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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물이란?

Author: Youngjin Kang

Date: Autumn 2013

장애물이 가지는 의미란 무엇인가. 우선 사람 한 명이 길을 지나가고 있다. 그런데 만약에 그 길의 한복판에 장애물이 놓여져 있다면, 그 사람은 장애물을 피해 우회하여 나아가야만 할 것이다. 즉, 장애물의 존재가 길의 방향을 직선의 형태에서 곡선의 형태로 왜곡시킨 것이다. 만약에 장애물이 길 옆에 놓여져 있었다면, 사람은 그냥 원래 있던 길을 따라 직선으로 곧장 나아갈 수 있었을 것이다. 이는 장애물이 본래의 길의 밖에 위치해 있는 한, 길의 형태가 변형되는 일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리적으로 생각해 본다면, 길과 장애물은 서로를 같은 극의 자석들처럼 밀어내는 성질을 가지는 것이다. 장애물이 길을 건드리지 않는다면, 길은 자기 고유의 모습을 유지하며 그대로 가만히 있는다. 그러나 만약에 장애물이 길을 건드리려 다가간다면, 길은 건드려지지 않으려고 어떻게든 구부러지며 장애물을 피하게 된다. 다만 길에게는 탄성이 있기 때문에, 장애물이 계속해서 길을 건드리려고 이동함에 따라 길이 너무 심하게 구부러지려 할 때면, 길은 반대편으로 퉁! 하고 튕겨 나감으로써 조금이나마 덜 구부러진 형태로 스스로를 전환시킬 것이다. 왜냐하면 길의 의무는, 그 길을 지나가는 사람의 편의를 위해 어떻게든 짧은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마치 고무줄이 어떻게든 짧은 길이를 유지하려 하는 것과 비슷한 이치이다. 만약에 장애물들이 길의 한복판을 너무 빽빽히 에워싸고 있어서 길이 한계치 이상으로 늘어나 버린다면, 길은 더이상 늘어남을 포기하고 끊어져 버릴 것이다. 장애물들 때문에 길이 소멸되는 것이다.

한가지 염두해야 할 점은, 바로 장애물들 또한 서로를 밀어내는 성질을 가진다는 것이다. 이는 장애물이 물리적인 사물이기 때문에 너무나도 당연한 말이다. 같은 위치에 2개 이상의 장애물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겹쳐놓을 수는 없지 않은가? 길들도 마찬가지다. 만약에 A라는 사람이 다니는 길과 B라는 사람이 다니는 길이 따로 있다면, 이는 이 두 사람들이 서로 다른 목적지를 가지고 있다는 말이다. 따라서 목적지의 혼동을 피하기 위해, 두 사람은 되도록이면 서로 같은 길 상에서 이동하지 않으려 할 것이다. 만약에 천재지변이 일어나 두 길들이 물리적으로 합쳐져 버린다 할지라도, 두 사람들은 잘못된 목적지로 이동하는 사태를 예방하기 위해 따로따로 길을 만들어 놓고 다닐 것이란 이야기이다. 즉, 길들 또한 장애물들과 마찬가지로 서로를 밀어내는 성질을 가진다.

길들이 서로를 밀어낸다는 개념이 쉽게 납득이 안 간다면, 좀 더 현실적인 예를 들어보자. 숲을 따라 계곡물이 흐르고 있다고 치자. 계곡물은 저 멀리 높은 산에 쌓여있는 만년설의 녹은 물과, 인근 협곡에서 세어나오는 지하수가 합류된 것이다. 그런데 계곡물이 너무 넘쳐 흐르다 보니까, 계곡은 두 갈래로 갈라져 버리고 말았다. 즉, 산에서 흐르는 물을 위한 길과 협곡에서 흐르는 물을 위한 길이 따로따로 떨어져 버린 것이다. 이는 애초에 계곡물이, 2개의 개별적인 물의 길들이 서로 가까워져 있는 형태였기 때문이다.

이렇듯, 길은 서로를 밀어내고 장애물도 서로를 밀어낸다. 그렇다면, 길과 장애물 사이의 근본적인 차이점은 무엇일까? 일단 길 위를 지나가는 사람은 그 자체가 하나의 장애물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왜냐하면 그 사람이 길 위에 있음으로 해서, 다른 누군가는 길 위를 지나가는 데에 있어서 방해를 받기 때문이다. 계곡길 위를 지나가는 "물"이라는 것도 장애물이다. 왜냐하면 어떠한 물 입자가 길 위를 지나가고 있음으로 해서, 또다른 물 입자는 그것 때문에 계곡 위에서의 이동이 지체되기 때문이다. 다만 길 위를 지나가고 있는 장애물들은 스스로 계속해서 움직이고 있기 때문에, 길 자체의 형태를 왜곡시키지는 않는다.

여기서 중요한 사실을 하나 알 수 있다. 그건 바로, "길을 따라 A라는 속도로 이동하고 있는 장애물은, A보다 높은 속도로 이동하는 다른 모든 장애물들의 길의 형태만을 왜곡시킨다"는 것이다. 이게 무슨 말이냐 하면, 우선 모든 장애물에게는 자신만의 이동경로, 즉 길이 있다. 또한 그 길이라는 것의 종류는 장애물의 이동속도에 따라 좌우된다. 예를 들어서 초속 1미터로 이동하는 장애물과, 초속 2미터로 이동하는 장애물은 서로 다른 길들에 속해 있다는 것이다. 즉, 길이라는 것은 "특정한 속도의 장애물들의 이동경로"라고 정의될 수 있는 것이다.

길이라는 것은 고유의 속도를 가지고 있다. 만약에 속도가 초속 4미터인 길이 있다면, 그 길 위에는 오로지 초속 4미터로 움직이는 장애물들만이 속해 있다. 똑같은 고속도로라 할지라도, 그 위를 달리는 차량들의 개별적인 속도들에 따라서 길이 여러 갈래로 나뉘는 것이다. 예컨대 속도가 시속 40마일인 차량들만의 길이 있고, 50마일인 차량들만의 길이 있으며, 60마일인 차량들만의 길이 따로따로 있다. 만약에 고속도로 위를 달리면서 차의 속도를 높이거나 줄인다면, 이는 하나의 길에서 또다른 길로 진입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만약에 도로 위를 달리고 있는데, 바로 앞에 자신보다 속도가 낮은 차량 한 대가 달리고 있다고 가정해 보자. 그러면 운전자는 자신도 덩달아 속도를 낮추어서 해당 차량과 동일한 길로 진입하던지, 아니면 그 차량의 낮은 속도로 인해 옆으로 구부러져 버린 자신의 길을 따라 이동하던지 (=차선을 바꾸던지) 둘 중 하나를 택해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서, 만약에 시속 50마일로 달리는 차가 한 대 있다면, 그 차는 [시속 40마일의 길]의 형태는 직선으로 유지시키지만 [시속 60마일의 길]의 형태는 곡선모양으로 왜곡시킨다. 왜냐하면 그 차는 [시속 50마일의 길] 한복판에 가만히 놓여져 있는 장애물이기 때문이다. 똑같이 시속 50마일로 달리는 다른 차량들은 그 차와 나란히 [시속 50마일의 길] 위에 앉아있을 뿐이지만, 그보다 더 높은 속도로 달리는 차량들에게 그 차는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