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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건반사의 정의 - 1

Author: Youngjin Kang

Date: Autumn 2013

경험의 정의에 대해서 생각해 보자. 사람은 경험이라는 것을 토대로, 일종의 "조건반사의 목록"을 끊임없이 만들어낸다. 예를 들어서 A라는 사물과 접촉했을 때에 오른쪽으로 방향전환을 해야 한다던가 하는 일련의 반사작용들 말이다. 일단 경험의 탄생과정부터 살펴보자. 사람은 우선 어떠한 조건에 처했을 때, 그 조건을 원인으로 하여 발생한 결과물을 보고, 그것을 토대로 자신만의 "조건반사" 패턴을 만들어낸다. 다르게 말하자면 자연적인 결과물을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바꾸기 위해, 자연이 제공한 원인에 자신의 인공적인 원인을 덧붙여서 결과값을 다르게 하는 것이다.

쉽게 말하자면, 경험의 탄생이란 이렇다. 우선 A라는 환경이 있었고, 그 환경 속에 사람이 있었다고 가정해 보자. 그런데 그 순간 B라는 사건이 발생했고, 그 사건은 매우 불행한 것이었기 때문에, 사람은 "아, B라는 사건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으련만!" 이라는 생각을 가지게 된다. 그리곤 다음과 같은 가정을 한다: "A라는 환경이 원인이 되어서 B라는 사건이 발생했군. 다음부터는 A라는 환경을 또다른 것으로 변화시켜서, B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겠어".

이때부터 사람은, 또다시 A라는 환경에 처할 때마다 조건반사 신경을 가동하기 시작한다. A라는 환경에 "자신만의 인공적인 환경"을 추가로 덧붙임으로써, A라는 환경을 또다른 것으로 변형시켜 B의 발생을 예방하는 것이다. 예컨대 A를 "(B)의 원인"이라고 가정한다면, 거기에 따른 사람의 반응은 "(-B)의 원인", 즉 B라는 사건의 발생을 취소시키는 원인이다.

여기서 사람이 조건반사를 수행할 수 있는지 없는지의 여부는, 순전히 "(B)의 원인"을 보았을 때 재빠르게 "(-B)의 원인"을 만들어낼 수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달려있다. [경험을 습득한다]는 말은, 좀더 구체적으로 표현하자면 [원하지 않는 사건의 원인을 보고, 그 원인을 취소시킬 수 있는 "반대원인"을 찾아낸다] 라는 말과도 같다.

그렇다면 여기서 말하는 "반대원인"을 찾는 과정은 어떻게 설명하여야 할까? 우선 아주 기본적인 인과관계부터 생각해 보자. 돌멩이가 하나 있는데, 그것이 지금 바로 코앞으로 날아오고 있다. 만약에 다치치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우선 여기서 자연적인 원인과 그에 따른 결과를 정의하라고 한다면, 원인은 "돌멩이가 코앞으로 날아오고 있는 상황"이고, 결과는 "돌멩이에 맞아서 다치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일단 원인을 A라고 하고, 결과는 B라고 하자. 만약에 당사자가 아무런 행위도 하지 않고 가만히 서 있는다면 A라는 원인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을 것이고, 따라서 B라는 결과가 그대로 벌어질 것이다. 돌멩이에 그대로 맞고 나서야 당사자는 깨닫는다. 바로 A라는 원인이 B라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을 말이다.

A와 B 사이의 상관관계를 터득한 사람은, 이제부터 A라는 환경에 처할 때마다 어떠한 행위(예컨대 손바닥으로 얼굴을 가리는 행동 따위)를 수행함으로써, A라는 환경을 다른 것으로 변형시켜 B의 발현을 예방할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행위"의 가장 이상적인 형태는 바로 B라는 사건의 발생만을 감쪽같이 취소시키는 것으로, 만약에 A가 B의 원인이라면 당사자의 "행위"는 (-B)의 원인이 되어야 한다. 만약에 이 조건이 충족된다면, 당사자의 행위는 A라는 원인이 만드는 B라는 결과를 B-B = 0 이렇게 완전히 상쇄시킴으로써, A가 초래하는 모든 결과들 중에서 오로지 B만을 감쪽같이 지우게 된다. 간단히 기호화시키자면, 만약에 A가 B를 초래하는 상황을 A ---> (B)라고 표기한다면, 당사자가 A에 대항하여 취할 수 있는 가장 완벽한 형태의 조건반사는 W ---> (-B)라고 표기할 수 있다. 만약에 A가 초래하는 결과들이 B, C, D, E 이렇게 4가지라면, W가 초래하는 결과는 -B 이렇게 오로지 하나 뿐이며, 만약에 조건반사의 행위가 완벽하게 행해졌을 경우에는 (A + W)라는 조건이 조성된다. 당사자의 행위로 인해 만들어진 이 새로운 조건이 초래하는 결과들은 (A + W) ---> (B, -B, C, D, E) 이와 같으며, 여기서 B와 -B는 서로를 상쇄시키기 때문에 (A + W) ---> (C, D, E)가 성립한다. 즉, A(자연적인 원인)에 W(조건반사)가 추가되자, B(원치 않는 결과)의 발현이 취소된 것이다.

