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금 전에 나는 분명히 보았다. 별 하나가 제자리에서 살짝 움직였다. 물론 그 행동은 너무나도 순간적이어서 멀리서는 관찰이 불가능하다. 지구인들은 아무리 좋은 천체망원경을 가지고 있다 할지라도 이 놀라운 광경을 확인할 수는 없을 것이다. 아니, 설사 두 눈으로 똑똑히 본다 하더라도 믿지는 못할 것이다. 왜냐하면 별의 예상치 못한 움직임은 옛날부터 종교인들과 철학자들이 워낙에 자주 언급해 왔기에 지금은 거의 흔해빠진 미신의 일부로 자리잡은 사실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사실이란 중세까지만 해도 많은 이들이 곧이곧대로 믿었던 점성술의 비밀이요, 지구가 정말로 신에 의해 특별히 조작되고 연출된 행성일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을 암시해주는 실마리이기도 하다.
매일 밤마다 지구 위에는 거대한 어둠의 장막이 드리워져 있다. 이것은 마치 무대 뒤의 검은 베일과도 같다. 연극을 위해 필요한 것들이 관객의 눈에 닿지 않도록 숨겨주는 것이다. 이곳 우주에서는 허공에 떠 있는 수많은 별들이 바로 무대 뒤의 소품들이다. 이들은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영향력을 실감할 수는 없지만, 사실은 지구라는 무대의 구석구석에 다양한 힘을 가하고 있다.
방금 전에 또 하나의 별이 제자리에서 약간 움직였다. 자리를 바꾼 것은 아니고, 그냥 앞뒤로 살짝 왕복운동을 했을 뿐이다. 이 때문에 아주 짧은 시간동안 지구와 그 별 사이의 거리는 약간 넓어졌다가 다시 좁아졌다. 이 일은 관측이 불가능할 정도로 너무 순간적이었기 때문에 별다른 힘을 실감할 수는 없다. 그러나 별의 이러한 행동이 지구 위의 보이지 않는 배우들을 움직인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우주의 별들은 지금 다 같이 합심해서 지구를 하나의 체스판처럼 조종하고 있다.
큰곰자리를 이루는 별 하나가 살짝 움직였다. 그러자 시베리아 남부에 누워있던 커다란 곰 인형이 머리를 들어올리며 커다란 울음소리를 냈다. 그 울음소리는 곧 지구의 대기에 하나의 태풍을 만들어 냈으며, 시베리아 본토에는 약간의 천둥과 번개를 유발했다. 이번에는 큰곰자리의 또다른 별 하나가 살짝 움직였다. 그러자 곰 인형은 엉덩이를 씰룩거리더니 방귀를 뿡 뀌었다. 곧 시베리아 남부 일대의 농경지에 곤충들의 습격이 증가했다.
곰 인형이 일으킨 태풍은 태평양을 가로지르기 시작했고, 곧 태평양 한복판에서 잠을 자던 물고기 인형의 심기를 자극했다. 이번에는 또다른 별자리가 이 기묘한 싸움에 말려들었다. 물고기자리를 이루는 별 하나는 기다렸다는 듯이 앞 뒤로 몇 차례 움직였고, 잠시 후 물고기 인형은 뒤로 돌아서서 꼬리 지느러미를 마구 흔들어댔다. 인형의 이런 도발적인 행동은 동아시아 일대에 해일과 홍수를 대거 일으켰다.
그 외에도 싸움에 말려들만한 인형들이 지구 곳곳에 있었다. 동유럽 위에는 염소 인형이 있었고, 북아프리카 위에는 궁수 인형이 있었으며, 대서양 남부에는 전갈 인형 하나가 웅크리고 있었다. 또한 동남아시아의 서부에는 황소 인형이 있었고, 호주에는 물병 인형 하나가 놓여져 있었다. 이 모든 인형들은 언제든지 서로에게, 또는 자신들이 앉아있는 지구라는 행성에게 영향력을 끼칠 힘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 인형들을 조종하는 자들은 바로 그들 자신의 형태를 띈 별자리의 별들이었다. 예컨대 황소 인형을 조종하는 자들은 황소자리의 별들이었고, 물병 인형의 정수기 필터를 교체하는 자들은 물병자리의 별들이었다. 황소 인형과 물병 인형은 서로 자주 싸움을 벌였는데, 그 이유는 평소 황소자리의 별들과 물병자리의 별들끼리 사이가 안 좋았기 때문이다. 이처럼 별들이 서로에게 느끼는 감정에 따라 인형들의 행동이 결정된다.
우리는 우리 지구의 땅 위를 거닐고 있는 거대한 인형들의 모습을 볼 수 없다. 왜냐하면 이들은 가시적인 존재가 아니기 때문이다. 별자리들이 조종하는 이 인형들은 솜을 넣은 헝겊 덩어리라기 보다는 일종의 파장이다. 우리는 인형 자체의 모습을 볼 수는 없지만, 그 인형의 움직임이 만들어내는 온갖 기상이변이나 재해는 몸소 느낄 수 있다.
우리에게는 증명해 낼 방도가 없지만, 지금 지구 위에서는 별들이 인형극을 벌이고 있다. 우리가 사는 이 땅은 그저 푸른색 페인트칠을 한 인형극 무대의 목재바닥일 뿐이고, 우리는 그 바닥의 틈새 사이사이에 붙어 살아가는 곰팡이에 불과하다. 지구라는 무대의 진정한 주인공들은 바로 보이지 않는 실들에 매달린 꼭두각시 인형들이고, 그 인형들을 조종하기 위해 실을 잡아당기는 자들은 별들이다. 한마디로 지구 위의 거대한 인형들에게는 투명한 실들이 몇 개 달려있고, 그 각각의 실들은 별자리의 별들이 하나씩 잡고 있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별이 앞 뒤로 움직이는 것은 아마도 자신이 잡고 있는 실을 움직여서 해당 인형의 특정 부위를 자극하기 위해서였으리라.
별들이 이 넓은 우주의 다른 행성들을 놔두고 왜 하필 지구를 자신들의 인형극 무대로 삼았는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그들의 인형극이 인류의 미래를 송두리째 바꿀 수도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현재 전세계에서 더욱더 빈번해지는 자연재해의 원인은 환경오염이 아닐지도 모른다. 어쩌면 그것은 인형들의 싸움이 최근들어서 격해졌기 때문일 수도 있다. 인형들이 싸운다는 것은 그것들을 조종하는 별들이 싸운다는 뜻이고, 그 말은 별들끼리 서로 사이가 안 좋아질 원인이 있었다는 뜻이다. 그 원인은 무엇이었을까? 혹시 자신들이 차지하고 있는 우주 영토의 공정한 분할이 잘 이루어지지 않아서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