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언가로 하여금 자유롭게 하늘을 날게 하는 것은 굉장히 힘든 일이다. 허공에 떠있게 하려면 굉장한 추진력이 필요하기 때문이고, 또한 떠있는 물체가 비교적 가벼워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나 밖으로 돌출된 커다란 프로펠러 같은 것이 없는 물체의 경우에는 더더욱이나 그렇다. 그러나 내부적인 프로펠러만을 가지고도 하늘을 날게 하는 것은 아주 불가능한 예기는 아니다. 지금 이 자리에서 소개하려는 새로운 발명품은 바로 “날 것처럼 안 보이지만” 날 수 있는 그런 물건이다. 바로 두꺼운 정사각형 모양의 판자조각이다.
물론 그냥 평범한 판자조각이 허공을 가르며 날아다닐 수 있다는 말은 아니다. 이것은 좀 색다른 판자조각이다. 속이 꽉 차서 무거운 일반적인 판자들에 비해, 이 “하늘을 나는 판자”는 속이 비어있고 겉표면은 얇은 알루미늄으로 이루어져 있다. 따라서 언뜻 보면 외관이 굉장히 두껍고 불투명하기 때문에 아주 무거운 물건으로 오인받기 쉽다. 그러나 사실은 가벼운 재료를 아주 약간만 사용해서 만들었기 때문에 거의 빈 음료수 캔 하나 정도로 가볍다 (길이와 너비가 각각 30센티, 높이가 2센티에 달하는데도 말이다). 물론 이 정도의 놀라운 무게는 판자의 겉무늬를 이루는 틀만을 따졌을 때의 이야기이긴 하다. 판자로 하여금 하늘을 날게 하려면 몇가지의 기본적인 비행장비들을 내부에 착용시켜 줘야 한다. 판자의 내부는 텅 빈 공간이기 때문에 연료통과, 프로펠러들과, 조그만 소규모 제트엔진들이 들어갈만한 충분한 공간이 보장되어 있다. 조그만 휘발유 케이스는 한가운데에, 총 4개의 제트엔진들은 대각선 방향으로 x자를 이루며 정사각형의 각 꼭지점을 가리키는 위치에, 그리고 총 4개의 작은 프로펠러들은 정사각형을 이루는 사분면들 위에 수평으로 설치된다 (프로펠러들이 차지하는 공간 위의 알루미늄은 뚫려있다. 이렇게 하면 프로펠러들에게서 바람의 흐름을 차단하지 않을 뿐더러, 판자를 이루는 알루미늄의 총량도 줄어들기 때문에 일거양득이다).
간단히 비행방식을 설명하자면, 모든 프로펠러들과 엔진들은 판자의 한가운데에 있는 휘발유를 연료로 사용한다. 프로펠러들은 판자를 공기중으로 떠오르게 하거나, 프로펠러들 중 일부의 회전속도에 차이를 줌으로써 판자를 옆으로 기울이는 역할을 한다. 제트엔진들의 역할은 상황에 따라 다르다. 그것들은 판자가 수평으로 누워있을 때는, 판자를 옆으로 신속하게 이동시키기 위한 동력원으로 작동한다 (프로펠러들의 경우 판자 자체를 옆으로 기울이지 않고서는 그것을 옆으로 못 움직인다. 이 점에서 제트엔진들은 판자의 수평운동을 위해 꼭 필요하다). 판자가 프로펠러들에 의해서 거의 수직방향으로 방향이 휘어졌을 때에는, 제트엔진들이 프로펠러들을 대신해서 판자를 위로 띄우고 있는 역할을 한다. 판자가 수직으로 서 있으면 프로펠러들이 더이상 밑으로 바람을 쏘지 못하니까, 이런 상황에서는 제트엔진들이 프로펠러 역할을 하는 것이다. 참고로 제트엔진들은 판자 내부에서도 자유자재로 방향전환이 가능하기 때문에, 허공에서 수직방향으로 세워져 있는 판자의 균형도 아주 훌륭하게 조절할 수 있다.