여기서 "경험"이란, 바로 A를 보고 W를 행할 수 있는 능력이라 할 수 있겠다. 만약에 이 능력이 생기려면, 다음의 두가지를 알아야 한다:

(1) A를 발견하면 W를 행해야 한다는 사실.
(2) W를 행하는 방법.

첫번째 정보는 단순히 A(원인)와 W(그에 따른 행위)를 1:1로 대응시켜서 머릿속에 입력해 놓으면 된다. 그러나 두번째 정보를 머릿속에 입력시키는 법은 상당히 까다롭다. 당사자는 우선 A가 B라는 "안좋은 사건"을 초래한다는 점과, 그것을 상쇄시키기 위한 (-B)라는 사건의 형태, 그리고 그것을 발현시키기 위한 인공적인 원인인 W의 형태를 알아내야 한다. 일단 당사자는 맨 처음에 돌멩이에 맞은 일을 토대로, A가 B를 초래한다는 사실을 똑똑히 알았을 것이다. 그런 다음에는 "돌멩이에 맞지 않으려면, 그것이 날아오는 방향의 반대방향으로 물리적인 힘을 가해야 한다" 라는 계산을 했을 것이 분명하다. 여기서, "돌멩이에 맞지 않는다" 라는 것은 (-B)를 의미하며, "그것이 날아오는 방향의 반대방향으로 물리적인 힘을 가한다" 라는 것은 W를 의미한다. B에서 (-B), 또 거기에서 W를 유추해내는 과정은 너무나 복잡하기 때문에 그냥 무시하기로 하자. 다만 경험이라는 것이 [A가 있으면 W를 행하라]와 같은 명령이라고 정의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 조건과 그에 따른 반사작용, 즉 A-W와 같은 연결고리가 바로 경험을 이루는 가장 원초적인 부속품인 것이다. 여기서 경험을 탄생시킨 동기는 B라는 사건의 존재이며, 이는 즉 A-W라는 경험이 B에 의해 탄생했음을 뜻한다. 또한 이 경험은 궁극적으로는 (-B)를 초래하기 때문에, A-W라는 경험은 "-B를 생성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B에 의해 창조되었다" 라고 말할 수 있다. 이는 참 흥미로운데, 왜냐하면 B에 의해 A-W가 발생했고, A-W에 의해 -B가 발생했다면, 이는 어떠한 사건(B)에 의해 발생한 경험이 또다른 사건(-B)을 발생시킨 것이기 때문이다. 만약에 실제로 A라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상태에서 당사자가 W를 행한다면 그 결과는 B-B = 0으로 상쇄되지만, 보통은 A라는 상황이 벌어지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당사자가 "이 상황은 A다" 라고 착각함으로써, A가 아닌 상황에서도 W를 행하는 일이 생긴다. 이 때도 똑같이 -B가 발현되는데, 이 경우에는 A가 없었기 때문에 -B가 상쇄시킬 B가 존재하지 않는다. 결국 당사자의 착각에 의해 행해진 "잘못된 조건반사"는 -B라는 새로운 결과값을 낳고, 만약에 이 -B가 "안좋은 사건"이었다면 당사자는 그에 따른 또다른 조건반사를 위한 경험(-B를 취소시키기 위한 행위)을 터득하게 되는 것이다. 즉, A 없이 W만이 행해졌을 때의 상황인 "W"에 대응하는 조건반사인 R이 있다면, R의 목적은 -B를 취소시키는 B라는 사건을 발생시키는 것이며, 이 조건반사를 기호로 표기하면 W-R이 된다. 그런데 여기서 놀라운 점을 하나 발견할 수 있다. 그건 바로 "B라는 사건을 발생시키는" 조건인 R은 A의 일부분이라는 점이다. 앞서 말했듯이, A는 {B,C,D,E} 라는 4가지의 결과들을 발현시키고, R은 {B}라는 1가지의 결과를 발현시킨다. R의 결과는 A의 결과의 부분집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