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에 기반을 둔 현 사회가 직면하는 가장 큰 문제점은, 바로 매일매일 발생하는 엄청난 양의 쓰레기를 어떻게 처리하냐이다. 물론 만약에 음식물쓰레기라면 썩혀서 비료로 만들면 되고, 소각 가능한 쓰레기라면 전력발전에 쓰일 수 있고, 종이나 플라스틱이나 알루미늄 같이 균일한 재질을 가진 쓰레기들은 재활용하면 되지만, 아무리 그런다 한들 잉여 쓰레기의 발생마저 막을 수는 없다. 그런 “아무 짝에도 쓸모 없는” 쓰레기들은 보통 매립지에 묻히는 신세를 면치 못한다.
그러나 만약 지구에게 소화기관이 있다면 어떨까? 동물들이 입으로 음식물을 섭취해서 항문으로 소화시켜 내보내듯이, 지구도 자기 나름대로의 “입”을 통해 쓰레기를 흡수한 다음 그걸 소화시켜서 “항문”으로 배출하는 것이다. 예컨대 그런 허무맹랑해 보이는 일이 지금 실제로 벌어지고 있다. 지금으로부터 약 7달 전, 북아메리카 남부의 한 거대한 지하 쓰레기 매립지가 폭발했다. 그 여파로 지상은 별 피해가 없었지만 지하 깊숙히 자리잡고 있던 몇겹의 지층이 갈라졌으며, 부패하는 쓰레기가 만든 가스의 압력이 합세하여 그 갈라진 지층의 틈새를 찢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지하 깊숙히까지 까마득한 길이로 파고 들어가는 어마어마하게 긴 구멍이 만들어졌는데, 조사결과 그 구멍은 총 맨틀 높이의 2/3에 육박하는 깊이까지 내려간다고 밝혀졌다. 정말이지 역사상 유래가 없던 대규모 동굴이 순식간에 탄생한 것이다. 어쨌든 매립지에 파묻혀 있던 모든 쓰레기는 갈라진 지층의 틈새를 따라 암흑 속으로 떨어졌고, 그들의 행방은 한동안 불명했다. 혹자는 쓰레기들이 지층 깊숙히 파묻혀 있을 거라고 주장했다.
정확히 2달 뒤, 인도양에 위치한 어느 한 화산 섬이 갑자기 폭발했다. 처음에 사람들은 화산이 분화한 것이라 생각했지만 그건 아니었다. 마그마의 분출이나 연기가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그 대신에 폭발한 자리에는 끝을 알 수 없는 아주 깊은 구멍이 하나 생겨났고, 그 구멍의 지하 깊숙한 곳에는 석유 비스무리한 거무칙칙한 기름이 차올라 있었다. 학자들은 이 물질이 기존의 석유와는 확연히 다른 구성성분을 가진 새로운 종류의 화석연료라고 주장했으며, 실제로 이것이 자동차 엔진의 연료로 쓰일 수 있다는 사실을 실험으로 확인했다. 그러나 이 기이한 액체의 근원이 어디인지, 그리고 왜 이 액체가 지하의 일정 높이까지만 차오른 상태인지는 미스테리였다.
그러던 중 새로운 사실이 알려졌다. 어느날 정부는 북아메리카 남부에 난 거대한 구멍에 2000톤 가량의 쓰레기를 투기했다. 정확히 2달이 지나자, 인도양의 화산섬에 있는 구멍에는 약 1500톤 정도의 검은색 기름이 갑자기 차올랐다. 약 1달 후에 정부는 또다시 북아메리카 남부의 구멍에 400톤의 쓰레기를 투기했는데, 정확히 2달이 지나자 화산섬의 구멍에는 거의 정확히 300톤에 달하는 검은색 기름이 차올랐다. 이로써 밝혀지게 되었다. 바로 북아메리카에 난 지층의 구멍과 인도양의 화산섬에 난 지층의 구멍은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이 말이다. 북아메리카의 구멍은 지구의 “입”에 해당했고, 인도양의 구멍은 지구의 “항문”에 해당했다. 모든 일은 아주 단순명료하고 순차적으로 진행되었다. 우선 입에다가 쓰레기를 퍼부어 넣는다. 그러면 정확히 2달이라는 시간동안 지구는 자기 몸의 깊숙한 곳에 자리잡은 소화기관을 따라 쓰레기를 흘려 보내면서 뜨거운 열기와, 압력과, 화학작용과, 기타 규명되지 않는 미생물들을 이용해 쓰레기를 소화시켜 똥으로 만든다. 정확히 2달이 지나면 그 똥은 항문 부근에 차오른다. 똥의 무게는 처음에 입이 섭취한 음식물의 양의 4분의 3에 달한다.
지구가 도대체 어떤 식으로 가느다란 통로로 연결된 두 개의 구멍들 사이로 쓰레기를 빠르게 흘려보내면서 그것을 “소화시키는지”에 관해서는 학자들마다 의견이 분분했다. 유기체나 해낼 수 있을 법한 이런 일을 지구라는 행성 그 자체가 하고 있다는 사실은, 그 과정뿐만 아니라 원인과 목적 또한 완전히 불투명해 보이게 만들고 말았다. 도대체 왜, 어떻게 해서 지구를 가로지르는 기다란 소화기관이 생겨난 것일까? 어찌해서 지구는 인류가 가장 원하지 않는 쓰레기를 흡수하여, 인류가 가장 갈망하는 화석연료로 다시 태어나게 하고 있을까? 진정 지구는 인간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인간과 교감을 할 줄 아는 자아를 가진 존재란 말인가?
구멍들의 정체가 밝혀지자, 이제 북아메리카 남부의 구멍 주변에는 온갖 산업시설과 폐기물 처리시설, 그리고 쓰레기 투기시설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났고, 인도양의 구멍 주변에는 석유를 캘 때 쓰이는 거대한 선박들이 차례로 줄지어서 연료를 캐내고 있었다. 북아메리카의 업자들은 최대한 빠른 속도로 최대한 많은 양의 쓰레기들을 구멍 속에 퍼부어 넣어 주었고, 인도양의 업자들은 재빠르게 구멍속에 차오르는 검은 기름을 앞다투어 빨아들였다. 계약에 따르면, 북아메리카의 업자들은 하루마다 일정량의 쓰레기를 구멍 속에 투기하고, 그 대가로 인도양의 업자들로부터 일정량의 기름을 제공받는다고 한다. 북아메리카는 쓰레기 문제를 쉽게 해결하면서 화석연료를 공짜로 받아서 좋고, 인도양은 매일매일 무료로 리필되는 화석연료를 무한정 캐내기 때문에 좋다. 이 유래없는 대규모 사업은 몇달이 지나자 점차 확대되어 나갔다. 이제 지구 곳곳에서는 수많은 선박들이 엄청난 양의 쓰레기를 실은 채로 북아메리카로 향했고, 덕분에 북아메리카는 쓰레기 부족문제에 직면하지 않아도 되었다. 이쯤 되자 쓰레기는 일종의 재산으로 거듭났다. 사업가들은 돈으로 쓰레기를 거래하기 시작했고, 모두들 더 많은 쓰레기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소비문화는 기부활동으로 각광받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