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학자들은 물질들의 탄생과 움직임을 정의하는 궁극적인 존재를 찾기 위해 노력해 왔다. 현존하는 모든 것의 씨앗이 된 원형들은 도대체 어디에서 온 것일까? 그리고 그것들은 어째서 왜 우리의 두뇌로 직감할 수 있는 것일까?
사람의 생각을 이루는 관념들도 생물들처럼 이 뇌, 저 뇌를 돌아다니며 번식을 한다는 말이 있다. 이러한 유전자같은 관념을 밈(Meme)이라고 부르는데, 이는 실존하는 물체보다는 일종의 추상적인 현상을 일컫는 말로 쓰여져 있다. 예를 들자면 마치 ‘정보’나, ‘감정’이나, ‘유머’와 같은 단어들처럼 말이다. 그러나 인류가 첫 자가용 우주선을 출시한 지 약 400년이 지난 어느 날, 몇몇 물리학자들은 지금까지 거시적인 차원에서는 발견할 수 없었던 미지의 입자의 존재를 규명하는 데에 성공했다. 그들 말에 의하면 이 입자는 “생각의 조각”으로, 인간이 하는 모든 생각은 이들 입자들을 통해 이루어진다고 한다. 그 뿐만이 아니다. 인류가 만들어낸 모든 정보들은 이들 입자들의 단순한 합성체에 불과하다는 것이 학자들의 의견이다.
그들은 이 새로운 입자에 관념자(Memetron)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그들이 주장하는 바에 의하면 관념자들은 물질계에는 거의 영향을 못 미치지만, 유기체의 뇌 속 회로에서 발생하는 신호의 흐름에는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관념자들은 평소에 매우 빠른 속도로 움직이면서 일종의 인력으로 인해 인간의 두뇌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데, 그 안에서 관념자는 두뇌활동의 방향을 따라 이리저리 이동하다가 강렬한 생각이 발생하면 그 힘에 두개골 밖으로 튕겨나간다. 만약에 상당량의 관념자들이 이런 식으로 동시에 뇌 밖으로 발사되어 나간다면, 이로 인해 작은 규모의 염력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몇몇 과학자들은 말한다. 몇 차례의 실험 끝에 그들의 말은 사실인 것으로 드러났고, 곧 과학계는 정신적인 힘이 물질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새로운 발견에 발칵 뒤집혔다. 수많은 사이비과학자들은 이 기회를 틈타 “영적인 과학”을 운운하며 신도들을 모집했고, 곧 거리 곳곳에는 염력 실습장, 명상을 통한 공중부양 교습소, 긍정 심리학을 통한 주가 상승 연구소 같은 곳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런 시도들은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었다. 왜냐하면 실제로 염력을 실현하려면 관념자들의 움직임을 제어하기 위한 특수한 첨단기기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물리학자들이 사용했던 실험기기를 개조해 만든 “관념자 탱크”는 피실험자의 두개골에 연결된 일종의 전선을 통해 관념자들을 전달받아 탱크 안에 축적시킨다. 그런 식으로 관념자들을 탱크 안에 계속해서 채워넣으면 압력이 올라가는데, 그 상태에서 막혀있던 입구를 열면 갇혀있던 관념자들이 빠른 속도로 빠져나가면서 상당한 양의 운동량을 발생시킨다. 기술자들은 이 놀라운 기술에 너무나도 감탄을 받은 나머지 현존하는 모든 전자기기와 운송수단에 관념자 탱크를 도입하기 시작했다. 예컨대 자동차의 엔진에 탱크를 장착하고, 그 탱크를 차량 탑승객들에게 연결함으로서 ‘염력자동차’를 개발했고, 탱크에서 관념자들을 전달받아 연산을 수행하는 ‘관념자컴퓨터’도 개발했으며, 평소에 꾸준히 뇌 속을 헤엄치는 관념자들을 잡아 탱크 안에 저장하기 위해 ‘채집모자’도 만들었다.
