양된다. 이들이 다 자라서 충분히 캔버스에 예술적 가치를 부여해 주면, 전문 미술품 재배인은 캔버스를 비닐하우스의 인큐베이터에서 뽑아낸 다음 건조기 안에 넣고 건조시킨다. 그러면 캔버스 위에서 살아가던 2차원 식물들은 건조된 채로 죽음을 맞이하고, 수분에 적셔져 있던 캔버스는 바짝 마르게 된다. 그런 다음에 재배인은 캔버스의 표면에 일종의 고정 스프레이를 뿌리고, 유약을 바른 다음, 환기구에 약 30분동안 보관한다. 30분이 지나면 캔버스는 죽은 식물들이 내뿜는 알록달록하면서도 수려한 자연의 색들로 뒤덮인 채 반들반들한 광채를 발하는 하나의 완벽한 예술작품으로 거듭나게 된다. 만약에 예술작품의 전체적인 색깔 톤을 바꾸고 싶다면, 스프레이나 유약을 바르기 전에 캔버스를 다시 수분에 적신 뒤, 그 위에 얇게 한천을 바른 뒤 박테리아를 재배하면 된다. 약 며칠간 그렇게 재배하다가 캔버스를 다시 건조시켜서 박테리아들을 모두 죽이면 마치 포토샵 처리를 한 것처럼 작품의 기본적인 색 구성이 바뀌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