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ck to List

존재의 정의 - 1

Author: Youngjin Kang

Date: Autumn 2013

존재. 그것은 몇가지 차원으로 나타내어야 할까? 여기서 말하는 존재란 사물을 뜻한다. 공간 속의 특정한 위치에 자리잡고 있는, 특정한 모양의 질량(또는 에너지) 덩어리를 말하는 것이다. 사물이 하나 있다면, 그 사물에 대한 모든 정보를 기술하기 위해서는 도대체 몇 개의 숫자들이 필요한지에 대한 물음을 답하는 것이 요점이다.

일단 모든 사물이 각각 하나의 점에 불과하다고 가정해 보자. 형태라는 것도 없고, 움직임이나 다른 어떤 숨겨진 특성도 없이 그냥 가만히 제자리에 앉아있는 그런 점 말이다. 더군다나 이 점은 영원한 시간 속에 존재하기 때문에 절대 생성되거나 파괴되지 않는다. 만약에 앞서 말한 모든 조건들이 충족된 사물들만이 존재한다면, 각각의 사물은 가로위치(x), 세로위치(y), 그리고 높이(z), 이렇게 3개의 차원들만을 이용하여 그 종류를 표시할 수 있다. 왜냐하면 모든 사물들이 다 똑같이 점에 불과하다면, 사물과 사물 사이의 차이를 만들어 주는 매개체는 위치값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고를 확장하여, 이제는 좀 더 복잡한 특성을 지닌 사물들 사이를 어떻게 분간할지에 대해 논할 수 있다. 일단 세계가 하나 있고, 그 세계 속에는 오로지 제자리에 가만히 있는 점들밖에 없다고 가정해 보자. 여기까지는 아까 말했던 상황과 동일하다. 그러나 이제부터 "밝기"라는 변수를 새롭게 추가해 보는 것이다. 예컨대 지금 말하는 이 세계 속에는 아주 밝게 빛나는 점들도 있고, 거의 빛을 발하지 못해서 어두침침한 점들도 있다. 이러한 차이점은 각 점들의 밝기 차이에 의한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부터는 단순히 (x,y,z)로 이루어진 3차원 위치값으로만 사물의 종류를 판별하는 것이 불가능해져 버린다. 왜냐하면 어떠한 임의의 점의 위치값을 알았다고 해서, 그것의 밝기까지 알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방금 명시한 이 새로운 세계 속의 사물들은 각각 위치를 나타내는 3개의 차원들 뿐만 아니라, 밝기를 나타내는 네번째 차원 또한 가지고 있어야 한다. 한마디로 "밝기"라는 개념을 공간의 방향들 중 하나로 승격화 시킴으로써, 이제부터 이 세계를 가로위치(x), 세로위치(y), 높이(z), 그리고 밝기(br)라는 4개의 변수들로 이루어진 "4차원 공간"으로 생각할 수 있다. 예를 들어서 제자리에 가만히 있는 어두운 점 하나가 서서히 밝게 빛나기 시작한다면, 그 점은 공간의 밝기(br)축을 따라 느리게 이동하고 있다고 표현될 수 있다. 우리가 알고 있던 기존의 3차원 공간에서는 정지해 있지만 말이다. 만약에 어두운 점 하나가 x축을 따라 이동함과 동시에 서서히 밝아지기까지 한다면, 우리는 그 점이 4차원 공간 안에서 x축과 br축 사이의 방향을 따라 대각선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즉, 이는 우리가 상식적으로 동일한 위치에 있다고 생각하는 두 개의 사물들도, 그것들의 밝기 차이에 따라 앞서 말한 4차원 공간에서는 다른 "위치"에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논리는 사물이 취할 수 있는 온갖 형태의 종류들에 수반한다. 예를 들어서 밝기 뿐만 아니라 색깔이라는 요소까지 지니고 있는 점들이 있다면, 각각의 점은 앞서 말한 4개의 차원들 뿐만 아니라 "붉은색의 농도(R), 초록색의 농도(G), 푸른색의 농도(B)", 이렇게 3개의 또다른 차원까지 합쳐진 7차원 공간 속에 속해 있어야 한다. 왜냐하면 최소한 3가지의 색깔을 나타내는 값들이 있어야만, 그것들의 조합을 통해 인간의 눈으로 볼 수 있는 모든 종류의 색들을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한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이 있다. 그건 바로 사물이 취할 수 있는 종류의 범위에 따른 "이동"범위의 제한이다. 만약에 x축에서의 위치값의 변화만이 허락되고, y축과 z축에서의 위치값은 항상 똑같은 값에 고정되어 있어야 하는 사물이 있다고 치자. 그 사물은 제 아무리 다양한 경로를 따라 공간 속을 돌아다닌다 할지라도, 결국 도달할 수 있는 모든 공간은 x축과 평행한 선 하나일 뿐이다. 즉, 그 사물이 취할 수 있는 모든 위치들은 그 선에만 국한되어 있다는 말이다. y축과 z축이 한 자리에 고정된 그 사물은 제 아무리 기를 쓰더라도 그 선을 벗어날 수 없다. 이쯤 되면, 우리는 그 사물이 x값만을 변수로 삼는 1차원 공간의 일부라고 단정지을 수 있다. 물론 이 사물에게는 y나 z와 같은 다른 차원의 위치값들도 있지만, 이 값들은 절대로 변하지 않는 상수들이기 때문에, 해당 사물 입장에서 그 값들은 차원이 아니다. 예컨대 우리는 빛의 속도가 변하지 않는 하나의 상수라는 것을 알고 있고, 따라서 우리가 사는 이 세계 속에는 제각기 다른 2가지의 빛의 속도들의 지배를 받는 사물들이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을 안다. 설사 또다른 값의 빛의 속도를 가지는 또다른 세계가 이 우주 밖에 있을지는 모르지만 말이다. 만약에 "빛의 속도"를 나타내는 또다른 차원이 공간 속에 존재한다 할지라도, 우리의 우주는 그 차원축의 한 지점에만 고정되어 있다. 결국 우리는 그 차원을 따라 "이동하는 것"(=빛의 속도를 바꾸는 것)이 불가능하다.