관념자를 이용한 동력발생의 원리는 이렇게 설명될 수 있다. [첫째] 우선 동력을 발생시킬 피실험자는 뭔가 강렬하고 인상깊은 생각을 머릿속에 떠올려야 한다. [둘째] 그러면 평균보다 높은 양의 관념자들이 머리에서 발산되기 시작하는데, 이때 관념자석이 설치된 회로가 머리에 연결되어 있다면 그 회로를 타고 이동한다. [셋째] 회로를 따라 움직이던 관념자들은 관념자 탱크에 갇혀서 빠져나오지 못한 채 그 속에 머문다 (그 이유는 탱크의 내벽이 관념자를 밀어내는 관념자장으로 둘러싸여 있기 때문이다. 자연상태에서 관념자는 그 어떤 견고한 물질도 통과할 수 있다). [넷째] 관념자들로 가득 찬 탱크의 압력은 점차 상승하기 시작한다. [다섯째] 마침내 뚜껑을 열면 엄청난 양의 관념자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면서 염력 비슷한 물리적 힘을 발생시킨다.
그러니까 작동원리는 간단했다. 정신력을 이용해서 탱크 안을 관념자들로 가득 채우고, 그 상태에서 뚜껑을 열면 에너지가 방출되는 것이다. 이는 마치 풍선을 분 다음 손으로 꼭 쥐고 있던 풍선꼭지를 놓아 바람을 발생시키는 것과 같다. 염력이라는 것이 이토록 간단명료한 기술이었다는 사실에 몇몇 종교인들과 뉴에이지 신봉자들은 못마땅한 기색이었다. 어찌됐던 기술자들은 이 새로운 기술에 큰 감흥을 느꼈고, 그들은 관념자의 움직임에 대한 연구가 장차 하나의 독립된 학문으로 발전할지도 모른다는 기대에 사로잡혔다.
그러나 한가지 아쉬운 점은, 정신의 힘이 생각보다는 형편없이 약하다는 것이었다. 기름 한 컵을 태웠을 때의 에너지와 몇시간 동안 명상을 했을 때의 에너지의 양이 거의 동급이니 기술자들이 실망할만도 했다. 풍선의 바람이 별 위력이 없듯이, 관념자들의 미는 힘은 실제 물질을 연소했을 때 발생하는 막대한 양의 힘에 비하면 정말이지 콧방귀 수준이었다. 그러나 처음의 모든 발명이 그랬듯이, 관념자를 이용한 동력 연구도 세월이 지남에 따라 나름의 단점이 보완되기 시작했다. 우선 효과적으로 관념자들을 모으기 위해 피실험자가 두 손과 두 발을 서로 맞대었다. 그래야만 몸 속에서 순환하던 관념자들이 말단을 통해 밖으로 빠져나가는 대신에 뇌 속으로 들어가도록 유도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또한 피실험자는 가만히 명상을 하는 대신에 뇌에 아주 강렬한 자극을 주는 컬트영화를 시청했고 (통계에 따르면, 그 순간에 뇌에서 관념자가 가장 많이 방출되었다), 활발한 두뇌활동을 위해 특별히 개조된 에스프레소를 마셨으며, 허공을 떠도는 관념자들을 더 잘 채집하기 위해 크리스탈 목걸이를 걸고 은팔찌를 찼다.
예술가들과 철학자들에게는 황금기가 찾아왔다. 고용주들은 그들의 뇌가 “생각이 깊기” 때문에 일반인보다 훨씬 더 많은 양의 관념자들을 뿜어낼 수 있을 것이라 짐작했다 (이는 전혀 사실이 아니었지만, 과학자들은 실직문제의 해소로 인한 사회적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 그냥 입을 다물었다). 덕분에 한때 무능력자들로 취급받았던 그들은 한순간에 모두가 갈망하는 에너지원이 되었다. 그들은 여러 명의 승객을 실은 대형 운송수단의 밀폐된 창고 안에 앉은 채로 낭반적인 사색에 사로잡혔고, 그로 인해 발생한 다량의 관념자들은 운송수단에게 동력을 제공해 주었다. 특히 그들의 활약이 빛을 본 것은 바로 마찰력이 없는 우주공간에서 움직이는 자가용 우주선들이었다. 조종사는 자신의 우주선을 별다른 연료 없이 계속해서 가속시키기 위해서 뒷자리에 유명한 철학자를 한 명 앉혔다. 철학자는 소량의 먹이를 섭취하면서 엄청난 양의 관념자들을 뿜어냈고, 그렇게 발생한 압력을 이용하여 우주선은 거의 광속의 1/3에 가까운 수준으로 가속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성인들의 황금기는 오래 가지 못했다. 머지 않아 건전지 하나로 작동되는 “자동 관념자 채집기”가 개발되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