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말하자면, 어떠한 사물의 종류는 단 하나의 숫자로도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각각의 사물은 종류를 나타내는 수 뿐만 아니라, 공간 속에서의 (여기서는 "방 안에서의") 자신의 위치를 나타내는 3개의 위치값들도 가지고 있다. 따라서 하나의 사물 당 총 4개의 숫자들을 가지고 있어야 하며, 이 값들을 임의로 지정해 보자면 다음과 같다:
(방의 규격이 10x10x10이라고 가정하고, 좌표의 원점이 방의 남서쪽 꼭지점이며, 가구들의 높이가 2라고 가정했을 때,)
(1) 벽지: {종류=778.5642, x값=5, y값=5, z값=5}
(2) 카페트: {종류=721.096, x값=5, y값=5, z값=0}
(3) 책장: {종류=85.7738, x값=5, y값=10, z값=1}
(4) 소파: {종류=45.5313, x값=0, y값=5, z값=1}
(5) 벽난로: {종류=199.004, x값=10, y값=5, z값=1}
이를 좀더 간단하게 표현하면:
벽지 = {778.5642, <5,5,5>}
카페트 = {721.096, <5,5,0>}
책장 = {85.7738, <5,10,1>}
소파 = {45.5313, <0,5,1>}
벽난로 = {199.004, <10,5,1>}
이렇게 나타낼 수 있다. <> 안에 들어있는 세 개의 숫자들은 사물의 위치를 나타내는 값들이다. 방의 규격은 각 변의 길이가 10인 정육면체이고, 위에 나열한 5개의 사물들은 모두 그 안에 들어있기 때문에, 우리는 벽지라는 사물의 위치를 중심으로 하는 "방"이라는 장소의 존재를 가정해 볼 수 있다. 벽지는 방의 상징물이며, 따라서 벽지의 중심인 <5,5,5>라는 위치를 좌표의 원점, 즉 <0,0,0>으로 초기화시켜야만 방의 중심에서 아무런 왜곡 없는 공정한 시각으로 방의 구조를 판단할 수 있다. 방의 중심을 <0,0,0>으로 잡으면, 이를 기준으로 탄생하는 새로운 위치값들은 다음과 같다:
벽지 = {778.5642, <0,0,0>}
카페트 = {721.096, <0,0,-5>}
책장 = {85.7738, <0,5,-4>}
소파 = {45.5313, <-5,0,-4>}
벽난로 = {199.004, <5,0,-4>}
방의 중심을 위치의 척도로 잡았다는 것은, 관찰자의 위치를 방의 중심이라고 가정한 것과 같다 (한마디로 관찰자의 위치가 바로 좌표의 원점이다). 분위기라는 것을 파악함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바로, "각 사물들이 관찰자로부터 어느 방향으로 얼마만큼 떨어져 있나" 이다. 관찰자가 속한 장소 안에 있는 모든 사물들은 각각 관찰자로부터의 상대적인 위치값, 그리고 종류값을 하나씩 가지고 있다. 만약에 종류값이 크다면, 그것은 그 사물의 존재감이 크다는 뜻이고, 반대로 종류값이 작다는 것은 존재감이 작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서 밝게 빛나는 연두빛 네온사인 간판은, 테이블 위에 올려진 은은한 무드조명보다 존재감이 훨씬 크다는 것에 동의할 것이다. 이는 네온사인 간판의 종류를 나타내는 숫자가 무드조명의 것보다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각 사물의 상대적인 위치값은 <a,b,c> 이렇게 3개의 수들을 가진 3차원 벡터로 나타낼 수 있으며, 종류값은 단 하나의 숫자로만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스칼라값으로 나타낼 수 있다. "분위기" 파악에 있어서 중요한 점은 바로 관찰자의 시선이 어디를 향하고 있느냐이다. 만약에 어떠한 사물의 존재감이 무지막지하게 크다 할지라도, 만약에 그것이 관찰자의 안중에 없다면 그 사물은 관찰자가 느끼는 분위기의 결정에 크게 가담하지 못할 것이다. 반대로 존재감이 아주 작은 사물이라 할지라도, 만약에 그것이 바로 관찰자의 코 앞에 있다면 관찰자가 느끼는 분위기 상에서 그 사물은 아주 큰 비중을 차지할 것이다.
이는 관찰자로부터의 거리와 방향이 가까운 사물일수록 상대적으로 존재감이 커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물의 절대적인 존재감은 그것의 종류에 따라 결정되지만, 상대적인 존재감은 거기에 관찰자와의 거리/방향까지 감안했을 때의 값인 것이다. 일단 A라는 사물이 있다고 가정해 보자. 그 사물과 관찰자 사이의 거리는 d(A)라고 부를 수 있고, 관찰자의 시선이 향하는 방향과 해당 사물이 위치한 방향 사이의 각은 ang(A)라고 부를 수 있다. 또한, A라는 사물의 종류를 나타내는 수는 class(A)라고 부르도록 하자. 만약에 그 사물의 "상대적인 존재감"이 얼마나 되는지를 계산하고 싶다면, 다음과 같은 공식을 만들어서 이용해 볼 수 있다:
(사물 A의 상대적인 존재감) = class(A) / (d(A) * ang(A))
공식을 말로 풀이하자면, 어떠한 사물의 상대적인 존재감은 : "절대적인 존재감에서 상대적인 거리와 방향을 나눈 값" 이라고 정의할 수 있겠다. 물론 이러한 값은 그 어떤 물리적인 의미도 가지지 않는 임의의 수로, 이를 물리/화학 등의 과학분야에 등장하는 공식과 혼용하려 한다면 당연히 오류가 생길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분위기"라고 부르는 관념을 양적으로 표현하는 데에 있어서, 이러한 식은 즉석에서 활용 가능한 도구라기 보다는 일종의 실험이라고 볼 수 있다.
여하튼 이 공식을 보다 보면 쉽사리 여기에 어떤 패턴이 있는지를 인식할 수 있을 것이다. 어떠한 사물이 있을때, 그것의 절대적인 존재감이 커진다면 상대적인 존재감도 커진다. 그러나 관찰자로부터의 거리나 방향 중 어느 하나라도 커진다면, 반대로 상대적인 존재감은 작아진다. 즉, 절대적인 존재감이 큼과 동시에 관찰자의 바로 앞에 놓여진 사물일수록, 관찰자의 입장에서 더 많은 존재감을 차지한다는 뜻이다.