이런 식으로 프로펠러들과 제트엔진들이 서로 역할을 바꿔가며 협동을 하면 판자는 아주 자유로운 방향전환과 이동이 가능한 유연한 비행체로 거듭나게 된다. 누가 보면 도로의 옆의 인도를 이루는 보도블럭처럼 생긴 것이, 공기 속을 자유자재로 헤엄치며 손쉽게 날아다니는 광경은 마치 마법과도 같다. 더군다나 비행을 위한 모든 동력장치들이 정사각형 모양 타일의 내부에 탑재되어 있기 때문에, 헬리콥터같은 아무런 거추장스러운 돌출부가 없어서 좋다. 그야말로 UFO처럼 아무런 추진력 없이도 날 수 있는 물체처럼 보이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특징 덕분에 판자모양의 비행체들은 주변의 물체들과 충돌했을 때도 별 사고를 일으키지 않는다. 빠른 속도로 회전하는 모든 동력발생기들이 가볍지만 단단한 알루미늄 틀 속에 들어있기 때문에, 혹자가 일부러 그 틀 속에 손가락을 집어넣지만 않는다면 다칠 염려는 전혀 없다. 하늘을 나는 판자들은 왠만한 사물에 쿵쿵 부딪혀도 별 문제를 안 일으키며, 이 점은 그들이 가진 궁극적인 목적에 진정한 한걸음의 도약을 만든 셈이다. 그 ‘목적’이란 바로 이 판자들로 하여금 무선으로 통신하며 서로의 위치와 방향을 파악하도록 해, 집단적으로 행동하도록 프로그래밍하는 것이다. 예컨대 판자들은 모서리에 장착된 전자석들을 이용해 서로에게 꼭 달라붙은 상태로 함께 비행할 수 있다. 정사각형 모양의 판자들이 빈틈없이 서로의 손을 맞잡으면 하나의 넓다란 “하늘을 나는 바닥” 또는 “하늘을 나는 벽”이 탄생하는 것이다. 판자들이 합체하면 하나의 벽이 되고, 그 벽이 또다른 판자들의 벽을 만나면 훨신 더 큰 벽이 된다.
이렇게 커진 벽을 이루는 모든 조각들에게는 제각기 하늘을 날 수 있는 능력이 있기 때문에, 이들 모두가 함께 비행을 하면 그야말로 거대한 평면 하나가 하늘을 가르는 셈이 된다. 물론 리모콘으로 신호를 보내면 이 거대한 벽은 한순간에 해체할 수도 있고, 그러다가 재조립할 수도 있다. 어떻게 하던간에 판자들은 연료가 남아있는 한 계속해서 비행할 수 있다. 원한다면 그들로 하여금 단순한 벽이 아닌 입체적인 구조물을 형성한 채로 비행하도록 할 수도 있다. 그들에게는 수직으로 결합할 수 있는 전자석들도 부착되어 있어서, 판자들은 프로그램에 따라 제각기 자기가 결합해야 할 다른 판자의 알맞은 위치에 적당한 각도로 결합한다. 이런 식으로 판자들이 서로의 위치를 찾아가면서 하나하나 결합하면 하늘을 나는 우주선 모형을 만들 수도 있고, 하늘을 나는 조그만 건물을 만들 수도 있으며, 일부 판자들의 결합을 다소 느슨하게 만들면 날개를 퍼덕이는 유연한 새의 형상을 만들 수도 있다. 판자들이 그 어떤 모양으로 결합하던간에 그것들은 항상 하늘을 날 수 있다. 이 마법의 판자들은 그야말로 무궁무진한 창조적 가능성을 지닌 것이다.
만약에 이 “하늘을 나는 판자들”의 크기를 아주 작게 만든다면 어떨까? 아주 미세한 마이크로 단위의 프로펠러들과 제트엔진들, 그리고 조그만 베터리로 작동하는 0.5 제곱센티 넓이의 날 수 있는 정사각형들을 만드는 것이다. 만약에 그 정도 크기의 판자들이 허공에서 서로 합체하거나 재조립한다면, 그 광경은 마치 공기중의 먼지들이 모여서 형상을 만들어내는 것처럼 아주 신기하게 보일 것이다. 만약에 기술이 발전해서 그 조그만 판자들 속에 컴퓨터 칩들과 저장장치들을 탑재할 수 있게 된다면, 휴대폰이나 노트북같은 전자기기들 자체를 이 조그만 판자들만 이어붙여서도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예컨대 원할 때마다 잿더미처럼 산산조각이 난 다음 다시 재결합하는 기능을 가진 휴대폰도 탄생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휴대폰을 실수로 떨어뜨렸을 때에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떨어지는 것을 감지한 휴대폰은 순간 조그만 정사각형들을 단위로 분리되고, 그렇게 분리된 각각의 조각들은 비행을 하면서 다시 사용자의 손아귀에 들어와 휴대폰으로 재결합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