아까 말한 1차원 공간 속의 사물도 마찬가지다. 이 사물은 마치 빛의 속도처럼 절대 변하지 않는 y값과 z값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이 사물이 도달하지 못하는 바깥공간에서 y값과 z값은 공간의 차원들로 인식되지만, 본 사물에게는 마치 "빛의 속도"와도 같은 상수들에 불과한 것이다. 즉, 이 사물은 "3차원 공간 안에 속한 1차원 공간 속의 사물"이라고 정의되어야 한다.

본론으로 돌아가 보자. 우리가 현실세계에서 마주하는 "사물"이라는 것들의 종류는 무수히 많은 차원들로 표현되어야 한다. 예컨대 약 9000가지의 변수들을 이용해야만 그 모양과 움직임을 정확히 나타낼 수 있는 사물이 하나 있다면, 그 사물은 약 9000가지 차원들로 이루어진 공간 속에 위치한 점 하나로 표현되어야 하는 것이다. 점의 위치값은 그 사물의 "종류"를 뜻하며, 9000가지 차원들로 이루어진 그 공간 속에서 점이 이동한다는 것은, 해당 사물의 종류가 달라지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즉 요약하자면, "사물의 종류 또한 공간을 이루는 차원들의 일부이다".

우리가 흔히 공간의 단면들로 인식하고 있는 x,y,z값들이 사물의 종류를 나타내는 변수들 중 일부라면, 우리는 서로 100% 동일한 종류를 가지는 2개 이상의 사물들이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을 시인해야 한다. 왜냐하면 그럴려면 해당 사물들이 공간의 똑같은 지점에 "겹쳐져" 있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만약에 겹쳐지지 않으려면 사물의 모양을 다르게 해야 하는데, 모양을 바꾸는 것도 결국 사물의 종류를 바꾸는 것이 되어버린다. 설사 모양과 위치를 동일하게 유지하면서도 방향을 다르게 하여 서로 겹쳐지지 않게 했다 할지라도, 방향 또한 사물의 종류를 이루는 차원들 중 하나가 되어야 하기 때문에, 종류차이 없이 두 개 이상의 사물들을 공존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

여기서 또 하나 알아야 할 점이 있다. 그건 바로 사물의 종류에는 운동의 개념도 포함된다는 것이다. 이는 즉, x,y,z라는 3개의 차원들로 이루어진 공간 속에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사물이 있다면 그 사물의 속도와 가속도를 나타내는 차원들도 그것의 "종류"를 나타내는 공간의 차원들 중 일부로 여겨져야 한다. 만약에 어떠한 사물이 x축을 따라 5라는 속도로 이동하고 있다면, 그 사물의 종류를 나타내는 점은 현재 x축을 따라 5라는 속도로 움직일 뿐만 아니라, "x의 속력(dx)" 이라는 차원의 5라는 위치에 머물러 있는 것이기도 하다. 즉, 해당 사물을 나타내는 점이 dx차원을 따라 더 멀리 이동할수록 그 점의 x축에서의 속도는 증가하는 셈이다. 이는 x축에 평행인 방향으로 점의 운동속도를 바꿔주는 "속력장(Velocity Field)"이 dx축과 x축 사이의 평면을 따라 분포하고 있다는 뜻이다 (dx의 값이 커질수록, 점이 x축의 방향으로 이동하는 속도도 커진다). dx의 값의 절대값이 커지면 더 커질수록, 점은 그 장(Field)의 더더욱 강력한 부위에 귀속되게 되고, 그에 따라 더더욱 빠르게 x축을 따라 이동하게 된다.

이런 식으로, 사물의 종류를 나타내는 차원들 사이에는 일종의 상호관계가 형성되어 있고, 이는 두 차원축들 사이의 평면상에 분포되어 있는 벡터장(Vector Field)에 의해 그 힘이 실현된다. 예컨대 색깔이 붉어지는 만큼 점점 더 밝게 빛나고, 붉은 색이 줄어들수록 점점 더 어두워지는 사물이 하나 있다고 가정해 보자. 그 사물의 종류를 나타내는 2차원 공간을 만들어 본다면, 붉은색의 농도는 x축으로 가정하고 밝기는 y축으로 가정할 수 있다. 해당 사물에게 있어서 붉은색과 밝기는 정비례 관계를 띈다. 이는 즉, 방금 말한 사물의 종류는 항상 x축과 y축 사이의 방향을 따라 가로지르는 대각선 위에만 위치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번에는 "운동"의 개념을 도입해 보자. 예컨대 어떠한 사물이 하나 있고, 그 사물의 밝기에 따라 그것의 색깔이 "얼마나 빠르게" 붉어지냐가 결정된다고 가정해 보는 것이다. 즉, "밝기를 나타내는 축에서의 위치"가, "붉은색의 농도를 나타내는 축에서의 이동속도"를 결정짓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아까처럼 속력장이 밝기의 축과 붉은색의 축 사이의 평면상에 분포하게 되는데, 여기서도 마찬가지로 밝기축에서의 위치의 절대값이 클수록, 붉은색의 축의 방향으로 향하는 속력벡터의 길이가 길어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