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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원 국토

Author: Youngjin Kang

Date: Autumn 2012

보통 국경이라 하면, 하나의 커다란 땅덩어리를 둘러싸고 있는 경계선을 말한다. 그러나 만약에 경계선으로 둘러쌀만한 땅덩어리가 없는 나라라면 그 나라에게는 국경만이 존재하게 된다. 한마디로 차지하고 있는 영토는 없는데 국경만 지도를 따라 구불구불 뻗어있는 것이다. 나라 안의 모든 국민들은 그 가느다란 국경의 선 안에서 모든 것을 해결해야 한다. 그들은 모두 1차원적 공간 안에서 사회를 구성하고 살아간다.

보통 땅이라 하면 동서남북이 모두 확보된 탁 트인 공간이다. 그러나 1차원적인 땅은 그 형태가 하나의 선과도 같아서, 그 땅 위에서 살려면 도로를 하나만 (선을 따라) 설치해야 되고, 건물은 일렬로만 지어야 하며, 심지어 지하철 노선을 만들더라도 선을 따라 한 방향으로만 만들 수 있다. 나라가 소유한 그 선을 벗어나는 짓은 국경을 넘는 행위로 간주되어 불법으로 낙인찍힌다. 따라서 그 나라에 사는 모든 국민들은 선 안에서만 살아야 한다. 이는 바둑판식 도시계획에 익숙한 우리에게는 다소 낯설고 불편해 보인다. 그러나 나라 안의 모든 것들을 하나의 선 위에 놓으면 훨씬 지리적 환경의 이해가 쉬워지고, 도망다니는 범죄자를 잡기가 쉬워지며, 지나친 인구의 밀집이나 소음을 예방할 수 있다. 어쨌든 하나의 선을 국토로 삼는 나라들은 은근히 많으며, 이들 나라들은 서로의 선들이 교차하는 지점에 입국검사대를 설치하여 국민들간의 입/출입을 감시한다. 1차원적인 영토를 가진 이들 국가들은 “선국가” 들이라고 불리며, 이들의 땅은 하나의 선으로만 표시되기 때문에 지도상에서 이들의 정확한 위치를 규명하는 것은 상당히 까다롭다.

아까도 말했듯이, 선국가의 국토는 하나의 선으로만 이루어져 있다. 가까이 다가가서 들여다 보면, 그 선을 따라서 커다란 고속도로가 나라의 양쪽 끝에서 끝까지 쭉 뻗어있음을 알 수 있다. 이 도로가 바로 나라의 모든 부위를 연결하는 뼈대역할을 한다. 고속도로 위로는 단단한 강철지붕이 쭉 이어져 있는데, 이 때문에 고속도로는 마치 터널 속에 있는 것처럼 보인다. 여하튼 그 강철지붕의 윗부분은 평평하고, 그 평평한 바닥 위에는 구불구불한 인도와 작은 1~3층 건물들이 차지하고 있다. 이곳은 나라의 “2층”이라고 불리는데, 이유는 고속도로가 나라의 “1층”인 반면 이들 건물들은 고속도로의 위인 2층에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건물들의 행렬 위에는 또다른 강철지붕이 고속도로의 방향을 따라 쭉 뻗어있다. 이 두번째 강철지붕의 윗부분은 다소 오목한데, 이 부위는 나라의 “3층”이라고 불리는 곳으로, 온통 흙과 퇴비가 쌓여있다. 이곳은 농장으로, 밑에층의 건물에 사는 거주민들의 일부는 아침마다 이곳에 올라와서 농사를 짓는다. 지붕때문에 그늘이 진 2층과 1층에 비해, 3층은 위에 아무것도 없는 관계로 따스한 햇빛에 백퍼센트 노출된다. 따라서 몇몇 사람들은 단순히 선텐을 하기 위해서 3층으로 올라오기도 한다.

나라가 차지한 모든 재산과 영토는 이 3층짜리 선 안에 들어있다. 국민들은 1층의 고속도로를 통해 이동을 하고, 2층에서 주거활동과 상업활동을 해결하며, 3층에서 농사를 짓는다. 물론 지상에만 시설물이 있는 것은 아니다. 고속도로 밑의 지하에는 터널이 있다. 이 지하공간은 광업을 포함한 다양한 자원의 채집과 산업활동, 전력발전, 또는 부족한 주거공간을 충당하기 위한 곳으로, 이 지하터널 또한 고속도로의 방향을 따라 나라의 끝에서 끝까지 쭉 뻗어있다. 따라서 나라를 이루는 영토는 총 4층으로 이루어진 하나의 선인 것이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2차원적인 국가들에게는 “나라의 끝”이라는 말이 국토의 경계선을 뜻한다. 그러나 1차원적인 국토를 가진 선국가들에게 그 단어는 경계”선”이 아닌 경계”점”을 일컫는다. 무슨 말인가 하면, 선국가들의 영토는 그 자체가 하나의 경계선이기 때문에, 따로 나라의 끝부분을 지칭하기 위한 선이 없다는 것이다. 대신에 그들에게는 나라의 끝을 알리는 꼭지점이 2개가 있고, 이들은 나라의 양쪽 끝에 자리잡고 있다. 국민들은 이 두 점들을 그들의 국경, 또는 말단이라고 부르는데, 이 지점에서는 고속도로가 둥글게 말리면서 반대쪽 차선과 연결된다. 둥글게 말린 도로의 한가운데에 난 조그만 땅에는 보통 나라의 경계점을 상징하는 거대한 금속 동상, 또는 기둥이 세워져 있다. 예컨대 하나는 해당 국가의 “머리”를 뜻하고, 또 하나는 해당 국가의 “꼬리”를 뜻한다. 머리와 꼬리가 만나 있어서 하나의 커다란 고리 형태를 띄는 선국가들도 있다. 이러한 국가들의 경우에 국민들은 차를 타고 가다가 반대쪽으로 되돌아 가야 할 일이 없다.

선국가들이 스스로의 영토를 굳이 하나의 선 안에 한정시켜 놓는 데는 이유가 있다. 그 이유는 바로 이들 국가들의 대부분이 사막을 가로지른다는 점이다. 만약에 나라가 사막 안에 갇혀있다면 다른 국가와의 교류가 너무 힘들어진다. 그렇다고 해서 사막을 가로지를 정도의 커다란 땅덩어리를 유지하는 것도 너무 힘들다 (사막에는 없는, 물을 비롯한 수많은 물자를 밖에서 실어와야 할텐데, 그 넓은 땅에다가 어떻게 일일히 물자를 충당한단 말인가?). 따라서 이들이 선택한 국토개발 방식은 바로 나라를 하나의 선으로 만드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나라 전체가 사막을 가로지르면서도, 하나의 도로 안에 나라의 모든 시설물들이 밀집되어 있기 때문에 물자의 전달이 아주 간단하고 신속해진다. 그 뿐만 아니라 국토의 총 면적과 인구가 제한되기 때문에, 공급해야 할 물자의 총 양이 어마어마하지 않아서 좋다.

물론 선국가들 중에는 육지와 육지 사이를 잇는 바다 위의 국가들도 있다. 이들은 나라 전체가 바다 위를 가로지르는 하나의 커다란 다리인데, 주 사업은 두 육지들 사이의 왕래를 위한 도로이용을 허락함으로써 벌어들이는 수익, 또 하나는 드넓은 바다 한복판에서 매일매일 이루어지는 어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